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동하기 쉬운 맞춤법]
벌써부터 쫄깃한 면발에 소고기 몇 점을 저며 넣은 시원한 냉면이 그리워지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냉면을 먹다가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여기 저기서 '사리'를 추가해 달라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기도 한
다.
그렇다면 ’사리‘는 과연 일본말일까, 아니면 우리말일까?
얼른 생각하기에는 일본말로 생각하기 쉬우나, ’사리‘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사리'는 동사 '사리다'에서 온 말이다. 그리고 '사리다'는 '국수, 새끼줄, 실 등을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의 뜻이며, 그렇게 감아놓은 것이 '사리'인 것이다.
냉면 사리, 국수사리, 라면사리, 새끼줄 사리 등이 그것들이라 하겠다.
또한 동사로는 '새끼를 사리다’, 그리고 ‘이다음에 쓰기 좋게 줄을 잘 사려 둬라' 등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리고 뱀 등이 똬리처럼 몸을 동그랗게 감는 모습이나, 다른 짐승들이 겁을 먹고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를 나타낼 때 쓰이기도 한다.
'구렁이가 둥글게 몸을 사리고 있다'
'개가 겁을 먹고 꼬리를 사린 채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등으로 쓰이기도 한다.
또한 '사리다'는 사람에 관해서도 쓰인다. 어떤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겁을 먹은 나머지 슬슬 피하며 꽁무니를 뺄 때에 '몸을 사린다'고 한다.
한여름이면 비지땀을 흘려가며 하루 일을 끝내고 시원한 냉면에 사리 하나를 추가해 만족감을 얻는 보통사람들이야 전혀 몸을 사릴 일이야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정치계에서는 언제 구속이 될지 몰라 몸을 사리며 밤잠을 설치고 있는 정치인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기(將棋)를 두다가 상대방이 장군을 불렀을 때 궁(宮)이 어디로도 피할 수 없게 된 상태를 '외통'이라고 한다.
'외통'은 이 밖에도 '오로지 한 곳으로만 트인 길'이라는 뜻인데 이와 같은 뜻으로 '외곬'이 있다.
'외곬'은 '외골수' '외곬수'와 자주 혼동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외곬‘과 ’외골수‘는 맞지만 ‘외곬수'는 틀린 표기다.
그리고 얼른 생각하기에는 '외곬'과 '외골수'는 서로 비슷한 것 같지만 그 의미가 서로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
즉, '외곬'은 '단 한 곳으로만 트인 길'이라는 뜻 외에 '단 하나의 방법이나 방향'이란 뜻도 가지고 있다. 후자의 뜻일 때는 주로 '외곬으로'의 형태로 쓰인다.
'외곬'은 '외-' 즉, '하나인' '한쪽에 치우친'의 뜻과 '한쪽으로 트여 나가는 방향이나 길'의 뜻인 '곬'의 뜻이 합쳐진 말이다.
그리고 '외골수'는 '외−+ '골수(骨髓)'로 이루어져 '단 한 방면으로만 파고드는 사람'을 이를 때 쓰이는 말이다.
- 그 사람을 너무나 사랑했기에 나의 외골수 사랑이 안타까워 소중한 추억들을 조금은 남겨 놓아야겠습니다
- 그 젊은이는 너무 외골수로 치우쳐 고지식하기만 할 뿐 융통성이라곤 전혀 없다.
- 회사 측과 노조가 상대방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한 채 외골수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
다시 간단히 쉽게 설명하자면 '외골수'는 '사람'에 한정해 쓰이며, 방법이나 방향 또는 길과 관련해서는 '외
곬'을 쓰면 된다.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외골수'여야 하지만 생각이나 사상이 '외곬'으로 치우쳐선 안 될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