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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작 김미희 Mar 18. 2021

(시 마중 이야기 7)
​물음표와 느낌표

-물음표를 들고 다녀라, 느낌표가 될 때까지

물음표(?)를 달고 다녀라. 느낌표(!)가 될 때까지 


사과 집안을 본받아라

              - 중력 1  /김미희


사과라면 누구나 뉴턴을 안다. 

사과가 빨갛게 익을 즈음이면 

사과 부모들은 뉴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중력을 발견하게 한 

위대한 사과 후손들은 

가을만 되면 

열심히 사과를 떨어뜨린다. 


배 집안도 

사과 집안을 본받느라 

열매를 떨어뜨린다. 

다른 과일 집안들도 

……. 


 *아이작 뉴턴: 영국의 물리학자. 1687년 중력 법칙을 발표하였다. 


  나는 수학 잘하는 친구들이 참 부러웠다. 과학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신기했다. 나 같은 애가 꼭 있을 거야. 수학도 힘들고 과학도 어렵고. 그 친구들에게 힘이 돼주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시를 쓰는 일. 어려운 이론을 쉽게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생각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아서 자꾸 하다 보면 몸속에서 알이 점점 황금으로 변한다. 오래오래 몸 안에서 황금알이 제조되게 해야 한다.  


  그래, 지구인으로서의 기본 이론인 중력부터 고민해보자. 중력을 설명할 수 있는 이 얼마나 될까? 설령 설명한다 하더라도 아이들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이론, 생각만으로 벌써 머리가 지근거린다. 


 중력 하면 떠오르는 사람, ‘뉴턴’이고 덩달아 떠오르는 주요 등장인물 사과다. 생각을 모았다. 사과 집안은 좋겠다까지 생각이 흘렀다. 다들 부러워하겠네. 그리고 지구는 모두 날아가 버리면 심심하니까 놀고 싶어서 끌어당기는 거야.(중력2) 또 행성마다 중력은 다르다는 이론에 기초해서 키 작고 몸무게도 조금 나가는 말라깽이가 힘자랑하는 친구에게 복수할 수 있는 방법, 우주시대가 얼른 열려서 무중력 공간에서 코를 납작하게 눌러주는 내용(중력 3). 몸무게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우주여행(중력 4) 등 중력에 관한 연작시 네 편을 썼다. 한 달 정도에 걸쳐 중력에 대한 물음표를 굴리며 다듬었다. 느낌표가 될 때까지. 시가 되어 나올 때까지 말이다.  


  같은 새라도 울음소리는 다 다르단다. 별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에겐 똑같은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때에 따라 새 울음소리에 차이가 있단다. 사람들처럼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이다. 무슨 말을 전하는지 물어보자. 그리고 대답해보자. 물음표가 느낌표가 되어 다음 시가 태어났을 것이다. 왜 울까? 궁금하여 생각해보니 ‘꽁지 빠졌나’ 보다 결론을 내렸다. 안타까워 걱정하는 아이가 시 속에 있다. 나는 이 시를 읽고 그 새는 어쩌다 꽁지 빠졌을까? 그게 또 궁금해진다. 


『꽁지 빠진 새』 

                 서덕출 


숫대나무 짹짹짹  

숲새에 숨어 

울음 우는 저기 저 새 

꽁지 빠진 새 


어디서 누구에게 

꽁지를 빼고 

남부끄러워 못 다니고 

숨어서 우나 


숫대밭에 짹짹짹 

우는 저 새야 

네 꽁지를 내가 하나 

해 달아 주마 




*오늘의 TIP: 물음표를 가지고 다녀라. 느낌표가 될 때까지 

         생각은 황금알 낳는 거위와 같아서 거듭할수록 

         황금알을 쑴북쑴북 낳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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