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재발로 인해 입학 유예까지 생각했는데...
가까스로 다시 경련을 잡고 작년, 아이는 무사히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다른 사람들은 아이가 기특하고 뿌듯한 마음,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었는데...
나와 아이 아빠는 그저 안절부절...
아이가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불안감과 걱정스러운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경련을 잡는다고 1년 반을 그냥 날려버려서
성장에 중요한 시기를 다 놓쳤기 때문에...
아이의 학습 인지도, 키도, 체력도
다른 아이들보다 크게 뒤쳐져 있었다.
그래도 이게 어디야...
그래도 입학은 했잖아...
열심히 따라가면 되지...했지만...
돌아오는 피드백은 역시나...
예상대로 좋지 않았다.
색칠도, 가위질도, 선생님의 지시사항도
아이는 제대로 따라 가지 못했다.
한글 또한 자음, 모음을 조합해 겨우겨우
읽는 수준이었고, 수도, 단순한 연산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리고 요즘 초등학교 수학 문제는...
왜 그리 문제가 긴지...
문제파악을 하지 못하면 풀기조차 어려웠다.
(한글을 더듬더듬 읽는 애가 문제파악까지 제대로 할리가...)
심지어 독한 약 때문에 아이는 오전에 많이 쳐졌는데...
아이와 같은 반인 친구들이 나를 보면...
얘는 맨날 자요!!
얘는 아침에 졸아요!!
얘는 페이지도 못 찾아요!! 하며 아이가 못한다는 이야기만 자꾸 해주었다.
(그래... 나도 알아, 얘들아...)
색칠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가위질 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페이지 찾는 연습을 하고,
칸에 맞춰 한글 쓰는 방법을 알려주었지만...
1년에서 1년 반이나 뒤쳐져 있는 아이가
이 모든 걸 단시간에 해낼 수가 없었다.
아이 반 밴드에 사진이 올라오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누가 봐도 한참 뒤떨어져 있었다.
선을 삐져나가지 않고 색색깔 예쁘게 칠한 친구들과는 달리...
아이가 색칠한 건... 음... 색칠이라고 하기 민망한... 그냥 낙서라고 해야 할까...
담임선생님은 아이가 소근육이 많이 떨어져 있다며 감각통합수업을 추천했다.
안 그래도 뒤쳐진 체력 때문에 집 근처 센터에 특수체육을 신청하고 대기 중이었는데
급히 감각통합수업까지 신청했고 다행히 자리가 있어 바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여덟 살은 감통 수업이 소용없다는 후기도 많았지만 일단 뭐라도 해야 했다.
다행히... 느리지만 아이는 천천히 따라갔다.
그런데 문제는... 따라가면 다른 아이들은 또 저만치 나아가 있다는 것이었다.
보통으로 산다는 게 정말 어렵구나...
싶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매일 따라와주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넌 아픈 것도 이겨냈잖아.
그리고 이겨낼 거잖아.
케톤식이? 그것도 아무나 못한다.
다른 친구들은 단 하루도 못할 걸?
너니까 하는 거야.
그러니까 뭐든 할 수 있어!
지금도 아이는 종종걸음으로 열심히 쫓아가는 중이다.
그래, 이렇게라도 무사히 제 나이에 입학한 것만으로도 감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