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동하기 쉬운 우리말]
다음은 누구나 어린 시절에 즐겨 불렀던 동요 ’기러기‘의 2절을 적어 놓은 노랫말이다.
♬ 명경같이 맑고 푸른 가을 하늘에
등불가에 젖은 달빛 ’고즈너기‘ 내릴 제
줄지어 가는 기러기 떼야
서리내린 저녁 길에 어딜 찾아가느냐 ♬
위의 노랫말 중간에 ’고즈너기‘란 낱말이 나온다. 그런데 ’고즈넉히‘라고 쓰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그렇다면 ’고즈너기‘와 ’고즈넉히‘ 중 어떤 말이 맞는 말일까?
정확하게 말하면 둘 다 틀린 말이다. ’고즈넉이‘가 맞는 말이다.
’고즈넉이‘란 ’한적하고 아늑하게‘란 뜻을 가진 부사이다.
< 예 문 >
* 등불가에 달빛이 ’고즈넉이‘ 내리고 있었다.
* 그 노인은 지팡이로 두어 번 물을 휘저어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무거운 몸을 고즈넉이 일으키고 있었다.
* 오랜 시간 그 자리에 가만히 고즈넉이 앉아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현재 우리들은 아무 생각없이 마음을 고즈넉이 가라앉히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뻐꾸기‘는 왜 ’뻐꾹이‘라고 적지 않고 ’뻐꾸기‘라고 적는 것일까?
한글맞춤법에 따르면 '~하다'나 '~거리다'가 붙는 어근에 '~이'가 붙어서 명사가 된 것은 그 원형을 밝혀 적기로 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꿀꿀' '오뚝' '쌕쌕(제트기)' 등, 원래 형태를 그대로 살려주기로 한 것이다.
< 보 기 >
꿀꿀거리다 → 꿀꿀이, 눈 깜짝하다 → 눈깜짝이
삐죽하다 → 삐죽이, 살살거리다→살살이
쌕쌕거리다 → 쌕쌕이 오뚝하다→ 오뚝이
푸석하다 → 푸석이 홀쭉하다→ 홀쭉이 등.
그러나 '~하다'와 '~거리다'가 붙을 수 없는 어근에 '~이'나 다른 모음으로 시작되는 접미사가 붙어 명사가 된 것은 그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다.
< 보 기 >
개구리, 귀뚜라미, 기러기, 깍두기, 꽹과리, 날라리, 누더기, 두드러기, 딱따구리, 매미, 부스러기, 뻐꾸기, 얼루기 등이 그것들이다.
단, 위의 <보기>에 '깍두기' '부스러기' 등은 '깍둑하다'나 '부스럭거리다'로 말이 되지만 그 뜻으로 볼 때 꼭 여기에서 온 말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깍둑이'와 '부스럭이'로 적지 않기로 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뻐꾸기, 꾀꼬리, 개구리와 같은 이름은 각각 그 동물이 내는 소리와 깊은 관련이 있다(뻐꾹, 꾀꼴 개굴)
또 '제트기'를 속되게 이르는 말인 '쌕쌕이’나 식욕이 심한 사람을 돼지에 비유해 이르는 말인 '꿀꿀이'도 그 물체나 동물이 내는 소리인 '쌕쌕' '꿀꿀'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