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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따뜻 Nov 28. 2020

나는 아직 정돈되지 않았다.

엉크러진 마음, 어떻게 다시 정돈해야 할까? 

결혼 생활 10년, 

육아 8년.


그 사이, 내 마음은 알게 모르게 많이 엉크러졌다. 엉크러져도 다시 구겨 넣고, 정돈하지 않고 다시 빈틈을 찾아 구겨 넣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알았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는 거라고 믿었다. 


며칠 전, 남편과 대화를 하던 중이었다. 얼마 전 아기를 낳은 서방님(이 명칭 정말 싫은데 대체할 명칭 없나요?)댁에서 연락이 왔다고 웃는다. 


"애가 왜 3시간도 안 자냐고 물어보대. 초보 아빠 아니랄까봐."

그 순간, 내 눈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야말로, 펑- 터져 나왔다. 남편은 황당해 했다. 왜 우는지 짐작할 수가 없으므로. 당혹스러운 얼굴이 흐려진 시야 틈으로 보였다.


"애가 3시간 밖에 안 잔다는 걸 남편이 알고 있다는 게 너무 부러워... 서방님은 애를 같이 보시는 거잖아."


남편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자기 나름 열심히 했던 것들을 깡그리 무시한다고 여긴다. 억울한 남편 입에서 반격이 튀어나고 나는 또 다른 반격을 토하듯이 내뱉는다. 이것은 우리가 꺼내면 안되는 금기의 대화다. 


그가 초보 아빠이던 시절의 이야기. 내가 초보 엄마이던 시절의 이야기들.


  




남편이 왜 억울해 하는지 알고 있다. 그, 나름 안하지 않았다. 같이 고민하고, 같이 나누려 했다. 다만, 내가 더 많이 짊어지고 더 많이 해결해야 했다는 것이 다를 뿐. 


내가 저 이야기에 유독 예민한 것은, 1호기 신생아 시절이 혹독했기 때문이다. 1호기가 예민한 기질이기도 했었고 초보 엄마였던 내가 1호기를 편하게 해주지 못해 예민한 기질로 만들기도 했었다. 밤이면 밤마다 한두시간씩 울어대는 아가를 어떻게 하지 못해 아기띠를 매고 제발 그만 울어라.... 제발 잠 좀 들어라.... 해가며 같이 울었다. 하다하다 미칠 것 같으면 아기 울음소리가 싫어서 이어폰을 끼고 같이 대성통곡도 해댔다. 아기가 울어도 되는데, 아기가 우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 (아기가 좀 울어도 된다는 것은 3호기 키울 때쯤 알게 되었다.)


그렇게 혹독했던 시기에 남편은 타인들과의 술자리가 생기면 애기 키우기 힘들지? 하는 말에 이렇게 말하곤 했다. 


"애가 순해서 괜찮아요." 


갑자기 숨이 턱 막혔다. 분명히 육아의 고통을 나누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육아의 고통을 나누는 육아 동지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한 동상이몽. 현격히 다른 입장 차이. 밤마다 울며 애를 달래던 내 공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간 뭘 한거지? 








그렇게 엉크러져 가는 마음을, 정돈도 한번 하지 않은 채, 엉망진창으로 구겨 넣어 두었다. 이렇게 엉망진창인 채로 터져 나올 것을 알면서도, 나는 꺼내어 정돈하지 않았다. 나를 아끼고 사랑하며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를 아낀 적이 없음을 뼛 속 깊이 깨닫는다. 


나를 아꼈으면 이 마음의 서랍을, 엉망인 이 마음의 실타래를, 풀어주어야 했다. 풀고 평온해져야 했다. 


오늘부터 조금씩, 정돈하기로 했다. 

이 곳에서. 

조금씩 내 이야기를, 내 깊은 절망감을, 때때로의 행복을, 기록하며 정돈해보기로 했다. 


숨 한 번 크게 내뱉고.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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