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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희 Jul 13. 2024

하노이에서 퀴논을 그리다

       



음산한 가을비가 겨울을 재촉하는 서울을 떠나

도착한 하노이 

눈부신 밝은 태양이 나를 반겼다

화면 가득 보이던 거대한 돌덩어리들 하롱베이

까뜨린느 드뇌브의 「인도차이나」 영화에서 하롱베이로 숨어든 

베트남 연인의 사랑을 찾아보고 싶었을까

거대하고 무수한 돌덩이 속으로 숨고 싶었던 것일까      


생각의 끄트머리를 자르고

뱃머리를 가르며

하롱베이 거대한 바위 속으로 보이는 

아버지, 아버지 

베트남 어디에선가 흐르는 땀을 훔치며 보내온 엽서     


‘사랑하는 딸에게 

퀴논에서 아빠가‘     


갑자기 목울대가 꿈틀거리며 복받치는 설움

내 아버지의 체취가 

퀴논에서 하노이로 날아와 나를 일깨우는가

기억 속의 젊은 아버지가 나를 부른다

서울에서 고향 그리며 보았을 북녘 하늘 아래 원산

내가 하노이에서 가슴 에이며 보는 남녘 하늘 아래 퀴논 

마음은 퀴논을 향해 두고 

몸은 하노이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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