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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언니 Mar 10. 2023

맹렬히 글쓰기


 마지막 글을 올린 날은 2022년이다. 그 사이 2023년 새해가 밝았고 어느덧 따뜻한 춘삼월이 되었다. 나는 한 살을 더 먹었으며 30대 후반이 되었다. 여전히 책을 읽는 것과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글 쓰는 삶, 작가로서 삶이 평생의 천직을 찾은 것 같아 감사하고 기쁜 마음도 여전하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최근 브런치에 글을 통 공개하지 못했다.


 이상하게 브런치에 글쓰기가 꺼려졌다.


 그나마 예전에 썼던 글들을 묶어 브런치 공모전에 출품했다. 결과는 보기 좋게 낙방.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사이에도 구독자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아마 브런치 개편 후 알고리즘 추천으로 적합한 타깃들에게 내 브런치북들이 꾸준히 노출되기 때문이라 추측 중이다. 연령대도 성별도 다양한 분들이 가뭄에 콩 나듯이, 그러나 꾸준히 모이고 있다.


 예전에는 구독자가 늘면 매우 기뻤지만 이제는 도리어 알림 버튼 위에 작은 민트색 점이 찍히면 걱정이 된다. 수많은 작가 중에 하필이면 스스로 ‘잠정 활동 중단 상태‘를 선언한 내 브런치를 구독하시다니. 무언가를 빚진 것 같다. 1명의 구독자가 늘 때마다 1만큼의 마음의 부채감이 가슴 한편에 쌓인다.




 뭐라도 써보려고 노력했던 날들이 있었다. 10년 간의 회사 생활을 가감 없이 복기해 볼까 생각했다가, ‘아냐 다 지나간 이야기 들춰서 뭘 할까’ 싶다. 그래도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거나 내가 했던 직무들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은 흥미롭게 보지 않을까? 싶다가도 ‘아냐, 그때와 지금은 상황 자체가 다르잖아. 꼰대의 잔소리다’ 싶어 마음을 접었다.  


 소비 생활과 일상에 대해 써볼까. 고민하다가 ‘아냐,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 들이야.‘ 싶다. 에세이의 힘은 솔직함과 진정성에서 온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여전히 불특정 다수에게 내 일기장을 공개하는 것 같아 두렵다. 어찌어찌 공개까지는 하더라도 더 솔직히 말해 공개 처형당할까 봐 무섭다. 무플보다 악플이라던데 나는 여전히 날이서고 따가운 말이 많이 아프다.  


 30대의 연애나, 아직 해본 적은 없지만 결혼에 대한 생각들을 써볼까 고민해 봤다.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연애와 결혼, 인간관계에 대한 글들을 꾸준히 읽어본 결과 나보다 훨씬 드라마틱한 소재, 성숙한 태도와 마인드를 가진 분들이 매우 많았다. 그에 비하면 내 이야기는 나이 든 미혼 여성의 푸념 혹은 하소연 같은 수준인 것 같아 이 또한 접기로 했다.  


 새로 시작한 신앙생활에 대해, 혹은 개명한 삶에 대해 , 젊은 암 환자의 건강관리 및 운동에 대해 써볼까 하다가 또 한 번 창을 닫는다. 다들 맹렬히 글을 쓴다는데 나는 맹렬히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에 저항 중이다.


 올해는 뭐라도, 다시 쓰긴 써야 할 텐데.


 이 글이 다시 새로 맹렬히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는 기폭제가 되어 주면 좋겠다.




 덧, 글쓰기로 수익 창출하는 활동을 해보고 싶어서 작년 말부터 정보성 블로그를 운영해 봤다. 3개월 동안 다녀왔던 맛집, 핫플, 구매 후기 등을 열심히 포스팅했고 드디어 ‘애드포스트’ 승인을 받았다. 기세를 몰아 4개월 차, 수익 창출한 첫 달에 다시 맹렬히 글을 썼고 그 결과 2천 원을 정산받았다…… 하.


 D-day

 연진이 복수 당하는 것이나 봐야지.

 동은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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