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원장 Jan 02. 2020

집값에 대처하는 우리는 합리적인가?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른다. 강남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집을 사야 하는 건 이제 ‘참’ 명제다. 이상하다. 2008년부터 2014년 8월까지. 집을 팔지 못해서 발을 굴렸던 대중들은 왜 이제와 집을 못 사서 안달일까. 우리는 진짜 합리적으로 이 문제를 판단할 수 있을까? 우리는 합리적인가?

경제학의 오랜 고민이다. 우리는 진짜 시장에서 합리적 결정을 할까?  우리가 합리적이라면 당신은 왜 10년 전 미분양된 ‘반포 래미안’을 사지 않았나? (우리는 김연아 선수가 CF에 등장하면 삼성 에어컨을 3배 더 구입하는 존재다. 김연아와 삼성 에어컨의 B/C(비용 대비 혜택)는 무슨 관계일까...) 우리는 합리적이려고 노력하거나, 합리적이라고 착각할 뿐, 사실은 그닥 합리적이지 않다.

그렇게 불안한 존재라는 걸 사실 우리도 잘 안다. 그래서 제일 좋은 방법은 ‘남을 따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설계됐다. 대중들이 ‘그것’을 소비하거나 투자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것을 따라 한다. 투기시장은 늘 그렇게 완성된다.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도, 1920년에 웨스팅하우스에서 ‘라디오’를 선보였을 때도, 90년대 인터넷이 보급될 때도 그랬다.

‘THIS TIME, IT’S DIFFERENT!‘ 대중들은 그 제품을 소비하고 관련 자산에 투자한다. 자산시장은 과열되고 가격은 급등한다. 그리고 하락하거나 폭락한다... 투자하고 이익을 보고 손해보고, 시장경제는 이렇게 숙성돼왔다.

주가정보지가 처음 등장한 것은 1692년이다(조선 숙종 때다). 이 무렵 유럽에선 이미 주가 하락에 대비해 풋 옵션 상품이 등장했다.

17세기 지구에서 가장 부유했던 암스테르담에서는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 다시 주식에 투자((Margin Loan)했다. 유명 주식회사의 신주발행이 있는 날엔 런던의 주요 도로가 마차행렬로 이어졌다. ‘주식투기의 위험’을 경고하는 신문사설이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다.

1920년대 미국은 주식 투자의 천국이였다. 최후의 대부자 ’Fed’가 들어섰고, 금리는 자꾸 낮아졌으며, 포디즘(fordism)처럼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다. 그야말로 ‘다른 세상’이 왔다.(미국인들이 ‘BUY & HOLD’ 라는 말을 ‘I LOVE YOU’라는 말보다 더 썼다는 기록이 있다).

주가는 하지만 1929년 10월 폭락했다. 대공황으로 이어졌다. 자살자가 너무 많아서 뉴욕의 호텔은 체크인 때 ”숙박하실 거예요? 자살하실 거예요?“라고 묻는다는 블랙유머가 떠돌았다.

지구인이 투기에 휩쓸리는 경험은 거의 매년 되풀이된다. 지난 89년 일본 NTT의 주가는 주당 320만 엔까지 치솟았다. NTT 1개 기업의 시가총액이 독일과 홍콩의 모든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대중들은  그 주식을 못사서 안달이였다.

그 뒤 20년동안 니케이 지수는 아주 천천히 1/5 도막났다. 자산 가격이 오를 때 모든 것을 장밋빛으로 해석하던 전문가들은, 자산 가치가 떨어질 때는 떨어지는 낙엽도 악재로 해석한다. 시장은 공포에 잠긴다. 우리는 그런 존재다.

IT버블이 한창이었던 90년대 후반(이 무렵 미 플레이보이 표지에 뮤추얼펀드가 등장한 적도 있다)에도 그랬다. 주가는 한없이 올랐고 그러다 급락했다. 그랬다. 그랬다. 그랬다.

우리 수 백 년 시장경제에서 투자와 투기는 이렇게 늘 같은 패턴이다(우리만 호갱이 아니다. 수백 년 호갱의 역사가 있다). 다만 대중이 이걸 기억 못 할 뿐. 그리고 우리는 오늘도 대중을 따라 투자한다.

