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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영 Mar 20. 2024

얼음을 녹여 줄 사람

어릴 적,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다니게 만든 놀이가 있다.

여전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

바로 "얼음 땡"이다.

술래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도망가다가 위기의 순간, 우린 외쳤다.


"얼음!"


얼음이 된 아이는 친구가 달려와 "땡!"해 줄 때까지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다.

얼음을 깨기 위해서는 살아남은 친구가 필요하다.

살아남은 친구의 터치와 땡!이라는 외침만이 얼음 아이를 살린다.


놀이터에서 얼음 땡 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개구쟁이 같은 미소와 들뜬 표정으로 술래를 정하고 술래가 열을 세는 동안 아이들은 사방으로 흩어진다.

열심히 도망가다가 절체절명의 순간!


"얼음!" 하고 얼음이 된 아이가 있다.


얼음 아이는 자신을 구해줄 친구를 기다린다. 어서 달려와 주기를 바라며 목을 빼고 기다린다.

손을 흔들기도 하고 나 여기 있다고 외쳐보기도 한다.

저 멀리, 삼엄한 경비를 뚫고 얼음 아이를 향해 달려가는 아이가 있다.

전력을 다해 뛰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내 다리에도 힘이 들어간다. 

얼음 아이는 달려오는 친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터치! 이어지는 땡!이라는 외침.

생명을 얻은 얼음 아이는 희망찬 얼굴로 달려간다.


아이들은 그 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

내가 그랬듯, 달아나기에 바빠 그 순간을 생각해 볼 겨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용히 바라보는, 

조금 어른이 된 나는, 

그 찰나가 감동적이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힘껏 달려와 준다는 것, 

내가 누군가를 위해 힘껏 달려간다는 것.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놀이인지 모르겠으나 삶과 맞닿은 놀이다. 


아이들의 얼음 땡 놀이를 유심히 바라본 것은 코칭 공간에서의 느낌 때문이었다.

코칭을 진행하다 보면 삶에서 얼음이 되었던 순간을 만난다.

그러면 그 순간을 함께 바라보고 따뜻한 마음과 언어, 시선으로 어루만져 준다.

그럼 신기하게도 그날의 얼음이 녹아내린다.

스스로 녹여보려 부단히 애썼던 날들이 무색할 만큼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이 녹아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무엇이 그렇게 강력한 빛이 되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에게는 힘껏 달려와 줄 한 사람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얼어붙은 나의 마음을 알아보고 터치해 줄 사람.

내가 손내밀 수 있 안전한 사람. 


존재 코치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권영애 소장님의 말처럼 살기 위해 얼었으니 다시 녹이면 된다.

차가운 얼음을 녹이는 방법은 따뜻함이다.

너무 늦지 않게 달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얼음이 되었다면 조금만 용기를 내 손 흔들고 목을 빼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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