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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인 Sep 23. 2023

UXUI 디자이너는 왜 갑자기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됐나

사용자 중심에서 프로덕트 중심으로, 디자이너의 역할 확장에 대해서.

~지하철에서 든 단상을 적은 글입니다.~



패션 커머스 프로덕트 디자인을 하면서 개인적인 현타를 느낄 때가 있다.


사용자에게 세일, 쿠폰의 혜택으로 현혹시켜 소비를 촉진시키는 것이 과연 내가 도덕적으로 잘하는 일일까. 다량 생산되어 퀄리티가 검증되지 않은 옷들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일까.(물론 그렇지 않은 옷들도 많겠지만, 우리가 일일이 검증을 하진 않았을 것 아닌가, 하지만 이런 생각도 웃기긴 하다.)


아마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나 또한 어느 서비스에서 현혹당해 무언가를 구매하고 후회를 반복한 적이 있어서 일 것이다. 내가 그런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기도 하고.


근데, 난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나는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왜냐하면 이 생각은 단순히 개인적인 윤리 및 경험에 기반한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산업 디자인과에서 사용자 중심 디자인을 배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디자이너의 역할은 사용자의 숨겨진 니즈를 찾아 만족시키고 불편을 해소시켜 결국은 사용자의 삶의 가치를 올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대학교의 과제는 사용자들의 삶을 편리하게 해 줄 수 있는 (비즈니스 관점이라고는 1도 없는) 산출물들을 가져왔었다. 가끔 현업에서 일을 하면서 초빙된 시간 강사님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물어는 보았으나 20대 초반의 병아리들이 그것에 대해 이해하기는 했을까. 반발이라도 가지지 않았으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대학교에서 공부한 것은 '디자인이란 결국 인간을 위한 설계'라는 본질이었다. 자본주의 안에서 우리는 어쨌든 늦더라도 비즈니스 디자인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더 앞선 본질, ‘디자인은  사용자의 삶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라는 걸 배운 셈이다.


자, 이제 본질을 기억한 내가 회사를 다니며 일을 한다. 회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니, 나 또한 이익을 추구하며 일을 해야 한다.


맨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나는 내가 일을 하는 방향에 대해서 현타를 느낀다고 했다.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그것은 내가 아직 사람과 사용자의 삶에 가치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광고와 여러 후킹포인트에 후킹이 되어 니즈에 반하는 선택을 하지 않고, 후회를 하지 않았으면 하기 때문이었다. 내 방향이 사람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나는 회사를 위해 일하고 있다. 내가 일하는 가치는 사람이 아닌 회사가 추구하는 비즈니스다. 결국 비즈니스의 가치 추구, 커머스로 치자면 사용자에게 굿즈를 지속적으로 구매하게 해 이윤을 내는 것이 나의 추구인 셈이다. 그렇게 하도록 사람을 유도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또한 내가 기억해야 할 것은 애초에 사용자들은 '그러려고 우리 서비스에 진입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 사람들의 소비를 촉진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오만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가치에 걸맞은 상품을 효율적으로 보여주고 구매해 주게 도와주는 일을 한다. 서로 윈윈 하는 관계인 것이다. 나는 사람의 삶에 대한 가치를 중시할 것이 아니라, 우리 커머스로부터 사람이 찾고자 하는 가치를 중시해줬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하다보니, 갑자기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명칭이 떠올랐다. 그리고 UXUI 디자이너라는 명칭이 프로덕트 디자이너라고 바뀐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점차 단순한 기능과 플로우 전달에서 비즈니스의 목적 달성으로 디자이너의 역할이 점점 확장된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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