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결혼과 동시에 했어야 했니?

백수로 돌아가다

by 콩지

나는 가끔 영화를 만들고, 연기하는 배우이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연기라는 기술이 있다 보니 시나리오를 끄적이다 결국 선을 넘어 연출까지 도전해 본 것이 장편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 몇 년 전 운 좋게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약 천만 원의 귀한 지원금을 받아 20분짜리 영화를 연출하고 출연도 했는데 그 영화가 몇몇 영화제에서 상영 기회를 얻어 전국을 도는 작년과 올해를 보내고 있다.

와우. 바쁘고 바쁜 그런 나날들이었다. 게다가 작년 여름엔 남자친구에게 프러포즈를 받고 그해 가을인 11월부터 결혼을 준비했으니 정말 몸도 마음도 정신이 없었다. 그 와중에 촬영, 오디션, 생활비를 위한 수업까지 하다 보니 몸과 목은 너덜너덜해져서 정말 노동이라면 진절머리가 나는 지금에 이르렀다.


며칠 전, 가슴에 손을 얹고 도대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돈 벌기 위한 일이 아닌 진짜 하고 싶은 일. 다행히도 첫 번째는 연기였다. 신기하게도 촬영 때가 아닌 매주 토요일에 모여 연기 얘기를 하고, 짧게라도 독백을 중얼거려 보는 시간을 통해 나는 연기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연영과 대학생 시절부터 내가 왜 연기를 배우고 있는지 도통 몰랐었는데 이제야 좀 알게 된 것 같다. 나는 연기가 세상에서 제일 어렵고 즐겁고 대단하다. 이제 일만 들어오면 되는데...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나의 타이밍은 늘 내가 알 수가 없다.


그럼 다음은? 지금 하고 있는 수많은 일들 중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기 위해 나는 나에게 '로또에 당첨된다면?'이라고 물었다. 나는 수업을 당장에 때려치우고, 아주 작은 틈만 생겨도 고새 흘러가버리는 빗물 같은 내 시간들을 모으고 모아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명확해졌다 내가 지금 해야 하는 것. '글'을 써야 한다.


작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드라마 대본도 끄적여 봤다가 포기하고 장편영화 시나리오로 눈을 돌려 나름대로 열심히 달려왔다. 하지만 나에게 늘 부족한 것은 정신머리와 시간이었다. 도대체가 집중할 수 없는 일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더니 급기야 엄마의 사고까지. 한 달을 입원한 엄마를 대신해 집안일과 온갖 시중을 들다 보니 벌써 9월이다. 33살의 난 지금 무엇을 모아야 할까. 돈일까 시간일까. 결혼을 준비하다 보니 10만 원, 20만 원 쓰는 것이 우스울 정도로 돈이 숭숭 빠지는데 그래도 난 하고 싶은 일에만 집중해도 되는 것일까.


10년 후 내가 지금의 나를 보고 어떤 길을 응원해 줄까 생각해 봤다. 결혼생활에 보탬이 되기 위해 생활비를 벌며, 연기하고, 짬 내서 열심히 글을 쓰는 길. 과감하게 노동을 포기하고 연기하고, 그 외의 시간에 글을 쓰는 길. 남자친구에게 미안하지만 노동을 놓아보련다. 결혼과 신혼집에 쓰느라 모아둔 돈을 탈탈 털어 정말로 잔고가 제로에 수렴하는 하필 지금. 백수로 돌아간다.


여기에 사업을 곁들여서...

다음 편에 계속.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