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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인 Dec 03. 2022

프로덕트 디자이너 이직 후 1년

멋없이, 편안하게, 담담하게 적어보는 1년

이직한 지 1년이 지났다.

1년이 되기 일주일 전부터 회고를 쓰려고 했는데 어영부영 2달이 지나고야 말았다. (내 귀차니즘 좀 어떻게 해줘) 회고는 편안하고 캐주얼하게 작성해보려고 한다. 이 글을 보려고 들어오신 분들 또한 편안하게 훅훅 읽어주시면 좋겠다.


이직 관련 브런치는 아래의 글을 참조해주시길 바란다!




난 왜 1년 회고를 쓰고 싶었을까


지금 회사는 내게 의미가 크다. 이직하기 전의 나는 주로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었으므로 바라는 이상은 있었으나 실패가 두려워 도전은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언젠가부터 이렇게는 안된다는 생각에 인생을 기획해보기로 했다. 내가 왜 사는지, 행복을 위해 산다면 무엇이 날 행복하게 만드는지 정리했다. 


그때부터 노션을 활용해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모든 계획을 지킨 건 아니지만, 하나씩 하나씩 하다 보니 어느새 효능감을 얻게 된 것 같다. '이직할까?'라는 생각이 틔어 무럭무럭 자란 것도 그때부터였다. 그렇게 이직을 준비했고, 2달간 집중한 결과 원하던 회사에 들어갔다. 오늘의 회사는 내가 원하는 것을 스스로 쟁취한 결과여서 의미가 크다. 그래서 1년을 되돌아보며 회고하고 앞으로의 1년을 바라보고 싶었다.




1년 동안 나는...


난 지난 1년 동안 4050 여성을 대상으로 한 보세 패션 커머스 앱 서비스를 디자인했다. UXUI, 콘텐츠 디자인, 가이드 문서 등 전반적으로 담당했기 때문에 이제까지의 개발기를 작성하려고 한다.


신규 서비스를 만들게 됐다.


리더가 내게 말했다. 입사하고 거의 첫 미팅이었다.

신규 서비스 하나를 디자인해야 해요. 개발까지 포함해서 12월에 안에

입사하고 처음 담당한 업무는 신규 서비스 디자인이었다. 디자이너라면 꽤나 두근거리는 제안일지 모른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내가 입사한 달은 10월이라는 것이었다. 개발까지 포함해서 3개월이었으므로 내게 주어진 시간은 1.5개월이었다. 커머스라는 도메인도 익숙하지 않은 터라 꽤나 막막했다. 


다행히도 완전히 바닥부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 회사에는 이미 성공한 패션 커머스 앱이 있었고,

모 커머스 앱을 기반으로 해서 개발, 디자인을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대략의 디자인 시스템만 정의하고 주로 디자인을 그대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이미 성공한 서비스가 있는데 왜 신규 서비스를 만들었을까?

우리 회사는 모회사가 있다. 그리고 모회사가 운영하던 패션 커머스 사업이 있었다. 그 사업이 우리 회사로 넘어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대로 서비스를 운영하기엔 비효율적이어서, 우리 회사에 맞출 수 있도록 회사의 인프라를 활용하기로 했다. 그러니 새로운 디자인, 새로운 개발이 필요했다.


디자인 컨셉을 잡아보자


모 서비스를 그대로 붙이는 식의 디자인을 했지만, 난 갓 입사한 디자이너로서 따끈따끈한 욕심이 있었다. 그대로 디자인을 옮기는 작업을 하고 싶지 않았고, 기존 서비스의 브랜딩을 그대로 가져가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우리 서비스의 가치를 찾고, 주 이용자의 퍼소나를 명확히 하고자 했다. 


먼저 우리 서비스의 가치를 정리하기로 했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타겟 정리였다. 완전한 신규 서비스가 아니었고, 주로 이용하던 사용자들 또한 있었으니 이들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내게 주어진 단서는 우리가 보세 패션을 판매하는 서비스이며 주 사용자의 연령대와 성별은 4050 여성이라는 것이었다.

(60대 후반 사용자도 있었으니 이들도 고려하도록 한다)


나는 다음과 같은 물음을 시작으로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타겟을 정리하기로 했다.

1. 4050 여성은 패션 상품을 구매하는데 어떤 경향을 가지는가?
2. 보세 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데스크 리서치에서 다음과 같은 사용자 경향을 발견했다.

연령대가 주는 사회적인 인식을 의식하는 경향이 있어, 퀄리티 있는 (=저렴해 보이지 않는) 패션을 선호한다. 

