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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 Oct 19. 2024

소중하지 않은 지식과 경험은 없다

친형의 모교 교수 합격 소식을 듣고 온 집안이 들썩였던 그날, 동생으로서 뜻깊은 선물을 주고 싶었다. 때마침 감사하게도 회사 사무실 이전 간에 직원들 대상으로 허먼밀러 의자를 저렴한 가격에 양도하게 되었고 서재가 생긴다면 허먼밀러 의자 한대를 선물로 주고 싶다는 형수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하지만 무언가 더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었고 형에겐 어렵지만 나에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온통 찾아봐도 이 정도는 누구나 다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마땅한 선물을 찾지 못했었다. 그러던 중 교수 연구실 홈페이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평소에 동생인 나에게 부탁을 잘 안 해왔지만 정말 간절하게 부탁하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거 누구나 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요즘과 같이 웹페이지 제작 툴이 많아진 시점에서 크게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다. 과거에 TESTech KOREA와 같은 웹사이트와 개인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제작했던 경험이 있던 나로선 말이다. 그 당시에 찾아봤던 수많은 웹페이지 제작 도구를 검토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서는 크게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다.


홈페이지에 필요한 사진이랑 내용만 대충 정리해서 보내줘, 그냥 내가 알아서 할게


주말 아침, 카페로 이동하여 형의 요구사항을 수집했고 적절한 도구를 선택하게 되었다. 8시간이 지났을 무렵 홈페이지는 완성되었고 배포되었다.

https://sites.google.com/view/fish-pharmacology/

위 사진은 국립수산과학대학교 수산생명의학과 어류약리학 연구실에 관심 있는 사람이 접속하면 바로 보이는 HOME 화면이다. 연구실 핵심 정보와 가치를 전달하는 섹션으로 분류하게 되었다.

NEWS 화면에는 어류약리학 연구실의 최신 소식을 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현재는 요구사항에 따라 국립군산대학교 수산생명의학과 “어류약리학 연구실” 대학원·학부연구생 모집이 보이도록 했다.

PUBLICATIONS 화면에는 학부생 시절부터 최근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 재직당시까지 출판된 모든 논문을 연도별로 정렬을 다르게 적용했다.

PATENTS 화면에는 특허가 보이도록 구성했다.

 

PEOPLE 화면에는 형의 프로필과 연구실에 소속된 구성원분들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마지막으로 GALLERY 화면에는 앞으로 어류약리학 연구실의 소식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각적인 자료 위주로 추가할 예정이다. 


그 외 연구실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아이콘을 추가하여 추후 링크를 적용할 계획이고 상단 배너를 추가하여 공지사항 느낌을 주도록 했다.


교수 홈페이지 작업 과정은 복잡하지 않았다. 요구사항을 수집하여 향후 운영과 유지보수를 고려하여 최선의 도구를 선택했다. 홈페이지에 기재될 리소스를 수집하고 정리했고 요구사항에 적합한 섹션과 페이지 레이아웃을 구상했다. 이것이 전부였고 IT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충분히 다양한 웹페이지 제작 도구를 통해 쉽게 만들고 배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하지만 수산생명의학 전공과 연관된 학문과 연구에만 모든 인생을 쏟았던 형에겐 어렵고 복잡한 일이었다. 


문득 과거와 현재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생성형 AI가 없었던 시절 소프트웨어 품질 분야에 몸담으면서 평일엔 개발과 거리가 먼 업무, 주말엔 개발 학습을 통해 멘땅에 헤딩한다는 느낌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동화 개발자로 성장해 왔던 과거의 순간들. 마지막 직장인 생활이자 기업으로 끝마치고 싶은 에이슬립에서의 Quality Engineering Lead 역할을 담당하면서 모바일 개발자로의 커리어 확장을 위해 네이티브와 크로스플랫폼을 학습하는 요즘. 사실 IT 산업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나조차도 SW QA 4년차 2019년 처음 접했던 파이썬 언어와 자동화 개발 환경을 접할 당시의 막막함이 있었는데,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시야가 전혀 달랐던 형의 인생에서 나에겐 쉽지만 형에게 어렵고 복잡한 일이 당연했다.


20대 시기를 Chapter1으로 정의하고 30대가 시작된 현재를 Chapter2로 정의한 요즘, Chapter2에서는 전반기와 후반기를 각각 5년씩 분배했다. Chapter2 전반기를 지나고 있는 현재, 꾸준한 자아성찰과 자기 객관화를 통해서 Chapter1에서 겪은 모든 시행착오를 기반으로 직업적 성취의 연결고리와 접점을 찾아가는 중이다. Chapter1을 추상적인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재능, 결핍, 꿈, 도전, 목표, 실패로 표현할 수 있지만 이 시간들이 결코 아깝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몇 년 뒤 다가올 Chapter2 후반기에서 에이슬립에서의 마지막 직장 생활을 끝마치고 나는 어떠한 길을 마주할까, 잘은 모르겠지만 기업의 성공을 위한 하루 그리고 자아실현을 위해 피트니스 대회 도전하는 과정들이 현재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우선순위가 높은 것들이기에 이러한 과정들이 수년간 쌓였을 때 만들어진 결과물로 Chapter2 후반기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족들을 위해 멋지게 시작할 수 있길. Chapter2 전반기에 만들어질 수많은 결과물들이 비록 볼품없어 보이고 하찮아 보일지라도 형에겐 어려웠던 교수 홈페이지 제작이 나에겐 쉬웠던 것처럼 소중하지 않은 지식과 경험은 없음을 언제나 되새기며 살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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