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백주간 1주차(창세1-2)묵상
정년퇴직을 한 요즈음 저는 아내와 같이 장모님을 모시고 밖에서 점심을 자주 합니다. 음식이 나오고 한 수저 뜨는 장모님을 바라보며 “어머니, 어떠세요? 맛있어요?”라고 내가 물을 때면 장모님은 “아니, 달아. 설탕을 많이 넣었네.”라고 말씀하실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제가 웃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럼, 이제 여기는 안 오시겠네요.”
제 말에 장모님이 거두절미하게 말씀합니다.
“응, 여기는 이제 안 울라네.”
옆에서 아내가 추임새를 이렇게 넣습니다.
“크크크.... 가고 싶은 식당 또 한 곳이 줄었네.”
사실 우리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합니다. 일상에서 먹는 즐거움이 활력소가 되곤 하니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음식을 맛있다고 할까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덜 달고, 덜 짜면서 건강에 좋고 다양한 양념거리가 주재료 안에서 조화를 이룬 음식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의 성경 말씀입니다.
“이렇게 하늘과 땅과 그 안의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창세기2,1)
하늘과 땅, 빛과 어둠, 물과 바다, 땅과 과일나무, 빛물체와 별, 생물과 새, 들짐승, 그리고 사람과 그의 협력자....
사람과 대자연이 조화를 이룬 신비스러운 광경입니다.
얼마 전에 아내, 딸과 일본 후쿠오카에 다녀왔습니다. 하루 2만 보 이상을 걸으며 여행은 건강할 때 하는 것이라고 새삼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성경 말씀을 읽으며 후쿠오카 여행길이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느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대자연이 주는 선물 때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저녁노을을 등에 업고 걸으며 자연과 호흡했던, 몸과 마음의 조화를 이룬 시간 안에서 주님께서 주신 소중한 선물, 바로 지금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말입니다.
오늘의 성경 말씀 안으로 들어가 행간 사이를 걷다 보면 광야에서 온갖 짐승들과 새들의 이름을 지어 부르며 밝게 웃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잠시 후 감빛 노을이 걷히고 어둠이 드리우자 모든 생물들이 떠나고 사람은 홀로 남습니다. 하느님이 그를 보시자 측은해하시며 그에게 숨을 불어넣어 협력자를 만들어 주시는 모습에서 하느님의 따스한 사랑을 느낍니다.
“주 하느님이 말씀하신다.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에게 알맞은 협력자를 만들어 주겠다.”
창세기 제2장 제18절의 이 말씀에서는 주 하느님께서 당신이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방점을 찍으신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협력자.
나는 아내의 협력자로서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딸에게 좋은 협력자라고 말할 수 있는가.
나는 장인장모님을 모시며 당신들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협력자로서의 길을 잘 가고 있는가. 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인 바로 나, 내 마음속에서 울리는 소리에 무관심하고 스스로를 억압하며 지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주 하느님께서 사람을 사랑하여 협력자를 만들어 주셨듯이, 가정에서 모임이나 단체에서 오만을 멀리하고 겸손과 배려를 친구 삼아 좋은 협력자로 생활하며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내 마음속 울림에 관심을 갖고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며 생활하면 기쁠 것입니다. 하느님이 엿새 동안 천지를 창조하시고 이렛날에 쉬셨듯이 때로는 자신에게 숨통을 틔워 주면서 말입니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