'나'의 개성 표출보다는 활동 범위(직장, 집, 각종 모임), 역할에 맞는 패션을 찾는 경향이 있다.

몸이 편한 옷을 선호하며, 체형의 변화를 고려한 패션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모든 4050 여성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옷 구매에 고민이 있는 경우 위와 같은 양상이 있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생겼다. '퀄리티 있는' 패션을 선호하는 추세라면, 왜 우리 서비스의 사용자들은 보세를 구매하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기에 백화점 브랜드의 상품들이 보세보다는 가격이 있지만 더 좋은 소재와 퀄리티를 기대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럼에도 보세를 구매한다는 것은 더 강한 가치 추구가 있다고 여겨졌다.


내가 생각한 보세 의류를 구입하는 이유

퀄리티를 기대하지 않고 편하게 입을 합리적인 옷을 구매하고 싶어서

브랜드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디자인의 옷을 구매하고 싶어서 (이게 유력하지 않을까..)

브랜드 제품과 보세 상품의 퀄리티 차이를 느끼지 못하거나 오히려 보세 옷이 뛰어남을 경험해서


위의 이유는 연령대를 나눠서 생각하기보다, 사람들이 보세를 구매하는 이유에 가까울 것 같다.


여기까지 대략적으로 우리 서비스 타겟의 성향을 알아보았다. 종합해보면 우리 서비스는 '4050 여성들이 캐주얼하게 찾아와 합리적이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옷을 구매하는 곳'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가치는 아니다. 무언가 더 있을 거다. 가치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타겟이 뭘 원하느냐, 욕망을 먼저 정의해야 한다. 나는 위에서 조사한 사용자 경향을 통해 다음과 같이 유추했다. 아마 옷을 입는 모두의 욕망이지 않을까 싶다.


패션 아이템을 착용함으로써 세련된 모습이고 싶다.


그러면 우리 서비스는 "여기에서 구매하면 내가 세련되는 것 같아!"를 느끼게끔 해야 한다. 뭐.. 당연한 얘기인 것 같다. 모든 쇼핑앱은 '너는 여기서 쇼핑하면 세련된 모습을 가질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 서비스의 가치

4050 여성이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와 합리적으로 세련된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쇼핑 플랫폼


위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강력한 기능 또는 플로우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것을 결론 내리기에 시간은 물론 데이터가 부족했다. 그래서 커머스의 기본, 상품을 보여주고, 구매를 할 수 있게 하는 기본 기능만 우선 전개하기로 했다. (물론 내가 다 정한 건 아니고.. 시간도 시간일뿐더러 비즈니스를 하는 데 성공할지도 안 할지도 모르는 기능을 런칭할리가 없으니.. 기본만 우선 하는 건 당연했다.)


조금 어설프지만 가치와 기능을 나름 내렸으므로 가치를 기반한 디자인 컨셉을 정하기 시작했다. 홀로 진행하기엔 무리가 있어서 같은 그룹에 있는 선임 디자이너분께서 도움을 많이 주셨다. 우리는 디자인 키워드를 정했다. 내가 바라는 디자인의 합은 하나의 패션 매거진을 보는 듯한 느낌의 무드였다. 디자인 컨셉 키워드는 정했지만, 여기 회고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디자인 컨셉은 정했으니, 이제 화면을 디자인 하자.


가치, 기능, 디자인 컨셉도 정했고, 원하는 그림도 머릿속에는 있으니 이제는 화면을 그려야 했다. 다행히도 대략의 와이어프레임은 있었으므로 그것을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전개하면서 화면을 디자인했다. 디자인 컨셉과 사용자 연령층(60대 후반 여성도 있었기에) 맞게 우리 사용자들은 복잡한 기능과 복잡한 UI는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간결하게, 한 화면에 많은 기능이 보이지 않도록, 많은 뎁스를 가져가지 않도록 디자인했다. 


그리고 우당탕탕 2달 뒤인 12월 말, 우리 서비스가 오픈되었다.




그리고 1년 동안 한 일 & 배운 점


서비스가 오픈하고 1년이 지났다. (입사한지는 1년 2개월이 지났다)

1년 동안 내가 느낀 점을 적어보고 싶다. (무작위 주의)



1년 동안 진행한 일


UXUI

쿠폰 기능 추가

라이브 커머스 기능 추가

각종 기능 디벨롭 (스타일 탭, 검색 탭)

이미지 검색 기능 추가

디자인 컴포넌트 개발 (with FE Developer)

각종 기능 디자인 개선안 작업 (개발되지 않은 기능이 수두룩)


Marketing & AD

셀러 대상 배너 디자인 가이드 작성

프로모션 디자인 & 마케팅 디자인 작업


ETC

회사 디자인 원칙 수립 (with other Desiner)



배운 점 & 깨달은 점


01 애프터 이펙트로 로띠 제작하는 것을 배웠다.

