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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희 May 25. 2024

사랑초


말랑한 흙이 마음을 열면

언 땅 속 숨어있던 가느다란 심장

물 길어 올려

마알간 얼굴 내밀고

시샘하는 바람에도 아랑곳 않는다     


따사로운 햇살에

나풀거리는 시폰 블라우스

흩날리는 머리카락에

내려앉는 포근한 눈길  

가벼운 걸음걸이 경쾌한 투스텝     


살포시 고개 내미는 여린 잎새들

그 곁에 보일 듯 말 듯 피는 꽃잎들

손끝에 보드라운 생명의 숨소리 만져지고     


겨우내 빈 화분 흙 속에

죽었는지 살았는지 몰라 노심초사

흙 풀어지고 햇살 깊어지자

세상구경 나온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햇빛 따라 하늘하늘


숨어있던 생명이 기지개 켜는 날

봄날 잔치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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