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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이모 Feb 19. 2024

은혜를 은혜라 말하지 않은 죄

히스기야가 마음이 교만하여 그 받은 은혜를 보답하지 아니하(역대하 32장

사순절 첫 주일 설교 제목이다. 히스기야는 병에 걸려 죽게 되었을 때 벽을 보고 하나님께 부르짖어 15년의 시간을 얻고 그것을 위해 하나님은 해시계의 그림자를 10도나 뒤로 물리게 하는 기적을 보여주셨다. 그러나 바벨론 사람들이 왔을 때 금은보화 창고와 무기고를 보여주고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은 쏙 빼놓았다고 한다. 결국 그가 보여준 보물들과 무기는 바벨론의 것이 되고 히스기야의 백성은 바벨론의 포로가 되었다고 한다.


평생 하나님의 은혜 속에 크고 작은 기적을 경험한 나는 더 이상 은혜를 은혜라 말하지 않은 죄를 지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아들의 생일을 맞아.. 그래 딱 이 시간 이맘때 나는 10여 시간째 산고에 있었지. 그때도 '우수 (24 절기 중 봄비가 온다는 날)' 였고 새벽에 비가 왔어. 훨씬 더 추웠던 것 같은데...  나는 생각나는 데로 은혜를 몇 가지만 우선 은혜라 말해보기로 한다.


1. 큰아이를 순산한 은혜. Made in Maldive 인 튼튼이 녀석. 예정일 3일 앞두고 휴가를 받았는데 이후 2주간 나올 생각을 안 해서 걷기 운동도 많이 하고 ㅎㅎ.  예정일과 나의 야간 대학원 졸업식날이 겹쳐 지금은 없어진 후암동 모 산부인과 병원에서 석사 논문과 졸업장을 받았던 기억도 생생하다.  진통이 와서 입원했는데 하루종일 힘만 쓰고 아침에 다시 시작하자는 의사 선생님 말씀 대로 기운을 차리려 잠을 청하는데.. 그래도 남편이 신혼여행과 임신 기간에 촬영한 비디오를 가지고 와서 보여 주면서 힘내라고 좋은 음악과 함께 위로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당시 모 아트센터 건립에 관여했던 남편은 다음날 아침 일찍 출근하고 (그땐 그랬지) 친정엄마와 큰언니의 큰 기도 소리와 그리고 평소에 연습한 호흡과 함께 좋아하는 찬송가와 노래들을 계속 머릿속으로 혹은 입으로 흥얼거리며 통증을 덜 느꼈다.  여자는 순산하고 나면 더 건강해진다는 순산 7명의 레전드 친정 엄마의 말을 믿고 나는 앞으로 더 튼튼해질 생각에 해산의 고통을 빨리 잊을 수 있었다. 감사 또 감사!


2. 둘째 아이를 순산한 은혜.  꽃님이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예쁜 것을 좋아했다.  그 해 11월 나는 임신 사실을 모르고 호주 출장길에 올랐는데 귀국하는 공항에서 베네통 여아 옷이 너무 예뻐 보여 그냥 무조건 샀다. 지금 생각해도 딱히 줄 사람도 없는데 그때 여자 아이 옷을 왜 샀는지 ㅎ  더위가 최절정에 다다른 여름밤 저녁 '남산'만 해진 내 배를 보시고 무조건 병원으로 가라는 시어머니 말씀과 병원에 일찍 가면 더 아프기만 하더라는 나의 말 사이에 남편은 일단 나를 차에 태우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엄청 크게 틀고 남산 순환 도로를 계속 천천히 드라이브해 주었다. 그때 귀에 꽂힌 노래가 Frank Sinatra의 "New York, New York" 한두 시간 그렇게 여름밤 내가 좋아하는 남산을 도니 마음도 편해지고 이제 병원에 가도 될 것 같아 입원 서너 시간 음악과 호흡으로 견디며 진통 후 꽃님이는 아주 크고 예쁜 울음소리를 내며 세상에 나와 주었다. 탄생일에 들었던 노래들 때문인지 녀석 Frank Sinatra에 버금가는 가수가 되려는지 지금까지 노래. 또 노래. 감사 또 감사!


