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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희망 Nov 01. 2022

홍천청년의 이름으로 일 년간 2,370만 원을 따내다

청년정책의 황무지 강원도 홍천군에서 청년문화의 꽃을 피우다 


스스로 자랑스럽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다면 

내 고향 홍천군에 살면서 일 년 동안 나랏돈 총 2,370만 원을 가져다 

청년문화의 꽃을 피우기 위해 쓴 일이다. 


2021년 7월부터 올해 10월까지 

홍천에서 '청년'을 주제로 총 6개의 사업을 진행했다. 

모두 '홍청망청(홍천 청년 희망 청춘)'이라는 팀명으로 지원한

공모 프로젝트의 지원금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위의 이미지에서 나열했듯이 

200만 원, 300만 원, 500만 원, 800만 원 사업의 규모는 연쇄적으로 점점 커졌다.  

여기에 가장 최근의 개인 프로젝트 80만 원과 490만 원까지 더하면 총 2,370만 원에 달한다.  


홍천 맥주축제 청년 존 운영은 홍천군의 제안으로 500만 원 용역 형태로 이루어졌는데 

이 기회는 우리가 다양한 행사들을 운영하며 존재감을 알린 성과였다.


홍천에서 직접 지원하여 받은 지원금은 490만 원이 다다. 

매년 홍천 문화재단에서 개인당 최대 5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문화예술지원사업 공모를 진행하는데 문학, 공연, 미술 등 예술 분야의 지원만 가능하고 

예술인으로서의 경력을 인증받아야 자격이 주어진다. 

나는 문학 분야로 그동안의 집필 경력을 인정받아 선정되었고, 

덕분에 홍천에서의 삶을 글과 사진으로 엮은 <열두 달 홍천 살이>라는 

포토에세이를 500권 제작 및 출간할 수 있었다. 


이 사업 외에는 모두 춘천시(강원 살이, 춘천사회혁신센터)와 

강원도청에서 지원금을 받았다. 


어느 누군가는 이 책을 사서 읽은 후기로 

'지자체 돈지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지자체에서 푸는 그 돈이 누군가들에게는 정말 

소중한 것임을 알려주고 싶다. 


홍천에는 공공이 주관하여 군민들에게 제공하는 행사들로 가득하지만,

직접 주민들에게 예산을 주고 지역 내에서 하고 싶은 실험을 하도록 하는 

지원금 공모 사업이 거의 없다. 

소모임 운영 지원, 소셜 리빙랩 사업 등

시민의 참여로 지역 공동체 및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주민들에게 푸는 예산이 없다. 

도시재생 사업으로 팀당 500만 원을 지원해 주는 공모사업이 올해 시작했지만 

사업지 구역 주민들에게만 신청 조건이 한정되어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니 청년들이 공공이 오라는 대로 나타날 리가 없다. 

그들이 하고 싶은 것을 직접 할 수 있는 풀(pool)을 제공해 주는 게 중요하지 

그들이 하고 싶은 것을 짐작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준비해서 주는 건 

이제 지양해야 한다. 언제까지 우리가 지역의 아이들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물론, 이 돈에는 내 노동력에 대한 급여는 녹아 있지 않다. 

내가 들인 시간과 기타 개인적 자원들에 대한 대가 

이 모든 걸 나는 받지 않아도 이 일을 하기로 했다. 

내가 대가 없이도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대가라고 하면 스스로 얻는 만족감, 뿌듯함, 경험담 정도가 다였다. 

공모로 받은 돈들은 순수하게 사업들을 진행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이 소중한 돈으로 전시도 진행하고, 책자도 만들고, 굿즈도 만들고, 

연구도 진행하고, 교육과정도 운영하고, 축제도 개최했다.

허투루 쓴 돈이 없다. 

지출 증빙도 모두 깔끔하게 해서 제출했고

기사 보도도 시켜서 실적이 영구 기록되도록 했다.


모두 홍천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행복을 위하는 마음으로 

기획된 프로젝트들이었다. 

'내가 아니면, 이번이 아니면 안 된다' 

라는 사명감으로 지속해 온 것 같다. 

아무도 안 하고 있다면 그 처음이 내가 되어야 할 것 같았다. 


강원도에서 800만 원 예산을 받을 때는

단체 등록이 조건이라 비영리단체 고유번호증을 받게 되었다. 

단체 정관이라는 것도 써보고, 단체 직인도 만들고, 세무서도 가봤다. 

동아리 개념의 팀에서 시작한 취미사업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단체가 되어 있었다. 


수중의 예산을 운용하면서 

마치 작은 회사 하나를 운영해 보는 것 같은 경험을 했다.

이건 내가 돈 주고도 사지 못할 경험이었다. 

언젠가 창업을 한다면 도움이 될 훈련들이었다. 


내가 도시재생센터에 일하며 

공공예산을 운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거기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예산의 쓰임과 내용을 계획할 수 없었다면 

밖에서는 내가 원하는 내용으로만 사업의 내용을 기획하고 

주어진 범위 안에서 그에 필요한 예산을 정할 수 있었다. 


공공에서 제삼자를 시켜 주민들에게 필요할 것 같은 걸 만들어 주는 것보다 

주민들에게 직접 돈을 주고 하고 싶고 필요한 걸 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도시재생사업으로 주민들을 위해 만든 공간은  

주민이 주인이 아니라 여전히 공공이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교육이 끝난 주민들은 발걸음을 끊는다.

그 공간은 군이 만들었기에 군의 것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공공이 개입해 주도하면 주민은 주인의식을 잃어버린다. 


올 4월이 되어서야 홍천군에 청년 조례가 제정되었다. 

2019년 청년창업 조례 제정 이후 3년 만이었다. 

청년을 포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긴 것이다.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금 공모 사업들이 제공되면 좋겠다. 

청년들에게 필요할 것 같은 걸 만들어 주지 말고 

청년들이 직접 만들어 가도록 

이미 청년들이 하고 있는 일에 자원을 제공해 주는 게  

홍천 청년문화 발전의 지름길이 아닐까 한다. 

 

다음 공모 사업에 지원해 예산이 생긴다면 

홍천 청년들을 위한 공간(사랑방 개념)을 

청년들과 함께 만들어 운영하는 데 사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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