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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이모 Jan 07. 2022

우리 집 이빨요정

Living with a tooth fairy

내 이럴 줄 알았다.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역시 그래서는 안 되었던 것. 작년 가을학기에 1학년으로 입학한 아이의 보스턴 아파트 입주일이 9월 1일이라 8월 마지막 5일간 근처 호텔에 있었다. 반년에서 1년 쓸 짐을 23kg x 3개의 가방에 넣고 작은 가방에 5일간의 생활 용품을 넣었는데 잇몸 약한 내가 쓰는 치약은 아뿔싸 큰 가방에... 칫솔은 가지고 다니던 것이 있고 호텔 로비 편의점에서 치약 하나 사면 될 것을 무슨 오기에서인지 호텔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치약으로 대충...


9월 1일 입주 후엔 한국의 아파트와는 너무나 다른 집 환경에 처음 1주일은 청소용품 사고 밤낮 쓸고 닦고 또 샤워 커튼, 샤워기, 인터넷 등등을 달고 나중에는 메인터넌스 미국인들도 우리 집 올 때는 대문 밖에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고 들어왔다.  샤워기가 보통 높은 곳에 붙박이로 있는 미국 아파트 욕실, 아마존으로 시켜서 샤워 호스 달아주러 오신 그리스계 미국인은 화장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여기저기 살펴봐 주면서 화장실에서 잠을 자도 되겠다며 청소 잘했다고 칭찬 (??)을 계속했다.


아마존이 인수한 근처 Wholefoods의 음식과 주스도 맛있어서 아침저녁으로 많이 먹었다.  피곤할 때는 온갖 초콜릿과 쿠키도 흡입했다.  단것이 들어가니 피곤함이 덜해서 그렇게 즐겁게 하루 이틀 지났다.  그런데 문제는 귀국 후....


자가격리 때문에 답답해서 인지 나갈 수가 없으니 나 자신에 집중해서 인지 4일째부터 머리가 아프더니 이가 너무 아팠다. 잇몸이 워낙 약해서, 또 아이 둘 낳고 턱관절 문제로 늦은 치아교정을 3년이나 했던 차라 정말 치통이라면 너무너무 무서워...   너무 아파서  나의 자가격리를 담당하는 구청 직원분께 긴급하게 문자를 넣었다.  이가 심하게 아프다고.  담당자는 상부에 보고하고 주위에 상황을 이야기하고 받아주는 치과가 있으면 미리 허락받고 일정 시간 병원 방문이 가능하다고 했다.  PCR 음성이 나오고 지금 자가격리 중이다라고 이야기를 하며 치과 서너 군데 전화를 하니 한 곳에서 방문해도 좋다고 했다.   치과 병원과 보건소 직원 간에 연락이 오가고 나는 이동시간 포함 2시간 동안 치과에 가도 된다.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지만 보건소 담당 직원의 권유로 운전을 하였고 치과에서는 여러 검사를 거쳐 통증을 유발하는 어금니를 바로 발치할 것을 권유했다.  너무 아프니 그래야 하나 하다가 아직 격리 기간이니 일단 격리 끝나고 다시 오겠다고 했다.  남은 격리 기간에도 많이 아팠고, 그래도 잠시 치과를 방문했을 때 소독하고 넣어준 약 덕에 점점 통증과 잇몸의 붓기가 가라앉는 것 같았다.


격리가 끝나고 격리 중에 갔던 치과에 다시갔다.  답은 임플란트밖에는 없다고 했다.  아직 발치 하기에는 좀 아까워서 평소에 다니던 치과에 갔다.  거기서는 간단한 소독과 잇몸 치료 후 지켜보자고 했다.  그런데 이것도 아닌 것 같아 지인이 소개한 근처 다른 치과에 찾아갔다.  많은 검사와 사진 촬영 후 일단 잇몸치료를 하고 크라운으로 마무리하자고 했다.  지난번 통증과 증상을 보았을 때 그냥 두는 것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발치하기에는 아까운 것 같아 중간적인 치료를 제시한 병원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어금니 크라운은 처음이 아니라 2-3번 정도 잇몸 치료와 본을 뜨고 나면 치료가 마무리되겠지 싶었는데 왼걸, 정말 처음에는 과하다 싶게 꼼꼼히 좀 느리다 싶게 찬찬히 진단하고 치료해 주셨다.  크라운까지 9번의 치료를 받았고 완성된 크라운을 끼울 때 조금 헐거울 것 같다고 조금 두껍께 해서 옆니 흔들림 까지 잡아주자고 멀쩡한 크라운을 새로 다시 만들어주셨다. 11번의 방문 후 나는 잇몸뿐 아니라 마음도 치유가 되었다.


그리고 새 크라운을 쒸우고 '이제 6개월 후 정기 검진 문자 받으시면 나오세요'라는 인사를 듣고 집에 오니 딸아이가 기대도 못했는데 예쁜 꽃다발을 준비해 주었다.  빨간 장미와 안개꽃 그리고 꽃잎이 치아 같은 예쁜 꽃까지!  그리고 이 치료를 잘 끝내서 수고했고 축하한다는 편지와 용돈도 이빨 요정의 이름으로 넣어주었다.


아이의 유치에 충치가 심해서 크라운을 6개나 씌웠던 기억이 났다.  아프고 무서우니 웃음 가스도 활용했고 치료가 끝나면 플라스틱 반지나 자동차를 치과에서 주기도 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치아가 빠지면 지붕에 던지고 '까치야 까치야 헌 이빨 가져가고 예쁜 새 이빨 다오' 했던 기억도 났지만 요즈음엔 던질 지붕이 딱히 없다.  그래서 두 아이 키우면서 유치는 모아 두었다.  요즈음은 Tooth box라는 것을 팔아서 치아 번호대로 보관도 한다는데 그렇게는 못하고 대신 아이 치아가 빠지면 모아 두고 그날 밤 베개 아래 약간의 용돈을 넣고 이빨 요정의 메모를 함께 넣어주곤 했다.  녀석 그런 기억이 났는지..  어느 사이 이렇게 컸는지...  섬세하고 사랑이 많은 딸덕에 내 치아는 앞으로도 이빨요정이 잘 관리해 줄 것이 틀림없다.




십수년전 긴 치아교정을 끝낸날 당시 6세이던 우리집 이빨요정이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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