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말을 걸어온다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힘! 시간 앞에서 갖는 겸손한 마음이다

by 김곤

새벽에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다고 자연이 말을 걸어온다. 저물어 있을 시간임에도 포근한 달이 나를 반긴다. 휴대폰을 손바닥으로 가져간다. 엄지가 움직이며 버튼을 누른다. 가까이 좀 더 가까이...... 되뇌며 다가가 보지만 간격은 그대로다. 마치 신기루처럼.....


잡으려고 해도 또 해도..... 흘러가는 것이 시간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분단위, 초단위의 시간은 경기의 흐름을 삽시간에 뒤집는 힘이 있다.


2022년 도하월드컵 예선 최종전 대 포르투갈과의 후반전 추가 시간이다. 주어진 것은 6분이다. 이 시간 동안 골을 넣어야 16강이 보인다. 골을 넣을 수 있을까..... 하던 잠시 후다. 바라던 골이 터진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우리는 안방에서 거리 등에서 환호한다. 언저리 타임 1분도 채 안 지난 시점이었다.


농구는 공격시간이 제한되어 있어 몇 초 사이에 승패가 뒤집히기도 한다. 기록으로 순위를 결정하는 경우는 더 한다. 최근 하일빈 2025년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100미터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1000분의 1초까지 판독 후 금, 은을 목에 걸었다.


선수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마지막 휘슬이 불 때까지 최종 결승점까지 혼심을 다한다. 추가 시간에 또는 막판 레이스에 드라마보다 더 한 감동적인 역사를 쓰기도 한다.




시간.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무한한 존재이나 소유할 수 있는 만큼은 유한하다. 누구를 만나도 헤어질 시간이 있고 일을 할 때도 물건을 소유하더라도 기한이 있고 먹는 음식도 유통기한이 있다. 다 순간순간에 이루어지고 바람이 불듯 스쳐가는 것이 시간이다.


"그때 너는 뭐 했어?"라고 시간이 물어오면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자기 계발을 위해 무료 전화 외국어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아래는 지난해 한 동료와 대화 내용이다.

"주무관님은 전화영어 하세요?"

그가 물었다.

"네. 주무관님은 하세요?"

내가 말했다.

"아니요. 시간이 통 없어서요."

그가 말했다.

"지금 할 수 있을 때, 시간이 주어질 때 하세요. 돈도 안 들고 얼마나 좋아요!"

내가 말했다.



아내와는 가끔 결혼 전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지금까지 후회해 본 일이 있어?"

내가 물었다.

"있지. 내가 예전에 미술과 음악에 소질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었어."

아내가 말했다.

"미술? 피아노는 친 줄 알았지만, 미술은 웬 말?"

내가 말했다.

"화실에 갔었는데 원장님이 그랬어. 소질 있는데 왜 안 했냐고."

아내가 말했다.


아내는 아쉬운 듯 다시 말을 이어갔다. 요즘은 지나가다가 누가 꽃이 예쁘거나 경치가 좋다고 얘기해도 별 감흥은 없는데, 혼자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스피커에서 클래식, 특히 피아노 3중주 음악이 흘러나오면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껴. 그런 때에는 피아노를 계속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에 후회가 들기도 해.


나는 아내가 피아노를 할 수 있었던 그때, 시간에 대한 열정이 지금과 같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녀는 음대 피아노과에 지원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해 포기하고 재수를 한 후에 일반과로 시험을 치르고 대학 진학을 했다고 했다.




시간이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지금이야..."라고.


시간이 없다고 그 앞에 굴복하며 그냥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다. 주식을 매수할 때도 매도할 때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때를 놓치면 손해를 보기도 하고 다시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도 한다.


"시간이 없어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시작할 때 머뭇거리며 하는 말들 중 하나다. 시간은 많은데 쓸 용기가 안 나거나 소중하게 여기지 않아서는 아닐까 싶다. 우리가 소중한 물건을 다룰 때 얼마나 귀중하게 하는가.


"그것은 핑계야!"

라고 듣지만 시간이 거는 말 앞에 쉽게 대답을 못 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지난달부터 왕복 4시간 거리를 출퇴근하고 있다. 퇴근 후에는 도착역에서 약 50분 정도를 집까지 걸어간다. 이 동안은 사유에 사유를 덧칠하며 나와 대화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직장 동료들이 내게 "먼 거리 힘이 드시죠"라고 물어올 때면 "어차피 보내는 시간입니다. 지하철 안에서는 독서와 글쓰기를, 퇴근 후에는 역에서 집까지 걷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내가 어디에 있건 흐르는 시간은 같다. 그 흐름을 어떤 방향으로 몰고 가냐는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부정적 개념에 매몰되어 있다 보면 나도 그 안에 갇혀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다르게 생각하는 습관이 중요한 이유다.



시간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그대가 보내고 있는 지금 이 왕복 4시간은 곧, 그리고, 반드시, 보답해 줄 거야! 나는 배신을 몰라!"라고.


조각을 내어 사용하는 시간 앞에서 과자조각을 먹듯이 순간의 달콤함에 취해 산다면 몸속에 나쁜 이물질만 가득 차듯 그 소중함을 모른 채 지나가지 않을까 싶다.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힘! 그것은 바로 시간 앞에서 갖는 겸손한 마음이다.


늘 선택이라는 과제 앞에 놓이는 우리의 일상. 그리고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시간 앞에서 어쩌면 우리는 하고자 하는 의지와 미루고자 하는 게으름의 두 깃발이 나불대는 사이에서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하고자 하는 의욕 앞에서 나중에 하면 되니까 라는 미성숙의 용기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지금 할까, 말까?”


시간은 지극히 단순하다는 진리를 잊은 채로 우리가 스스로 복잡하게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시간은 우리의 머릿속에 만들어 놓은 매뉴얼대로 흐르지 않고... 지금이 쌓여 힘을 발휘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