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자연과 대화하며 공원을 걷노라면 구름이 반기고 달이 빛으로 인사한다. 바람은 옷깃에 대고 말을 걸며, 땅의 기운은 운동화의 밑창 미세 구멍 사이를 뚫고 들어와, 발바닥에 온기를 불어넣으며 나를 격려한다. 마음의 창문을 열면 언어의 알갱이들이 하나둘씩 밖으로 톡톡 튀어나와, 바람 소리에 올라타 춤을 춘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산책은 1년 전 글쓰기와 같이 하면서 그 기능도 진화했다. 그냥 걸었을 때보다 그 행복감은 몇 배에 이른다. 무엇이랄까. 희열 같은 것을 맛본다. 산책을 위해 몸을 움직이면 글쓰기를 위한 뇌가 작동하면서 마음을 치유할 때도 있다. 걷는 것을 넘어 사유하고, 걷다가 멈추고, 메모하고 다시 걷는 반복 행위들이 모여 작품을 위한 기능으로써의 변신도 일어난다.
그래서 걷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김곤의 <그날의 아이스아메리커노 속 얼음은 따뜻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