3. 다시 현시점으로 돌아와 나는 작년 3월 말 늦은 저녁에 상완골 골절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고 수년 전 손가락 뼈가 부러졌을 때를 생각하며, 그리고 119차에 누워서 응급실에 가는 것은 싫어서 일단 고등학교 때 배운 스카프를 이용한 팔 고정법으로 왼팔을 고정하고 다음날 일찍 병원에 갔는데  왼팔 뼈에 철판을 데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집에서 멀기도 하고 그날따라 너무나 붐비는 그 병원에서 계산도 하지 않고 일단 도망 나와서 내가 평소에 다니던 정형외과에 갔다.  X-Ray, CT 등 촬영결과 상완골 골절이고 다행히 부러진 뼈 위치가 좋으니 철 심을 박는 수술 후 약 10개월 후 다시 철 못을 빼는 수술을 하면 된다고 했다. 그래도 철판보다는 다행이다 생각하며 입원.  다음날 수술을 위해 금식하면서 밤을 보내는데 마침 그전 주 성가대 지휘자가 갈비뼈에 금이 가는 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금이 가도 지휘도 하시고.. 그리고 20년 전 팔목뼈가 부러졌는데 수술 안 하고 나은 큰언니 생각도 났다. 걱정할까 봐 전화를 안 하다가 아침 7시 즈음 전화를 드려 언니께 수술을 안 하게 된 경위를 물었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 했다. 나도 수술 없이 회복되게 해달라고.  아침 8시 반 주치의 선생님께서 오셨고 내 컨디션을 체크하고 곧  수술실에서 보자고 하신다. 무슨 용기였는지 "선생님 어제에 비해 통증이 거의 없고 제가 급하게 다시 일하거나 하지 않아도 되니 수술을 하루 이틀 미루고 경과를 보면 어떨지요?" 예상외로 의사 선생님도 별 고민 없이 "그래요 조금 지켜보시죠". 그 후 매일 x-ray 찍고 뼈주사 맞으며 경과가 좋아져서 8일 만에 퇴원 큰 베개 같은 것으로 팔이 욺직이지 않도록 고정시키고 두어 달 지나고 규칙적으로 주사와 물리치료받으며 재활하니 3개월 후에는 다 완치판정.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리며 욱신거릴 거라는 주치의 선생님 말씀이 아직은 적용되지만  그래도 수술 없이 완치된 것은 많은 사람들의 기도를 들어주신 하나님 은혜. 감사 또 감사! (철판은 박자던 병원의 비용은 다음날 송금 해드렸어요^^)


4. 사기로부터의 구원. 퇴직을 하고 나는 높은 고정 이자를 준다는 말에 같은 아파트 학부모에게 사기를 당했다. 어려운 과정이지만 2년 어간의 고통 스런 시간 끝에 서류를 꾸며 검찰에 보냈고 다행히 원금을 돌려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한 시간.  처음 두 어번은 약속을 지켰고 직장이 없어진 후 고정 수입이 생기는 것이 너무 기뻤는데 2, 3개월 지나자 여러 이유로 약속된 배당금은 들어오지 않았고 돌아보니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없이 사람의 말을 믿은 내가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실수를 인정하는 것조차 힘겨웠다..  지금 돌아보면 그 여파로 나는 심각한 우울증과 분노 상태를 오가며 그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설마 혹시 그래도 이웃이고 아이들 키우는 엄마들인데 하며 원금반환과 배당금 지급의 약속을 지키는 대신 점심을 먹자는 그 무리들의 제안에 No라고 말도 못 한 채, 왜냐하면 연락도 안되면 정말 끝이니까.. 그렇게 귀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했다. 그 상황에서 세무사 회계사 법무사 변호사 금융전문가 지인들에게 문의도 하고 도움도 구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너무나 힘든 과정이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큰 위험에서는 빠져나왔다. 이때 진짜 내편과 아닌 사람들도 알게 되었다.  늘 지혜를 구하며 깨어있어야 한다. 해결해 주심 감사 또 감사!


4. 아이들이 20대가 되면서 그러니까 대학입학, 졸업 즈음해서 각각 많이 아팠다.  그 과정에서 힘든 일도 있었지만 건강한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나는 짠하면서도 고맙다. 잔소리를 아주 안 하는 엄마도 아니지만 그래도 꼰대나 라때가 안되려고 노력하면서 나름 아이들과의 관계도 점점 편안해 지고 아이들도 독립을 향해 잘 항해중이다. 모든 것이 감사 또 하나님 은혜!


