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대회 준비를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사실 딱히 없었다. 2020년부터 바디프로필을 준비해 왔지만 단 한 번도 해내지 못했다. 대회에 관심조차 없었는데 어느 날 바디프로필이랑 대회랑 많이 달라요?라는 질문에 누군가 하늘과 땅차이라는 말을 건네줬고 대회를 목표로 삼으면 바디프로필이라는 하위 목표도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대회 준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웃긴다. 데드리프트 40kg도 힘들어하던 시절, 운동도 서툴고 중량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서 무슨 자신감으로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해보면 될 것만 같았다. 에너지가 오래가야 한 달, 짧으면 3주 정도였지만 그래도 루틴과 식단을 세우며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3주에서 한 달쯤 지나면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는 자기 합리화가 시작되면서 식단도 놓고, 운동도 놓아버렸다. 한 달은 힘들게, 그다음 한 달은 느슨하게… 이런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결국 대회는커녕 바디프로필조차 찍을 수준의 몸을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고정된 루틴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제야 깨달은 게 있다. 당시의 나는 그게 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 수차례 작심삼일을 반복했던 이유도 의지가 없거나 끈기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단지 그때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너무 작았던 것뿐이다. 시간이 흘러 그 작은 시도들이 쌓이다 보니 지금의 최선은 여전히 작지만, 그때보다는 조금 더 커진 것이다.
끈기 있게 무언가를 하지 못하고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사람들에게는 종종 의지가 없다는 말이나 끈기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주눅 들지 말고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가며 보잘것없어 보이는 나 자신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모습을 꾸준히 기록하고 목표와 목적지만 잃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목표를 생각하고 포기하기를 반복하더라도 충분히 리프레시가 끝나면 다시 도전하면 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아, 이제는 목표일까지 D-Day를 만들어도 되겠구나"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 찾아오지 않을까? 그러한 육체와 정신이 만들어졌을 때 그때 비로소 끈기와 인내의 본질에 어울리는 행동을 통해 과정을 밟아가면 된다. 만약 그러한 육체와 정신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작심삼일을 반복한다는 건 그것을 진짜로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면에서 시작된 목표와 목적지가 아닌 타인의 시선에 의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런 경우엔 이것을 왜 하려고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정말 스스로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안 하면 된다.
하지만 작심삼일을 계속해서 반복했다는 것은 정말로 이뤄내고 싶은 목표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한 목표에 작심삼일을 만약 1년이 넘도록 반복한 사람은 반드시 언젠가 노력의 크기가 커진 순간에 끈기와 인내에 어울리는 과정을 밟아가게 될 것이다. 될 때까지 계속하는 작심삼일, 재능 없고 무언갈 뒤늦게 시작한 사람이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