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영 Apr 21. 2023

흔적

사진 산문집

감정


나의 어린 슬픔은 아직도 앳되어 보이는 얼굴을 하였는데 키는 이미 훌쩍 자라, 나보다 두 뺨이나 더 크다.

 키가 부쩍 자라서 인지, 사춘기라는 것이 왔는지, 근래에 들어서는 내말은 듣지 않고 외로움이나 질투와 곧 잘 어울려 다녀 나를 자주 곤혹스럽게 만들기 일쑤인데, 나를 더욱 곤란하게 하는 것은 집에 아무런 귀뜸도 없이 불쑥 그 둘을 들이는 것이다. 그럴 때면 나는 셋이 한참을 놀다 가버린, 어질러진 방을 조용히 치우며 나와 나의 어린 슬픔이 더 어릴 때 자주 찾아왔던 사랑이라든지 희망을 생각하며 더 이상 오지 않을 이들에 대해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흔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