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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yton Mar 25. 2024

서울시리즈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유

고대하던 서울시리즈가 끝난 이후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메이저리그 경기였다. 혹시나 표를 못 구할까 살 떨리던 티켓팅을 시작으로 선수단 입국, 국내팀과의 연습경기, 그리고 마침내 3월 20일과 21일 양일간 열린 서울시리즈 경기까지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으로 지켜보았다.


한국을 방문했던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선수단은 3월 21일 경기가 끝나자마자 인천공항으로 이동하여 출국했다. 모든 경기가 끝이 나고 선수들도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아직 서울시리즈의 기나긴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의 워크업송(등장음악)은 여전히 귀에서 맴돌고 있다. 틈만 나면 현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다시 꺼내보며 그날의 추억을 되새기고 있다. 


경기장을 가득 메웠던 선수들과 팬들이 모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데 왜 나만 아직 서울시리즈 경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걸까?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그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미국을 직접 찾았을 때보다 후유증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린다는 것은 이전에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경기를 직접 보기 위해 그들의 공간을 찾아갈 생각만 했지, 그들이 내가 생활하고 살아가는 공간에 찾아오리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TV에서만 보던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들이 고척스카이돔에서 뛰고 있는 장면만 보더라도 낯설기 그지없었다. 심지어는 경기 전후로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지하철을 타고 명동으로 이동하여 길거리 음식을 즐기기도 했고, 숙소인 여의도 주변의 쇼핑몰과 공원, 길거리에 선수들이 출몰하기도 했다.



찰나와 같이 느껴지는 일주일이 지나고 모든 서울시리즈의 일정은 마무리되었다. 이제 선수들은 모두 본래의 삶의 터전인 미국으로 돌아가고 없다. 그들은 없지만 그들이 없는 공간 속에서 우리의 삶은 지속된다.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던 고척스카이돔은 이제 키움 히어로즈의 팬들이 자리를 메울 것이다. 선수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던 호텔은 새로운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단장할 것이며, 선수들이 활보했던 거리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여러 사람들의 발걸음이 오가느라 분주할 것이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일까.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서 더 이상 그들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음에 괜스레 서글퍼지기도 한다. 언젠가 그들이 다시 우리의 공간을 찾아오는 기적 같은 일이 또 일어날 수 있을까. 그날이 올 때까지 지난 추억을 되새기며 버텨보는 수밖에 다른 도리는 없다.


한 가지 희소식은 미국 본토 개막전이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나간 연인을 새로운 연인으로 잊어가듯 야구에 대한 그리움은 새로운 경기로 극복해야 한다. 서울에서 맞이한 특별한 시즌을 선수들도 팬들만큼 평생 특별하게 기억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시즌 개막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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