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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작 김미희 Mar 20. 2021

(시 마중 이야기 9)
​자존심 강한 귀를 가져라

-보기와 듣기의 차별화

자존심 강한 귀를 가져라


매미 2 /김미희


엉~엉~엉~ 

매미가 웁니다 

슬퍼서 웁니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매미가 

얼마 못 산다고 

악을 쓰며 웁니다 


매미야, 뚝! 

그렇게 울다가 

힘 다 빠지면 어떡해? 

더 빨리 죽으면 어떡해? 


  요즘은 소음공해 때문에 도심에서 짝짓기를 해야만 하는 매미들은 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단다. 암컷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수컷 매미들의 목 찢어지는 몸부림을 생각하면 한 쪽 가슴이 아리다. 매미도 한 시절 잘 타고나야 하는데 그들의 삶이나 우리네 삶이나 고달프긴 매한가지다.


기나긴 시간을 땅속에서 지내다 겨우 며칠을 지상에서 지내며 짝짓기를 하고 생을 마감해야 하는 매미들의 절규. 어른들은 매미 울음소리를 귀찮아하는데 아이들은 걱정스러워한다. 저렇게 악을 쓰며 울면 더 일찍 죽을 텐데 말이다.  


  김미라 시인은 매미가 우는 걸 엄마가 없어서 운다고 표현했다. 엄마가 있으면 업어주고 달래주어 울음을 그칠 텐데 안타깝단다.  

  매미소리를 맴맴 맵이라고 듣고 참새 소리를 짹짹이라고 하는 건 창의성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다. 나는 이 시를 발표하고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엉~엉~엉~이라고 매미소리를 표현한 것이다. 더 멋진 표현이 있을 텐데 난 아직도 찾지 못했다. 


  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만 담은 의성어이다. 매미 소리에 ‘엉엉엉’ 이라니, 내 한계를 절감하며 몇 번이고 머리를 쥐어박는다. 지금도 이 매미에게 가장 잘 어울릴 소리를 찾고 있다.  


  요즘은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들과 나들이를 가며 선생님이 참새라고 선창하면 아이들이 짹짹 대답하는 그런 광경은 잘 볼 수 없다. 오래전부터 굳어져 내려온 소리가 가지는 획일화는 아이들을 단순하게 만든다는 걸 알기 때문일 것이다. 창의성을 요구하는 글로벌 시대에 맞지 않는 일이므로 조심하는 것이리라. 

 

  아무런 의심 없이 아이들 누구나 참새 소리는 짹짹, 병아리 소리는 삐약삐약이라고 한다면 사소한 것 같지만 위험한 일이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고는 앞으로 우리 미래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문화 가정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우리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자동차 소리를 들어보라. 다 다르다. 모두 빵빵으로 들리는가? 저마다 다르다. 느낌도 다 다르다. 내 기분 상태에 따라서도 다르게 들릴 것이다. 주변의 소리, 소리들에 귀 기울여보라. 어떻게 들리는가? 자존심 강한 귀를 달아야 한다. 나도 늘 기도한다. 제발 내게 새로운 소리를 듣는 자존심 강한 귀와 눈이 달리게 해 달라고! 


  나병(한센병)과 싸우는 자신의 삶을 노래한 보리피리 시인, 한하운은 일찍부터 자존심 강한 귀를 가졌다. 누구나 개구리울음소리는 개굴개굴이라던 그 시절, 그는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한글을 외는 소리로 들었다. 정말이지. 우리나라 개구리는 울음소리부터 다르다. 시인에게 소리를 들려준 개구리들은 영광스럽지 않을 수 없다. 개구리 노랫소리가 이쯤은 되어야 하지 않겠나. 


  <개구리> 

         한하운 


가갸 거겨 

고교 구규 

그기 가. 


라랴 러려 

로료 루류 

르리 라. 




오늘의 TIP: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라. 똑같은 소리는 없다             

              소리 표현을 연습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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