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히 Jun 12. 2024

회사에서 전화받을 때 피 거꾸로 솟는 한마디

- 여보세요? 여보세요오오오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회사 예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신입 사원 교육을 진행하는 나름 규모가 있는 회사라면 각종 예절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나 또한 대기업으로 입사를 했었기 때문에 회사 예절에 대한 교육을 받았었다. 막상 교육을 들어보면 그렇게 거창한 내용은 사실 없다. 상식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들이며 한 번 더 되짚어보는 정도의 교육이었다. 그때에 배웠던 내용을 더듬어 회상하자면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었다.


 회서에서 슬리퍼 신고 돌아다니지 말라, 자기 자리에서 슬리퍼를 신을 수는 있겠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서 이동해야 할 경우에는 신발로 갈아 신고 돌아다녀라.


 명함을 주고받을 때에는 상대방 기준으로 바로 읽을 수 있게 명함을 돌려서 전달하라. 미팅을 갖는 자리라면 받은 명함을 책상에 가지런히 올려놓아라. 그렇게 함으로써 이름과 소속, 직책에 대한 내용을 숙지하고 미팅에 임할 수 있다. 등의 내용이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더라도 한 번 들어놓기만 하면 십분 이해되는 상황들이라 향후에도 쉽게 까먹지 않는 내용들이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이상한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나게 된다. 이는 시대를 불문하고 나타나는 현상인 듯하다.


 코로나로 인해 대학교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집체 교육을 거의 시행하지 못했었다. 그 시기쯤 회사에 들어온 신입사원들을 보면 회사 예절을 배우지 못한 친구들이 많았다.


 내가 생각나는 부분이 있으면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해주었다. (이런 말을 한다는 거 자체가 젊은 꼰대로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신입사원들은 내가 하는 얘기를 잘 받아들여주었고, 회사 예절이란 게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도 회서에서 잘 적응하고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내가 본격적으로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회사에서 전화받을 때“이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대부분 “관등성명” 이란 것을 알 것이다. 관등성명이란 관=보직, 등=계급, 성=성씨, 명=이름의 뜻이다. 이를 회사에 대입해 보면 팀, 직급, 이름정도가 될 것이다.


 회사에서는 사내 전화를 사용한다. 내부에서도 자주 이용하고 외부에서도 사내번호로 전화가 종종 온다.


 내 기준에서 전화를 걸 때 피가 거꾸로 솟는 한마디가 있다. 바로 “여보세요?”이다.


 선배고 후배고 가릴 것 없이 “여보세요”라고 전화를 받는 사람을 정말 싫어한다. 사내 전화라는 것은 자신이 받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전화를 자신이 당겨서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전화를 받을 때, “OO팀, 김 OO 대리입니다. “라고만 해줘도 전화 내용이 훨씬 간결해진다.


 내가 전화를 걸고자 했던 팀과 사람이 맞는지를 물어보지 않아도 대답해 주는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 전화를 땡겨받았다면 나중에 다시 전화한다든지, 메모를 남겨달라든지 하면 된다.


 하지만 “여보세요? “라고 전화를 받으면 어떻게 될까?

내가 전화를 제대로 걸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OO팀 맞나요?” 팀 확인뿐만 아니라 이름도 확인을 해야 한다. “김 OO 대리님 맞나요? “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일인가? 신입사원들이나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친구들한테는 간혹 한 번씩 얘기를

해줄 때가 있다. 전화를 받을 때에는 여보세요가 아니라 자신의 소속 팀과 이름, 직급을 같이 얘기해주면 좋겠다고 말이다.


 신입사원들은 하얀 백지장과 같아서 얘기해 주면 스펀지처럼 잘 흡수한다. 모르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알려주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를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선배들의 태도이다. ”김 OO입니다. “ 혹은 ”네~“ 가 끝이다.

자신들의 직급에서 나오는 자부심 때문일까? 아니면 회사를 오래 다녔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알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런 사람 중에 일 잘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나는 그렇게 전화를 받는 사람들한테는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대답한다. 비록 내가 전화를 맞게 걸었고 상대방의 목소리로 누군지 알 수 있더라도 말이다.


 “OO팀에 김 OO과장님 자리로 전화 걸었는데, 김 OO 과장님이 맞으신가요?”라고 말이다.


 여보세요? 여보세요오오오오~??

부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면 이 말만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직급이 높아졌다고 지켜야 할 예의가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자율 복장이라면서요? 근데 왜 그렇게 말이 많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