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밸런스 게임
근 한 달간, 글쓰기와 멀어진 일상을 보냈다.
정확히 말하자면, 쉽사리 글을 쓰지 못했다.
평소 내가 글을 쓰는 시점은, 머릿속에 머무는 수많은 고민들이 생각의 회로를 거쳐 나름대로의 결론이 지어질 때에 그 생각을 기록하고 정리하곤 했다. 머릿속에 끊임없이 물음표만 가득 찬 상태에서 생각의 결론이 나지 않을 때에는 쉽사리 글을 써 내려가지 못했다.
결론이 있어야만 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글의 말미에는 맞든, 틀리든 결론이 지어져야 마음이 편안했다. 열린 결말을 너무도 싫어하는 내 성향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선택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 할 때 행복했을까?
나는 치열하게 인정받으며 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일까?
쉼에서 느끼는 여유와 안락함을 좋아하는 사람일까?
질문에 답을 내리기가 어렵다. 어릴 적엔 잘못된 선택을 해도 그 기로를 틀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보장되었기에, 과감하게 선택할 용기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오늘의 나의 선택이 내일의 내 커리어와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대한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알기에 쉽사리 선택을 하지 못한다.
그간의 내 삶의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판단하여 좋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어떤 선택이 나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까? 조금은 덜 후회할 수 있을까? 점점 내 선택에 대한 결과가 예측되지 않기에 결정을 내리려면, 나를 마주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하는데 어째 마주할수록 나라는 사람에 대한 깊은 늪에 빠져들었다.
최근의 밸런스 게임이 유행이다.
말 그대로 각 선택지에 붙는 전제조건들을 비교해서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게임이다.
인생도 밸런스 게임의 연속이다
그때그때 주어진 내 상황과 조건 속에서 한 가지를 골라야 한다. 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한다. 오랜 사회생활과 다양한 인간관계로 여러 성격과 취향, 가치관이 혼재되어 버린 상태에서, 내가 원래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아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지만, 조금이라도 더 나에게 나은 선택을 고르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뭘 선택하든 완벽하게 좋은 답을 고를 수 있는 기회는 인생에서 그다지 많지 않다.
애매하게 하나를 포기해야 하거나, 애매하게 하나를 더 얻을 수 있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렇다면, 인생의 밸런스 게임에서 내가 고른 한 가지 답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되는데 그 잃은 것과 얻는 것의 크고 작음은 수십 년 간 살아오면서 습득한 내 경험치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욕심의 기준이다. 그렇지만 밸런스 게임을 보면 느낄 수 있듯이 뭘 선택해도 그보다 조금 더 낫거나, 조금 덜 안 좋을 뿐이다.
어쩌면,
인생에서 최적의 선택을 고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너무 최적의 선택을 하기 위해 기를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최근의 나는 두 가지 문제 중 선택의 기로에 있었다. 주변의 의견도 많이 구했고, 나에게 더 나은 선택은 무엇일까 결정하기 위해 나 자신도 많이 돌아보았다. 결국,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것을 선택해도 선택하지 않은 나머지 길에 대한 후회가 남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게 될 수 있다는 인생의 진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결국, 나는 결정을 했다.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 오늘의 내 결정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애매한 상황이라면 최적의 선택을 하기 위해 너무 애쓸 필요 없다.
애초에 애매한 선택지였다.
어떤 게 나은지 솔직히 살아보지 않고서는 잘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 바로 명확한 결론을 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몇 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모르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오늘의 내가 내린 선택을 내 스스로가 존중해주고, 그 결과가 주는 인생의 방향에 순응하는 연습을 천천히 해보려고 한다. 내 선택이 가져올 훗날의 열린 결말을 받아들이고, 선택을 위한 고민에 들이는 힘을 조금 빼보는 것이다.
인생의 선택지에서
열린 결말도 받아들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