5. 언어의 은혜.  AI 전화기가 나와서 외국인과 통화할 때 바로 통. 번역을 해 주는 시대이지만 나는 어렸을 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정보 습득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친청 어머니와 계속 영어를 사용하는 일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너무나 감사한다.   중학교 1학년까지 Boy와 Girl 단어를 몰랐던 나는 첫 영어시간에 선생님께서 칠판에 여자아이 그림을 그리시고 Jill 남자아이는 Jack이라고 쓰셔서 그게 고유 명사인지 모르고 그저 소녀, 소년을 뜻하는 단어로 알고 2-3 주를 지냈다.  영어 공부가 재미있어진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이 어여쁜 영어 선생님이 셨는데 짧은 소설을 계속 읽으라고 알려 주셨고 선생님도 멋져 보여서 열심히 했다. 그 당시 둘째 언니가 외국에 사셨는데 고등학교 졸업하면 와서 공부하라는 말에도 자극을 받아 유학을 목적으로 열심히 공부했다. 당시 정철, 민병철 회화는 씹어 먹을 정로로 그냥 무조건 외웠도 단어는 따로 공부했다. 새벽에는 EBS영어회화 주말이면 YBM screen 영어 들으며 radio에서 오성식 씨가 말한 '영어로 생각하기'를 실천했다.  유학의 꿈은 접어두고 고3 가을에 취직이 되어 General Trading Company, 요즈음은 개념도 사라진 종합상사에서 외국에서 온 Telex를 정리하여 각 담당자에게 배분하고 답장으로 쓸 Telex와 서신들을 typing 하면서 영어가 많이 늘었다. 야간으로 시작한 대학 경영학 공부는 교수님이 한국말로 하면 영어로 받아 적고 그렇게 공부했다. 영어 성경책으로 잠언을 매일 읽으며 성장하던 시절. 많은 부분 영어가 아직은 세계를 욺직이고 있으니  AI가 나와도 꼭 영어는 직접 외우고 공부하며 쓰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어쨌든 하나님께서 이때 훈련시키신 언어의 은혜로 나는 27년간 정말 좋은 직장에서 돈 받으며 돈 쓰는 (?!) 일을 할 수 있었고 지금의 파트타임 직장도 언어 덕분에 갖게 되었으니 정말 너무나 큰 언어의 은혜. 감사 또 감사!


6. 음악의 은혜. 컴퓨터로 또 AI로 작곡 작사가 다 되는 시대. 그래도 나는 부활절에 부를 Beethoven의 환희의 송가를 빽빽한 악보를 보며 거기에 적힌 여러 expression들을 지휘자께 배우며 노래하는 것이 참 좋다. 엄마가 가르쳐준 도레미 악보 보는 법도 너무 감사하고 또 중학교 때부터 결혼식 웨딩 마치 쳐주고 용돈 벌었고 아이들 어릴 때는 교회 유아유치부 반주도 했고 지금은 동요 만드는 일에도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다. 파이프 오르간으로 Bach와 잠깐이나마 만났던 것도 너무나 감사하고 내일 모래 올 Real book과 보낼 앞으로의 시간도 너무나 기대된다. 딸아이와 녹음하기로 한 violin/piano 편성의 Last carnival도 너무나 기대된다.  1일 1 영어찬송 부르기도 계속해야 한다. 정말 앞이 보이지 않을 때 하루 일곱 번 찬양하면 장애물이 없어진다는 말씀에 따라 자기 전에 찬송가 7개, 그게 어려우면 2장 정도를 골라 4절까지 혼자 부르면 걱정도 분노도 믿음과 인내로 서서히 바뀌어가는 것을 체험했다. 모든 것이 은혜. 죽기 전날까지 피아노 치고 찬송 부를 수 있기를 지금부터 기도해야지. 전공은 아니고 지식도 없지만 음악을 사랑하고 노래를 부를 주 있게 해 주신 은혜. 감사 또 감사!


7. 가족의 은혜 가정의 은혜.  어렸을 때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적으라 하면 수년간 "현모양처". 취미를 적으라 하면 "하늘 쳐다보기".  따스하고 사랑 넘치는 가정은 나의 희망이고 로망이다.  나의 유년시절도 내 아이들의 유년시절도 나의 바람과는 달리 어찌 꽃향기만 가득하랴.  그래도 돌아보면 가족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고 삐걱대든 완벽하든 가정이라는 울타리는 너무나 감사하다. 밸런타인데이에 장미를 들여오고 작은 초콜릿을 나누고 생일에는 조금 비싼가 싶은 외식도 해보고 그러면서 참 짧은 인생 빨리도 간다. 고민하고 아끼고 미워할 시간은 없다. 특히 가족 간에.  가족 구성원의 마음을 잘 읽고 잘 받아주고 그 필요를 알아주는 그런 가정이 아직도 나의 로망.  계속 기도하며 희망을 품게 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 감사 또 감사!


