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vs. 겨울
그래도 여름이 좋다. 바람에 얼굴을 에이고 움츠러들며 두꺼운 옷에 겹겹의 살을 찌우는 겨울보다 습하고 덥고 강렬한 햇빛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올여름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뜨거운 맛을 보니 과연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이 여름을 견뎌낸 것만으로 큰 일했다 싶다.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일어나는 자기를 보호의 신호들... 돌아보니 그렇게 버텨낸 것만으로 이 여름은 충분했다 다독인다.
쿨한 이별은 없다
8월에 이사를 앞두고 주변 지인들과 이별을 했다. 어색하게 만난 사람들이 어느새 삶과 마음을 나눌 정도로 친밀해졌다. 가족과 아이들을 위해 진심으로 잘 되길 기도하며 지켜봐 준 사람들과 헤어지려니 7월 한 달 마음으로 많이 울었다. 쿨하게 헤어지려고 해도 쌓아온 정들이 계속 훌쩍이게 한다. 나도 아이들도 그동안 받은 사랑이 많아서 다행이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어렵고 힘들었던 순간들도 이 시간은 미화가 된다. 모든 것이 배움과 경험으로 남아서 살아가는 자양분이 될 줄 믿는다.
미니멀니즘
7월 한 달 동안 정말 많이 주변에 나누고 버렸다. 헌 옷만 60kg, 75L 쓰레기봉투도 3개를 썼다. 대형 폐기물로도 1년 기준으로 쓰지 않는 것들은 스티커 붙여서 내놓았다. 언제 어디서 이렇게 살림살이 가짓수가 늘어가는지 모르겠다. 나름 필요한 것만 구입해서 맥시멀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버려지는 것들을 보니 뭘 저렇게 들이면서 살았나 싶다. 이렇게 버리고 이사했는데 더 작아진 집 평수와 수납 상황은 더 버리게 했다. 여백의 공간도 필요한 나로선 빽빽이 다 들어서 있는 꼴(?)을 볼 수 없다. 강제적 미니멀이지만 꽤 시원한 과정이었다. 이것을 한 여름에 했다는 게 힘겨웠지만...
이사는 여름에 하는 게 아니다
8월 가장 더운 날. 이사는 여름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덥고 더웠으면 더웠다. 이사 후에 정리를 하면서도 힘들어했다. "엄마, 이사 트라우마 생긴 거 같아." 딸의 말에도 정신이 차려지지 않고 시계가 멈춘 것 같았다. 더위를 먹었나 보다. 정돈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한 몫했다. 2주간 정리를 하면서 하루의 애씀과 내일의 변화만 바라고 산 거 같다.
인간은 적응을 한다
적응하는 인간에 경의를 표한다. 아이들은 전학을 했고 개학으로 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중학생 딸은 홀로 개학날 학교 교무실로 들어섰다. "야, 너 씩씩하구나. 혼자 오고." 그렇게 딸은 처음 자신을 반겨주고 칭찬해 주는 선생님을 따르게 됐다. 오리처럼. 아들은 초등학교 개학이 이전 학교보다 1주 늦었다. 개학을 그렇게 고대하던 아들도 학교 적응을 하고 있다. 영어 재시험을 보면서 말이다. (이 학교는 영어시험도 보고 재시험도 보는구나. 낯설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서 적응을 하는 이 시간의 변화를 한껏 느끼며 밥을 한다. 가장 나를 표현하는 시간일 것이다. 세상 현모양처가 된다. "적응하는데 힘들 텐데 라면만 먹일 수 없지." 어서 이 시간이 지나서 라면 편하게 먹이고 싶다. 현모양처는 적성에 안 맞아서...
그래도 루틴은 루틴이다
세 줄 감사일기와 운동은 습관이 잡힌 것 같다. 7,8월 감사 일기를 펼쳐서 읽어본다. 놀랍게도 그날의 내가 보인다. 성장메이트들과 함께 시작한 작은 움직임이었는데 이런 피드백으로 올지 몰랐다. 3줄의 글을 쓰고 있는 거라는 리더님의 격려도 마음에 남는다. 그래도 나는 나를 표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근력 운동은 의식하지 않아도 계속하게 되는 것도 기분 좋은 변화이다. 운동은 눈에 보이는 나의 표현이다. 지금보다 앞으로 더 좋아질 몸의 변화가 기대된다. 글을 읽는 습관은 더 다 잡아야 하지만 책이 없는 삶은 있을 수가 없다.
<2024 성장메이트 7,8월 Feedback Q>
1. 24년 나의 목표는? 다정한 선택, 즐거운 실행
2. 7, 8월 여름은 더웠고 살아남았다
3. 7, 8월 내가 잘한 것은 무엇인가요?
버리기, 계속 버리고 채우지 않기, 사랑을 표현하기, 감사일기 쓰기, 운동하기
4. 7, 8월 아쉬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글을 많이 쓰지 못한 것
5. 7, 8월에 배우고 성장한 것은 무엇인가요?
계획대로 되는 건 없다. 숨만 쉬는 것 같아도 하는 게 많다. 방학 동안 애썼다.
6. 내게 기쁨과 만족을 주었던 건 무엇인가요?
지인들과 나누는 사랑과 이별과 그리움, 그래도 잘 살았구나 잘 살고 있구나
7. 다가올 한 달은 어떻게 살아보고 싶으신가요?
시원한 바람이 부니 매일 한 문단이라도 글을 읽고 쓰고 싶다.
연말까지 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제빵, 요리등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해보고 배우고 싶다.
[2~5 질문의 출처: 밸류비스 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