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 정정하고 가자. 흔히 알고 있는 수소차는 수소차가 아닌, 수소전기자동차다. 지금의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연료를 산소와 섞어 폭발시키고 그로 에너지를 얻는 게 아니라 연료전지라는 것을 이용해 음극에서 수소분자의 전자를 분리시키고 수소이온이 되어 전해질을 통과하게 되고, 양극에서 아까 분리되었던 전자와 산소, 수소이온이 만나 물이 생성되는 순서다. 이 과정에서 분리된 전자가 이동하며 생기는 전기에너지를 사용하여 동작하는 게 수소전기자동차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수소탱크는 전기차의 배터리 역할을 하며 이 배터리에 충전된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 연료전지라는 것을 이용하여 전기에너지를 얻는다는 것이다.
수소와 전자가 제거된 수소이온
연료전지의 간단한 구조 및 원리도
기본개념을 뒤로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수소"를 들으면 '수소-수소폭탄-위험'이라는 생각이 마인드맵처럼 전개될 것이다. 본론을 꺼내기 전에, 안전성에 대한 오해를 풀고 수소전기차의 미래에 대해 논의 해보도록 하자.
안전성
● 수소에 대해
만약 고등학생 때 화학을 배운 기억이 있다면, 수소라고 다 똑같은 수소가 아님을 알 것이다. 수소라고 하더라도 중성자가 몇 개 이냐에 따라 전혀 다른 화학적 특징을 가지게 된다. 수소전기차에 사용되는 수소는 수소폭탄에 사용되는 중수소나 삼중수소가 아닌, 양성자가 단독으로 존재하는 수소분자이므로 일단 수소전기자동차와 수소폭탄의 연결고리는 끊어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익히 알기를 수소는 폭발성이 강한 물질이라 배웠는데, 이 경우는 해당이 안 되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누출된 가스가 모여 구름을 형성하고 그곳에 불이 붙으면 화학적 폭발이 발생한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기체인 수소는 빠르게 확산하여 구름이 형성되기 어렵고, 공기에 쉽게 희석되기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 말인 즉, 완벽한 밀실의 경우는 유출 시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다만, 터널이나 차고, 주차장과 같은 시설도 공기가 유입되도록 설계하기를 법으로 지정하고 있기에 현실적으로 그런 밀실은 고의적으로 만들지 않는 한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때문에 유출되었다 하더라도 배기시설에 의해 순식간에 날아가버린다는 것이다. 미국화학공학회와 한국산업안전공단의 말에 의하면 공기보다 가벼운 수소보다 아래로 깔리는 CNG가 더 위험하다고 일축한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대해 “수소는 석유화학, 정유, 반도체, 식품 등 산업현장에서 수십 년 동안 사용해온 가스로, 이미 안전관리 노하우가 축적된 분야”라고 밝혔다. 때문에 수소의 폭발 가능성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발표에 따르면 휘발유> LPG> 도시가스> 수소 순으로 위험하며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게 수소가 가장 안전한 에너지라 봐도 무방하다.
미국화학공학회와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위험도 평가
● 연료탱크에 대해
최근 강릉에서 수소탱크가 폭발하여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수소전기자동차를 탄다고 이와 동일한 경위로 이러한 비극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은 적다고 봐도 되겠다. 현 정부는 '물리적 폭발사고'로 결론을 지어가는 모양인데, 아까 설명한 '화학적 폭발'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수소 폭발은 물리적 폭발(Explosion)과 화학적 폭발(Detonation)로 구분하는데 앞서 설명한 화학적 폭발과 달리 물리적 폭발은 밀폐된 용기가 내부 압력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물리적 폭발은 과한 공기를 주입해 타이어가 폭발하는 상황을, 화학적 폭발은 TNT나 다이너마이트의 폭발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해당 사고의 수소탱크는 연구용 수소탱크로 강철을 용접해 만든 탱크이다. 용접으로 만들어진 탱크는 이음매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는 탄소복합섬유로 제작되는 수소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탱크와 전혀 다르다. 탄소복합섬유는 강철보다 10배 이상 강력한데다, 충격을 받으면 폭발하는 대신 찢어지면서 수소가 새어나간다. 시판되는 수소전기자동차인 '넥쏘'의 수소탱크는 앞서말한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제작해 철보다 10배 강하고에펠탑 무게(7300t)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수심 7000m에서도 안전하고, 파열, 화염, 총격, 낙하 등 17개 안전성 시험도 거친다고 한다. 또한 실시간 수소 누출을 모니터링하는 장치(수소누출감지센서)를 수소차 연료 공급 시스템 곳곳에 적용하고 센서가 수소 누출을 감지하면 수소탱크 밸브를 차단, 수소탱크 온도가 상승하면 강제로 수소를 배출한다고 말한다. 그 외에도 수소탱크가 폭발하지 않도록 화염방지물질(내화재)을 적용해 차가 완전히 불타도 수소탱크가 폭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자동차인 '넥쏘'의 화재 안전성 시험 사진, 의도적으로 차에 불을 붙인 모습이다.
