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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Feb 22. 2022

과정을 무시하면 생기는 일

회상 #2

잠 안 오는 약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절친 4인방이 있었다. 그 친구들과 방과 후에도 몰려다녔다. 학교에선 매달 시험을 봤다. 월말고사라고 했던가. 매월 시험을 보고 평균 90점이 넘으면 상장을 줬다.


4인방 친구 중 한 명이 어느 날 시험공부를 같이 하자고 제안을 했다. 초등학생 때 스터디를 했다니.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그 당시에는 얼마나 진지했는지 모른다. 4인방은 한 해 동안 상장을 다 타 보자고 결의를 했다.(풋)


월말고사를 앞두고 우리들은 며칠 동안 모여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스터디라는 게 그렇다. 잘못하면 본전도 못 찾는다. 다들 해봐서 알 것이다. 나도 혼자서 그냥 문제집 풀고 틀린 거 고치고, 기본적인 외울 거 외우고, 못한 거는 찍기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다. ㅎㅎ


마지막 승부수란? 포기다!


아무튼, 모여서 공부하다가 수다 떨고, 군것질하고 노닥거리다가 시험이 코앞에 이르렀다. 우리들은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었다. 그 친구는 비장하게 자신에게 해결책이 있다고 했다. 일명 ‘잠 안 오는 약’을 먹고 시험 전 날 총정리를 하면 시험을 잘 볼 수 있다는 거다. 자신은 그렇게 해서 시험을 잘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잠 안 오는 약’이 뭐냐고 물었더니, 이름은 모르고 약국에 가서 달라고 하면 준다는 것이다. 그때는 수험생들에게 파는 약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래도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았다. 우리 4인방은 그 친구가 시키는 대로 한 명씩 약국에 차례대로 들어가 그 약을 샀다. 독약을 먹는 것처럼 무섭기도 했다. 그 약만 먹으면, 뭔가 뿅 하고 암기가 척척될 것 같은 야릇한 설렘도 있었다. 시험 전날 그 약을 먹고 우리 4명은 공부를 미친 듯이 했다. 서로 시험에 나올 것들을 찍어주기도 하고 핵심정리도 하면서 밤을 새웠다.


d-day날이다. 잠을  자서 정신이 몽롱했다. 그래도 열심히 공부한  생각하면, 엄청난 결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했다.. 비몽사몽 시험을 치렀다. 결과는   모두 참담했다. 여태까지 본시험  가장 최악이었다. 상장은 고사하고, 실수 대환장 파티였다.  시험 이후로 우리 스터디는 없어졌다.


목표만 쫒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인생은 과정도 포함이다.

때는 알지 못했다.


묘약이나 지름길도 없다.

있으면 좋으련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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