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5
올여름 멕시코로 떠난다. 우여곡절 끝에 정한 여행지다. 일정은 멕시코 시티, 산미겔 대 아옌데 과나후아토 칸쿤이다. 짐을 싸고 12시가 지났는데 잠이 안 온다. 여행의 설렘 뭐 이런 거 아니고 일행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14시간 비행이 부담도 되고 그랬다.
뒤척이다 잠이 들었는데 핸드폰을 보니 4시 37분
하늘이 난리다
천둥이 울고 번개가 치고 후드득 비도 온다. 창문도 닫을 겸 일어나려다 그냥 누워있다.
한숨이 저절로 난다.
낼 여행인데 비 맞으며 캐리어를 끌어야 하나?
첫날부터 별생각이 다 들고 심란하다.
깜박 잠이 들었나 보다. 시간을 보니 5시 반
일어나 보니 비는 그치고 날이 맑아지고 있었다. 천만다행이다
마지막 점검을 하고 공항으로 향한다. 한결 쾌청한 날씨가 여행 가는 기분을 돋운다.
공항 도착
감기 기운이 있고 기침이 나서 코로나 검사를 했는데 다행히 음성이었다. 노파심에 공항 병원 가서 약 받고 짐을 부치고 간단한 요기를 하기로 했다
면세점에서 미리 신청한 물품 받고 화장실 가고 하다 보니 밥 먹을 시간이 촉박해서 그냥 들어가기로 했다.
기내에서 이륙하는 순간쯤 잠들었는데 어느새 하늘을 날고 있다. 2시간 정도 푹 잔 것 같다. 배가 고팠다. 내가 자는 동안 모두 밥 먹고 치웠나 하는 의심이 드는 찰나 밥차가 다닌다. 파스타냐 비빔밥이냐에서 비빔밥이 이긴다. 빈속이라 아무래도 첫 끼는 밥을 먹어야 하니까
파스타 의문의 1패
밥 먹고 약 먹고 영화 ‘웡카’를 봤다. 한글 자막이 없어 그림 보고 대강 맞춰 봤다. 요즘 영어 원서로 마틸다를 읽고 있는데 마침 웡카가 로알드 달 작품이기도 하고 개봉관에서 보는 걸 놓치기도 해서 보았다. 환상과 꿈이 달콤한 초콜릿과 함께하는 유쾌한 영화 자다 깨고 또 자다 깼는데 아직도 10시간을 더 가야 한단다. 에구
운동도 할 겸 화장실도 갔다 와서 야식으로 신라면을 먹었다. 아직도 6시간 더 가야 한다. 좀 자야겠다.
아에로 멕시코 항공은 한국인 승무원을 태웠다. 여행이 한결 편하고 단순해졌다. 이것은 칭찬할 만하다.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났는지 자주 흔들린다. 그때마다
‘아 이차 운전기사 양반 운전 심하게 하네 빨리 내려야지 하다가, 아 참 비행기지’
하며 다시금 나의 둔감함에 혀를 내두른다.
자고 또 자고 지난 시간을 살면서 피곤했던 것을 다 푸는 듯 자고 또 잤다. 아침으로 오믈렛 먹고 커피 마시고 멕시코시티에 도착한다. 태양의 나라답게 창이 닫혀있는데도 기내가 환하다. 멕시코 시티가 나를 반긴다. 날씨가 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