'넥쏘'의 충돌 테스트 영상
수소전기차 넥쏘는 2018년 유로 NCAP '가장 안전한 SUV'로 선정되었으며 미국 비영리 자동차 안전연구기관인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기준으로 실시한 측면 대차 충돌 테스트에서 승객 상해, 머리 보호, 차량 변형 모두 GOOD 등급을 받은 바 있다.
● 안전성에 대한 결론
담백한 사실로 보면, 수소연료가 기존에 사용하던 연료에 비해 더 안전하며 세간의 인식을 감안한 바, 충분히 더 꼼꼼하게 설계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안전에 '과함'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수소라서 '특별히'가 아니라, 지금의 내연기관 자동차도 마찬가지로 끝없이 더 많은 안전장치를 추가해 나가야 함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수소전기차가 앞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친환경 논란이다. "수소차는 미세먼지를 걸러내고, 대기오염을 하지 않는 친환경 자동차다."라는 말에는 거짓이 없다. 하지만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 논란이 출발하게 된다.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에는 많은 방법이 있는데, 현재로써 제일 경제적인 방법은 '천연가스 개질'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기에 결과적으로 화석연료 의존도가 변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기술이 발전되고 있으니 다른 방법들이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기자동차의 문제들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는 말과 다를 게 없으므로 의미 없는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소전기차를 긍정적 시각에서 바라본 의견은 전기자동차의 발전은 곧 모터를 사용하는 수소전기자동차의 발전을 의미하기도 하며, 배터리의 경우 발전이 매우 더딘 것을 둘째치더라도 일반인들의 인식과 달리 '용량'외에도 많은 요인들에 따라 사용처가 결정되기에 새로운 기술이 전기차에 쓰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자동차의 스타트모터를 동작시킬 땐, 리튬이 아닌 납 배터리를 쓰는 것도 방전률과 작동온도, 메모리효과 등의 요인을 고려한 사안이다.)
두 번째로 충전소 확충이다. 현재 운영 중인 충전소는 전국에 30여개로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전기차와 동일하게 충전이 고되지만 1회 충전에 일반적으로 5분, 충전소의 수소 압력이 떨어진 상태라면 20분 정도이며, 완충 시 609km를 주행하기에 사실 현 수준에서도 전기차가 본인 집에 충전기가 있는 게 아닌 이상 외출하여 진행하는 충전시간을 생각했을 때, 전기차의 충전시간 동안 운전한다 생각하면 수소전기든 전기든 사정이 별반 다르지는 않다. 오히려 충전시간이 짧기에 그리고 충전을 위한 주입구나 스펙이 바뀌어 인프라를 변경할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소전기차는 현재 전기차와 동일선상이라 생각하면 앞으로 앞서 나갈 일 밖에 남지 않았다. [(전기차: 충전소이동(왕복40분)+충전시간(3시간)=3시간40분, 수소차: 이동시간(왕복3시간)+충전시간(5분)=3시간5분)으로 1차원적인 사고에 불과한 것도 사실이다.ㅎㅎ]
그 외에도 현대오일뱅크가 수소충전소를 늘리는데 속도를 붙였다는 사실과 2022년까지 310곳 이상이 개소된다는 점은 호재임이 분명하다. 또한 에너지신문의 2018.05.25일자 보도에 따르면 전국의1145개 LPG충전ㆍ주유소가 수소 복합충전소 전환 가능하다고 한다. 이는 LPG충전소의 40%이며, 주유소의 20%에 달한다. 이는 부지에 대한 평가에 불과하지만 부지확보의 문제는 어느정도 현실적 해결이 가능하다 보아도 될 것이다.
사실 이 외에도 수소차에 비관적인 사람들의 주장으로 복잡한 정비성과 연료 수송비를 언급하지만 지금도 자동차 정비를 할 줄 알고 타는 사람은 드물고 수송차량과 같은 장비는 1회 적인 지출이며, 이미 화석연료는 원활히 수급되지 않는가? 적어도 중동에서 원유를 수입하고 정유하여 전국에 나르는 과정의 수송비용보다 비쌀일은 없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소차의 미래에 투자하는 기업은 현대/기아자동차와 일본의 토요타이다. 전문가의 자문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원하는 어떠한 기업의 사람이든 연결을 중계해주는 일을 하는 주변 지인이 직접 토요타의 임원에게 수소차의 미래에 대해 질문을 해봤다 한다. 답변인 즉, 모든 차량의 차고지가 배정되어있는 일본의 경우 전기차 충전기 보급이 어렵지 않다고 전망하며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니즈는 서로 겹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한국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2부에 걸쳐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이야기를 풀어보았다. 공개적으로 나의 생각을 길게 풀어 올리기로는 처음이고 많이 미숙하지만,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작성한 글이기에, 잘못된 내용에 대한 지적이나 합리적인 비판이 있다면 마땅히 교정할 것이고 누군가 응원과 공감을 해준다면 기쁘게 답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