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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토리 Jun 04. 2024

낮말도 밤말도 다 아이들이 듣는다

B는 올해 45세로 두 아이의 엄마이고, 아이들의 아빠와 이혼한 뒤 그녀처럼 두 아이의 아빠인 남자와 현재 재혼해 같이 살고 있다. 아이들의 아빠와는 아직도 양육권을 두고 소송 중인데, 그 때문에 변호사 비용만으로도 몇천 파운드가 깨지고 있다고 한다.

B의 새 남편은 부인에게는 잘 하지만 그녀의 아이들에게는 딱히 좋은 아빠는 아니어서, 그의 아이들이 집에 놀러 올 때면 부인의 아이들은 자신들의 방도 내어주고 거실의 소파에서 잠을 자야 한단다.


J는 작년에 남편을 암으로 잃었는데, 그 뒤 몇 번 다른 남자들과 데이트를 하긴 했지만 결혼할 의사는 없다. 또 누군가에게 얽매이기도 싫고, 그렇게 누군가를 잃어버리는 경험도 다시 하고 싶지 않기에.


G는 37세의 싱글맘인데, 최근 만나는 남자친구는 28살이라고 한다. 그에 비해 A는 43살인데 그녀의 전 남편은 52세였단다. 폴란드에서 온 그녀와 결혼해서 아이까지 둘 낳았지만, 5년 전에 이혼하고 남편은 원래 자기가 살던 웨일스로 돌아가버렸다고.


참고로 나는 저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 심지어 저 중 몇몇은 얼굴만 대충 아는 사이다.


그런데도 나는 매일 그들의 내밀한 사정을 마치 내 친구인 것처럼 전해 듣는다.


누구에게?


바로 내 아이들에게. 특히 둘째인 딸아이에게.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20분, 아이는 재잘재잘 거리며 온갖 소식을 물어다가 전해준다.

보통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친구와 이런 일이 있었다, 정도지만, 가끔은 정말 온갖 이야기가 다 나온다.


예를 들면, 담임 선생님인 S는 매번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시는데 선생님 책상에는 늘 mini egg 초콜릿이 쌓여있다. 반에는 아주 말을 안 듣는 C란 애가 있는데, 그 아이가 한바탕 소란을 벌이고 나면 옆반 선생님이 꼭 초콜릿을 가지고 담임선생님을 찾아온다.


x반의 선생님 M은 하루에 에너지 드링크를 5캔씩 마신다.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많으신 것 같다. 그런데 저러다가 선생님 이가 다 썩을까 봐 걱정이다. 그 선생님 여자친구가 이번에 나이를 낳았는데, 그 애 이름이 xx라더라. 우리는 모두 그 이름은 정말 구리다고 선생님을 말렸지만, 그래도 생각을 바꾸시진 않는 것 같다.

선생님의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분명 그런 이름을 준 선생님을 원망할 텐데.


그런데 엄마 그거 알아? 그 선생님은 아직 결혼을 안 했대. 이제 아이도 있으니 프러포즈는 언제 하실 거냐고 물어봤는데, 지금은 아이가 어려서 안되고 내년에 프러포즈해서 결혼하실 생각이래. 여자친구는 25살이라던데? 정말 어리지 않아?


엄마, 친구 T는 자기 새아빠가 싫대. 새아빠 아이들이 오면 자기들을 차별한다고. 자기 아이들에게는 간식도 사주고, 티브이도 마음껏 보게 하면서, T랑 T의 형한테는 매일 잔소리만 한다던데?


엄마, I의 엄마 B는 두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대. 그래서 B의 엄마가 혼자서 B를 키웠는데, 그분이 저번 달에 돌아가셨대. 그래서 I가 결석을 했어.


이런 개인적인 사정뿐 아니라 누구네 집에는 뭐가 있다더라, 차는 뭘 탄다더라, 걔네 집은 방이 세 개 밖에 없어서 아이들이 방을 같이 쓴다더라. 등등.


아이들끼리 서로의 가족이나 집안 환경을 비교하는 건 꽤 흔한 일이다. 사실 이건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도 하는 일이니까.

저기 누구네는 집이 몇 평이라더라, 집값이 얼마라더라, 어디 직장 다닌다더라, 연봉이 얼마라더라, 거기 아들은 어디 대학 갔다더라, 거기 딸은 이번에 무슨 시험 붙었다더라, 등등.


학교에서 늘 붙어 있는 애들이니 당연히 자기들끼리 재잘재잘 말도 많이 한다.

요즘 유행한다는 밈부터 시작해서, 우리 엄마는 이런 거 좋아해, 우리 아빠는 어떤 일을 하기 때문에 출장이 잦아, 등등 가족들의 이야기도 필수로 나온다.


솔직히 아이들이 전해주는 누군가의 사정을 듣고 있노라면 가끔은 소름이 돋는다.

아니, 저런 이야기까지 한다고? 싶어서....


그럴 때면 새삼 깨닫게 된다.  


아, 말 조심해야겠구나.


차라리 집에 방전되지 않는 확성기 혹은 녹음기가 늘 시시때때로 돌아다니고 있다고 생각해야겠구나.


옛말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더니, 요즘에는 Sxrx 혹은 Gxxgxx 뺨치게 아이들의 귀가 늘 열려 있음을 몇 번이고 되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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