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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yton Jan 27. 2024

‘이선좌’를 이겨낸 서울시리즈 티켓팅 후기

1. PM 7:50 근자감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메이저리그 경기 티켓팅 오픈 10분 전. 경기가 열리는 고척스카이돔은 16,000석 규모. 내 자리 하나 정도는 당연히 있겠지 싶다. 메이저리그의 인기가 전보다 높아졌다고는 하나 내가 갈 자리 하나 없을까.


평소 LA 다저스를 향한 팬심 하나만큼은 자신 있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나만큼 다저스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7년 전에는 오직 월드시리즈 직관만을 위해 2박 3일로 LA를 다녀오기도 했다. 이런 내가 개막전에 안 가면 도대체 누가 간단 말인가. 어느 자리를 예매하면 좋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며 티켓팅 오픈을 맞이한다. 3...2...1...


2. PM 8:00 만이천


기대가 우려로 바뀌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기번호 12,000번. 아 대차게 망했다. 마음은 급한데 대기번호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에 평소 자주 들르는 야구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분위기를 살펴본다. 티켓팅에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후기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너무 부럽다. 반면 나처럼 엄청난 대기번호에 좌절하는 사람들도 많다. 왠지 모를 동질감이 생긴다. 두터운 팬심도 빠른 손과 동물적인 감각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3. PM 8:20 취켓팅


대기번호가 네 자릿수로 줄어들었지만 아직 멀었다. 벌써 매진이라는 후기가 보인다. 이대로 예매창은 구경도 못하고 끝나는 것인가. 우려가 분노로 바뀌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열심히 희망회로를 돌려본다.


6,000번부터 대기번호가 급속히 빠지기 시작한다. 티켓 오픈 30분 만에 예매창에 접속했다. 남은 자리가 있을 리 없었다. 급하게 예매전략을 바꿔본다. 그래도 취소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취소하는 사람들의 자리를 재빠르게 잡으면 된다. 일명 취켓팅. 자리가 뭐가 중요한가. 경기장 안에 들어가기만 해도 행복할 것 같다.


4. PM 8:40 이선좌


빈자리가 생겨서 재빨리 클릭을 해본다. 두더지 게임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고르는 자리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이선좌. 이미 선택된 자리란다. 분노가 좌절로 바뀌기 시작한다. 고척돔은 왜 이렇게 작게 만든 걸까. 모든 게 원망스럽다. 그래도 자리가 한 자리씩 계속 나기는 한다. 누구보다 간절하게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5. PM 8:52 티켓팅


취켓팅에 성공한 사람들의 후기가 커뮤니티에 올라오기 시작한다. 구역 하나를 정해놓고 무한 새로고침 신공을 해야 한단다. 일명 선택과 집중 작전.


8시 50분. 이제 자리는 둘째치고 경기장에 못 가고 집에서 관전할 판이다. 초조함이 극에 달했다.


그 순간! 눈여겨보던 4층 지정석 중 한자리가 섬광처럼 눈앞에서 반짝인다. 더 이상 빠를 수 없는 속도로 자리에 손을 갖다 대본다. 성공이다. 드디어 이선좌도 이겨냈다.


나 서울시리즈 갈 수 있다! 집으로 이동하던 지하철 안만 아니었다면 만세를 부를 뻔했다. 모든 분노가 눈 녹듯 사라진다.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이 한없이 너그러워진다. 안도감이 일순간에 몰려온다.


이건 집념의 승리다. 역시 간절히 바라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 기다려라 고척돔! 다저스 보러 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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