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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yton Mar 28. 2024

나의 40대를 잘 부탁해, 오타니

야구와 함께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실로 멋진 일이다. 성장 과정에서 야구는 늘 함께였고, 이제 야구가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야구라는 단어를 빼고 내 삶을 설명할 수 있을까?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TV로 보던 박찬호 선발경기가 내가 아는 야구의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유년시절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박찬호였다. 박찬호는 당시 유년시절을 보내던 많은 이들의 우상이자, 만인의 형이었다. 나 역시 박찬호를 통해 미국 야구를 처음 접하게 되었고,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미국 야구 매니아로 성장하게 되었다. 미국 야구 직관의 꿈을 꾸게 된 것도 다 박찬호 덕분이었다.


박찬호의 은퇴 이후 마음속 공허함은 LA 다저스의 좌완 투수 클레이튼 커쇼가 메웠다. 커쇼와 동시대를 살면서 커쇼의 투구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야구팬으로서 행운이었다. 커쇼의 투구를 직접 눈에 담기 위해 2013년을 시작으로 세 차례 미국을 찾아가기도 했다.


머나먼 타국에 있는 이름 모를 팬에 불과하지만, 스스로는 커쇼와 묘한 동질감 또는 내적 친밀감을 느끼며 살아왔다. 나와 비슷한 또래이기에 더 커쇼를 응원했는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나의 삶을 커쇼의 투구에 투영해 나의 삶을 응원하듯 커쇼를 응원하기도 했다. 커쇼가 환호할 때 나도 환호했고, 커쇼가 좌절할 때 나도 좌절했다. 분명한 건 치열한 20대, 30대를 보내는 와중에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호령하는 커쇼의 활약은 마음속 한줄기 빛이었다.



그리고 다저스는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오타니의 팀이 되었다. 한 선수의 영입을 이렇게 바란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오타니가 다저스에 오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투타를 겸업하며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새로 써 내려가고 있는 오타니의 활약을 그동안은 마음껏 즐기지 못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의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군침만 흘릴 뿐이었다. 이제는 내가 응원하는 다저스의 일원이 된 오타니의 활약을 만끽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수많은 명장면과 기록을 만들어내고 있는 오타니지만, 그의 활약에 매료된 단 한 경기를 꼽는다면 단연 2023년 7월 27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더블헤더 경기이다. 더블헤더 첫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나서 1피안타 완봉승을 챙긴 오타니는 한 시간 후 펼쳐진 두 번째 경기에서는 타자로 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리며 승리의 주역이 되었다. 당시 하이라이트 필름으로 경기를 보았는데, 두 눈으로 보고도 좀처럼 믿을 수가 없었다.


고척돔에서 펼쳐진 2024 서울시리즈에서도 오타니는 빛나는 별 중의 별이었다. 오타니의 다저스 정규시즌 데뷔전으로 세간의 관심이 모아진 경기였다. 비록 기다리던 홈런포는 나오지 않았지만 내우외환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1차전에서는 2안타 1타점 1도루, 2차전에서는 1안타 1타점을 올리며 앞으로 이어질 정규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다저스의 팬으로 살아온 지도 어느덧 30년이 되었고, 이제 곧 40대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10년간 오타니는 다저스의 선수다. 박찬호로 시작된 나의 야구 나이테는 커쇼를 거쳐 이제 오타니로 방점을 찍으려 한다. ‘SHOTIME'과 함께할 40대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부디 나의 40대를 잘 부탁해, 오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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