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환해진다
연필심 꾹꾹 눌러 처음 써본 내 이름
자음과 모음으로 만드는 글자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본다
호수보다 깊은 눈에 돋보기를 걸치고
책 속의 글자를 더듬는다
듬성듬성한 머리칼 속에 숨겨진 보청기
소리 높이며 선생님 말씀 따라간다
호미 끝에 고구마가 달려 나오듯
손끝에 글자가 달려 나온다
배곯아 가며 끌려다닌 지난날들
고단했던 시간들이 사라진다
살아생전 네 편지 받아보면 소원 없겠다던
어머니의 사무친 그 말씀
한글자 한글자 힘을 모아 쓴다
굽어진 손으로 삐뚤빼뚤 쓴다
그리운 어머니 보세요
개나리 한창이던 봄날 먼 길 떠나신 어머니
칠순에 글을 깨치고 환한 세상 만나
노오란 그리움 한 움큼 편지에 띄운다
주름진 윤자 씨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