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하루365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희 Jan 24. 2022

커튼 속으로, 과거 속으로

요양 일기 #3

커튼 사이로 빛이 쏟아진다.


신랑이 나를 흔들더니 회사를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한다. 눈이 떠지지 않는다. 어젯밤에 늦게 자기도 하고 여러 번 잠을 깨서 그런가 보다. 일어나기가 싫다.


꿈을 꾸었다. 회사에 가는 꿈을 꾸었다. 악몽인가? 회사에 목발을 짚고 갔다. 낯설다. 꿈에서도 이제 나는 목발을 짚는다. 목발을 짚고는 있지만 다리가 아프지 않다. 그래서 걸어 보았다. 걸을 수도 있었다. 통증도 없다. 꿈에서도 ‘이상하네. 분명히 걷을 수 없었는데.’ 나는 생각했다.


신랑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나는 옆으로 누워 눈을 떴다. 안방 커튼을 뚫고 햇살이 보석처럼 쏟아졌다. 안방 커튼은 오래된 것이다. 예전에 동대문에 가서 천을 끊어다 만든 커튼이다. 전체적으로 연한 황금색에 무늬가 놓여 있다. 은사가 들어가 있어 은은하게 반짝인다.  당시 유행했던 천이 기도 하다.


동대문에 천을 구하러 갔었다. 결정장애   고르는 일이 즐겁지 않았다. 천의 가격을 물어보고 녔는데,

그러던 중에 한 천가게 주인은 내가 사는  알고 천을 잘랐다. 지금 생각하면 말이  된다. 나는 어렸고 사장님의 무서운 눈에 압도당해 그냥 천을 구입했다. 천이 어찌나 무거웠던지. 거실 커튼으로 샀기 때문에 무게가  나갔다.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겠다.


거실 커튼은   동안  사용했다. 여러 번의 이사를 거치면서 사용하지 않다가 다시 안방 커튼으로 매달아 놓은 것이다. 임시로 사용할 요량이었는데, 계속 사용을 하게 되었다.


 커튼도 전성기가 있었다. 집들이를 할 때면 사람들이 커튼이 예쁘다고 했다. 그런 말에 우쭐해지기도 하던  ‘ 있었다. 이제  안방 커튼은 전성기를 지나 뒷방 늙은이처럼 비밀을 간직한 , 가끔 빛을 낸다. 마치 ‘내가 왕년에는 말이야~’ 하고 말하는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나 잘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