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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u Jan 23. 2021

애매한 선택

인생은 밸런스 게임

 근 한 달간, 글쓰기와 멀어진 일상을 보냈다.


 정확히 말하자면, 쉽사리 글을 쓰지 못했다.

 평소 내가 글을 쓰는 시점은, 머릿속에 머무는 수많은 고민들이 생각의 회로를 거쳐 나름대로의 결론이 지어질 때에 그 생각을 기록하고 정리하곤 했다. 머릿속에 끊임없이 물음표만 가득 찬 상태에서 생각의 결론이 나지 않을 때에는 쉽사리 글을 써 내려가지 못했다.


 결론이 있어야만 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글의 말미에는 맞든, 틀리든 결론이 지어져야 마음이 편안했다. 열린 결말을 너무도 싫어하는 내 성향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선택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 할 때 행복했을까?


  나는 치열하게 인정받으며 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일까?

  쉼에서 느끼는 여유와 안락함을 좋아하는 사람일까?


 질문에 답을 내리기가 어렵다. 어릴 적엔 잘못된 선택을 해도 그 기로를 틀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보장되었기에, 과감하게 선택할 용기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오늘의 나의 선택이 내일의 내 커리어와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대한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알기에 쉽사리 선택을 하지 못한다.


 그간의 내 삶의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판단하여 좋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어떤 선택이 나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까? 조금은 덜 후회할 수 있을까? 점점 내 선택에 대한 결과가 예측되지 않기에 결정을 내리려면, 나를 마주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하는데 어째 마주할수록 나라는 사람에 대한 깊은 늪에 빠져들었다.



 최근의 밸런스 게임이 유행이다.

  그대로  선택지에 붙는 전제조건들을 비교해서   하나를 고르는 게임이다.


인생도 밸런스 게임의 연속이다


 그때그때 주어진 내 상황과 조건 속에서 한 가지를 골라야 한다. 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한다. 오랜 사회생활과 다양한 인간관계로 여러 성격과 취향, 가치관이 혼재되어 버린 상태에서, 내가 원래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아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지만, 조금이라도 더 나에게 나은 선택을 고르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뭘 선택하든 완벽하게 좋은 답을 고를 수 있는 기회는 인생에서 그다지 많지 않다.


 애매하게 하나를 포기해야 하거나, 애매하게 하나를 더 얻을 수 있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렇다면, 인생의 밸런스 게임에서 내가 고른 한 가지 답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되는데 그 잃은 것과 얻는 것의 크고 작음은 수십 년 간 살아오면서 습득한 내 경험치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욕심의 기준이다. 그렇지만 밸런스 게임을 보면 느낄 수 있듯이 뭘 선택해도 그보다 조금 더 낫거나, 조금 덜 안 좋을 뿐이다.


어쩌면,
인생에서 최적의 선택을 고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너무 최적의 선택을 하기 위해 기를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최근의 나는 두 가지 문제 중 선택의 기로에 있었다. 주변의 의견도 많이 구했고, 나에게 더 나은 선택은 무엇일까 결정하기 위해 나 자신도 많이 돌아보았다. 결국,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것을 선택해도 선택하지 않은 나머지 길에 대한 후회가 남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게 될 수 있다는 인생의 진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결국, 나는 결정을 했다.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 오늘의 내 결정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애매한 상황이라면 최적의 선택을 하기 위해 너무 애쓸 필요 없다.


 애초에 애매한 선택지였다.


 어떤 게 나은지 솔직히 살아보지 않고서는 잘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 바로 명확한 결론을 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몇 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모르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오늘의 내가 내린 선택을 내 스스로가 존중해주고, 그 결과가 주는 인생의 방향에 순응하는 연습을 천천히 해보려고 한다. 내 선택이 가져올 훗날의 열린 결말을 받아들이고, 선택을 위한 고민에 들이는 힘을 조금 빼보는 것이다.


인생의 선택지에서
열린 결말도 받아들이기




남양주 한 카페에서  by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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