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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에이드 Nov 09. 2024

찰나의 9,10월

여유를 원하면서도 시간이 막상 주어지니 그렇게 잘 놀지 못한다. 노는 시간이 희소할 때 진짜 즐겁고 아쉽게 보내지 않을까 싶다. 학창 시절의 10분 쉬는 시간이 그랬고, 직장 월차가 그랬으며, 육아 중 시간을 아껴가며 썼던 하루 외출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남편이 아이를 봐준다고 하는 날이면 며칠 전부터 기대하며 친구들과 얼마나 1분 1초를 아껴서 보냈는지 모른다. 시간의 여유가 충전인지 게으름인지 모를 그 경계에 빠졌다.



덩어리의 시간은 크게 보이고 지나면 빨라 보였다. 어떤 시간은 지루하고 느리고 어떤 시간은 벅차게 빨랐다. 지칠 줄 모르는 더위의 열기는 9월까지 계속되었고 추석의 무더움도 낯설게 계속됐다. 책도 재미없고 글도 써지지 않고 근근이 지내다 보니 결과물 없는 9월이 두려웠다. "만물은 자신과 닮은 것을 만든다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다." 세르반데스는 자신과 닮은 돈키호테를 만들었는데 자연의 섭리를 따르지 못한 증명할 무엇도 없는 9월이 외로웠다.



결국 인간이란 혼자서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요량인가 보다. 괜히 인간의 본성을 탓하는 게으름과 나태는 연대를 택함으로 바빠졌다. 10월에는 인스타그램에서 책 읽고 쓰는 <쓰기의 책장>과 슬초브런치 모임에서 <시 필사>를 시작했다.  같은 책을 읽으며 다양한 시선으로 보는 단상 글들을 만나면서 뇌가 살아 있음을 느꼈다. 온라인에서 만난 분들께 낯가리며 숙제 마감을 겨우 따라갔지만 배움이 컸다. 시 필사는 정말 재미있었다. <평생 간직하고픈 필사 시>는 마치 한 편의 시화전을 보는 듯하게 예쁜 필사집이다. 학창 시절 만났던 백석, 김영랑, 김소월 등 시인들은 불멸의 삶을 사시는 것 같다. 시인들의 작품들이 기억 어느 편에서 여전히 살아있다고 반가운 노스탤지어를 주었다. 그렇게 영향을 준 두 모임을 통해서 바쁘게 살아졌다.

 


'너 요새 뭐 해'라고 물으면 '책 읽고, 글도 쓰고, 운동해'라고 말을 못 했다. 그냥 집에 있다고 말하면서 상대가 짓는 여러 표정에 작아졌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워졌다. 원래 질서에서 무질서로 가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라고 한다. 보이는 무질서를 탓하지 말고 자연스러움을 인정하면 뭐가 달라질까. 차가운 바람이 불면 쓸쓸해지지 않을까. 브런치에 글 쓴 지도 10월로 일 년이 다 되어가고 이 글을 쓰며 인생을 돌아보는 성장모임도 12월이며 일 년으로 마무리진다. 함께해서 다행이었고 감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한편이 있다. 가을 타나... 찰나의 가을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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