”개인으로서의 인간은 이성과 상식을 갖추고 있지만, 군중 속에서는 바보가 된다”-프리드리히 폰 실러(Friedrich von Schiller)

우리는 사실 용적률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아파트를 산다. 연준의 금리인하와 시중 유동성과의 관계를 잘 모르고 아파트를 산다. 물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모르고, 그래서 나에게 어떻게 재산세가 부과되는지도 정확히 모른다.

심지어 ‘아파트 실거래가’조차 확인하지 않고 집을 사는 사람도 봤다. 우리는 잘 모르고 ‘그것’을 산다. 그렇게 10억, 20억 되는 ‘용감한’ 결정을 한다. 이유는?  “많이 올랐으니까. 또는 다들 사려고 하니까...”의 논리가 대부분이다. 이걸 믿고 전 재산을 거는 투자를 한다.

“그럴 줄 알았다니깐...”
자산가치가 폭락하고 잔치가 끝나면 우리는 꼭 이런 신박한 분석을 내놓는다.  ‘사후판단 편향(Hindsight bias)’이라고 한다. 우리는 과거의 잘못된 선택을 심지어 제대로 돌아보지도 못한다. 대중의 집단 움직임을 더 잘 추종하는 사람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

이쯤 되면 투기를 부추기던 언론도 갑자기 돌변한다.‘어리석은 투자패턴을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낸다. 지난 08,09년~ 세계 언론은 모두 무릎 꿇고 반성 모드였다. 물론 금방 잊어버리고 몇 년 후 다시 투자 비법의 전도사가 됐지만.

서울의 집값이 단기적으로 참 많이 올랐다. 하지만 30년 주기로 보면 통계적으로 여전히 집값은 소비자물가나 코스피 상승률을 아주 조금 웃돌뿐이다. 누구는 아리팍(아크로리버파크) 같은 초고가 주택은 훨씬 더 오르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0.1%의 자산은 원래 훨씬 가파르게 오른다.

(에르메스 핸드백이 그렇고 얼마 전 전두환 씨가 찾았다는 압구정의 중식집 ’ 다이닝 마‘가 그렇다. 그 식당의 저녁 메뉴는 1인당 40만 원 짜리도 있다) 그것은 마치 ’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의 것‘ 같은 것이다. 그 중식당의 가격이 계속 오른다고 우리 동네 냉면 가격도 곧 5만 원이 될까...

우리는 합리적으로 시장에 반응하고, 합리적으로 잘 분석하며 그래서 합리적이라고 믿고 ’그 선택‘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매우 ’ 제한적으로‘ 합리적일 뿐이다.

 인간이 그렇게 자산 가치를 합리적으로 분석한다면, 89년 일본인들은 왜 NTT 주식을 사지 못해 발을 굴렸을까.  2009년 GS건설은 왜 반포자이 160채를 부동산 펀드에 1,400억 원에 통매각했을까?(미분양이 너무 심각해 떨이판매가 불가피했다). 2013년 당신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31평이 10억 원일 때 왜 구입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지금 우리는 왜 그토록 부동산 열차에 올라타지 못해 안달일까.

“우리가 곤경에 빠지는 이유는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라 뭔가를 분명히 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마크 트웨인

자 이제 고백할 시간이다. 우리는 호기심이 많고 성급하고 변덕스러우며 남을 따라 하며 사실 ’그 상품‘을 잘 모른다. 게다가 그 사실 자체를 잘 잊어버린다. 우리가 투자에서 툭하면 손실을 보는 이유가 비단 ‘운이 없어서’는 아니었던 거다.

진짜로 따져보자. 다수 대중들이 ‘그것’의 가격이 오를 거라고 믿는다. ‘그것’의 가격은 진짜 대중들이 믿는 것처럼 분명히 오를까? 진짜 오를까? 물론 우리의 무작정 따라 하기는 계속되겠지만.

첨부:서울 주택매매지수와 코스피지수 비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