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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Jan 18. 2023

관찰이 먼저다.

정물화는 관찰하게 하는 힘이 있다.

관찰은 모든 것에 근본이 된다.


글, 그림, 인간관계도 다르지 않다.

잘 관찰해야 글도 제대로 쓸 수 있다.

그림도 유심히 보아야 그릴 수 있다.

인과관계도 타인을 알아야 수월해진다.


그림을 그리려고 사물을 보면 안 보이던 게 보인다.


 투명한 유리병의 반사광들이 낯설다. 그리기 전에는 단순해 보였던 사물이 이제는 복잡한 무언가로 변한다. 빛이 비친 사물은 색채가 다채로워진다. 빛의 반사와 그림자로 유리병은 코트를 입는다. 유리병 주둥이 아래로 들어간 코르크 마개 부분은 좀 흐릿해 보인다. 유리병의 목은 안과 밖의 병 두께로 어두운 줄무늬가 생긴다. 뒷 배경은 유리병의 몸통 안으로 구불어진다. 둥근 모양 때문에 빛이 굴절되기 때문이다. 가장 빛나는 부분들은 흰색이다. 투명유리에 반사된 빛이 흰색으로 보인다. 바닥은 초록빛이 감돈다. 유리의 두께감 때문에 빛이 덜 투과되어 그렇게 보인다. 흰색 하이라이트를 따라 빛의 위치를 상상해 본다. 그림을 바라본 위치에서 오른쪽, 위쪽으로 두시방향쯤 되지 않으려나 싶다. 이 빛의 방향이 바뀌면 유리병에 있던 모든 색감이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순간에 존재하는 사물을 한 폭의 그림에 멈추게 하고 빛을 상상해 보는 일은 멋진 일이다. 유리병의 둥근 모양새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그 자체인지. 빛 때문인지. 그것을 그렇게 느끼는 사람 때문이지…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한순간에 낯설어질 때, 다른 사람들은 그때가 언제일까. 그건 사물에서만 느끼는 게 아닌 것 같다.


내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순간순간 낯설어질 때가 있지 않은가? 빛 탓이려나? (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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