8. 교회의 은혜.  주일 예배에 가지 않은 적도 있었다.  직장 다닐 때는 한 주간 내내 일하고 주일에 봉사하고 또 월요일에 일하고 육아하고... 다른 엄마들은 주일에 봉사하면 주중에 만나서 수다도 떨고 놀러도 다니는데 나는 뭔가 너무 소진되는 삶을 사는 것 같아서 일요일 하루라도 쉬고 싶었던 거다.  그런데 요즈음은 다르다. 은혜가 감사하니 교회에서 주신 성가대와 구역일을 먼저 챙긴다.  은혜도 남다르다. 하나님께만 영광 돌리고 이웃을 돌보는 또 성경말씀과 교회의 전통에 근거한 건강한 교회를 만나는 것은 큰 축복!  요즈음은 유튜브에 좋은 영상도 많으니 챙겨 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일예배 설교말씀인 것 같다.  거기에 맞추어 나도 사순절 첫 주일예배 제목인 '은혜를 은혜라 말하지 않은 죄'를 범하지 않으려고 이렇게 생각나는 대로 받은 은혜를 말하고 있다.  힘들 때 많이 들었던 유튜브 설교말씀 중에는 영락교회 고등부 담임 목사셨던 김 동호 목사님의 날기새 (날마다 기막힌 새벽.  그분이 암을 이기고 오히려 헌신하며 더욱 건강하게 귀한 사역 담당하시는 모습은 큰 은혜) 그리고  Joyce Myer 목사님  이분은 설교하실 때마다 abusive 했던 친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Teaching of bible에 헌신했을 때 받은 축복과 또 힘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때면 참 느끼는 것이 많다. 또 기도와 남을 돕는 것을 실천하는 것의 중요성을 들을 때 새로운 용기가 생기게 하는 말씀이라는 생각이 든다.  6일간 천지를 만드시고 7일째 안식하신 창세기의 하나님 말씀처럼 온 가족이 건전한 교회에서 함께 예배드리고 안식하는 것은 정말 최고의 은혜가 아닐 수 없다.  구원과 대속의 확신도 성도의 교제와 죄 사함의 은혜도 계속 말씀을 듣고 예배드리면서 주께 헌신할 때 주시는 은혜라고 믿는다.  건강하고 좋은 교회로 인도하시고 미약하지만 예배를 도울 수 있는 자리를 허락해 주심은 큰 은혜. 감사 또 감사!


9. 일할 수 있는 은혜.  일은 신성한 것! 집안일이든 회사일이든 교회일이든 일할 수 있음에 감사 또 감사!  퇴직 후 동화 구연도 해 보고 여러 가지 봉사 활동도 했지만 그래도 적은 돈이라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금상첨화라는 생각이 든다. 욺직이려면 교통비도 들고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라면 머리도 해야 하는데 자기 비용으로 충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더라는 것.  일련의 연단과정을 거쳐 다시 허락된 지금의 파트타임 직장이 얼마나 고마운지...  열심히 재미있게 받은 은혜 나누며 감사하며 입은 무겁게 몸은 가볍게 바람처럼 티안나도 열심히 욺직이다 보면 마음의 보람이 가장 큰 은혜!


10. 만남의 은혜/여행의 은혜.  직장 덕분에 또 다른 연유로 참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피곤함을 더하는 만남도 정말 삶에 활력소가 되는 만남도 있다.  손가락에 꼽을 만큼만이라도 좋다  진정한 친구들과 오랫동안 진실한 만남. 하나님 은혜 나누는 만남의 은혜 주셨고 앞으로도 주시길 기도한다. 아울러 여행을 앞으로도 더 많이 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지금 까지 허락하신 많은 여행의 은혜도 감사 또 감사!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  히스기야처럼 남에게 보여줄 보물 창고는 없지만 그래서 나는 더 은혜를 말하기 좋은 사람이다.  은혜 없이는 아무것도 아님을 너무나 잘 알기에... 그래서 감사 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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