라이브 커머스 기능을 도입하면서 로띠 기능을 처음 배우게 됐다. 우리 서비스의 탐색은 정적인데 반해, 라이브 방송은 동적이고 생동감이 있었다. 그래서 앱 화면에 움직이는 그래픽을 삽입해서 라이브 화면 진입을 유도하려고 했다. 또한 라이브에서 사용자는 '좋아요' 버튼을 누를 수 있었으므로 버튼을 누를 때마다 하트가 발사되는 피드백을 주려고 했다. 그래서 로띠를 배우게 됐다. 덕분에 지금도 필요한 경우 로띠 이미지를 사용한다.

무척 재미 들려서 다 넣고 싶은 게 내 심정이다. 



02 어쩌면 내 생각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복잡한 화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한 화면에 탐색의 기회를 간결하게 디자인했었다.

세일 & 기획전 페이지라면 세일하는 상품 한 개 포커스 시키고 그 이후로는 자동 슬라이드 되는 형식으로 구성, 기획전 페이지를 스크롤할 수 있다면, 한 화면에 한 개의 기획전만 보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하지만 내가 집중해야 했던 건 사용자가 탐색할 때 복잡하지 않게 하는 것이었던 것 같다.


우리 사용자들은 구매하고 싶은 상품이 명확한 '탐색형' 사용자가 아니라, 둘러보다가 마음에 들면 구매하는 '발견형' 사용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발견형 사용자를 상대로는 내가 구성한 간결한 UI가 오히려 탐색에 방해를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다양한 탐색의 기회를 줘야 했다. 복잡한 UI를 하지 않기 위해 콘텐츠를 빼는 것보다는, 최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되 그것의 정렬을 복잡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03 '기능'이 목적이 되지 말고, '목적'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뭐 디자인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하게 여길 수 있겠지만, 1년 동안 '기능'만을 우선한 느낌이 없잖아 있다.

예를 들어 '쿠폰'기능을 삽입한다는 비즈니스 요구사항이 있다면, 나는 '쿠폰'의 탐색과 적용하는 프로세스 레퍼런스를 찾고 설계한 뒤 디자인을 했다. 하지만 내가 우선적으로 했어야 하는 것은 쿠폰을 '왜' 삽입하는 것이냐의 정의를 먼저 내리는 것이었다. 쿠폰으로 하여금 우리 서비스는 새로운 첫 구매 이용자들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고, 쿠폰으로 하여금 상품의 장바구니 담기 전환율을 높일 수도 있고, 주문서에서 주문 전환율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 한 설계와 다른 디자인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쿠폰으로 무언가를 달성하겠다는 목적이 생긴다면 '어떻게'가 좀 더 효과적으로 설계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제까지는

쿠폰 기능을 도입하기 위해 적절한 화면을 찾아 삽입하자

앞으로는

쿠폰이 이런 목적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비용을 절감하고 혜택을 증진하여 효과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적절한 화면을 찾아 밸런스 있게 삽입하자, 또한 목적 달성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기능을 생각해보자.


04 내 의견을 설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듣는 것도 중요하다

디자인 리뷰를 할 때면 팀원들의 의견을 듣는다. 가끔은 내 의견과 반하는 의견을 들을 때가 있다. 1년이 지나고 깨달은 것은 내 고집을 어느 정도는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의견을 내는 이유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어떻게 하면 해당 분야에서 잘 될 수 있는지 알고 있기에 의견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디자인에 만족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효과적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디자인 입장에서는 강조하고 싶지 않은데, 강조를 바라는 경우가 있다.)

내가 보여준 디자인의 Outfit을 반대한다면 왜 반대하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뒤돌아보면, 반대했던 Outfit을 조금만 수정했는데도 반대했던 팀원이 만족했던 경우들이 왕왕 있었다. (물론 나를 참아준 것일지도 있지만) 그들의 말을 듣고, 목적을 생각해서 내 디자인과 융합할 수 있다면 더 좋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 외는... 내 다른 글을 참조하면 좋겠다!



앞으로 해야 할 점


01 도메인 지식이 아직 부족하므로 커머스에 대한 공부를 더 하기로 한다.

부끄럽게도 아직 커머스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다. 팀원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리더나 커머스 출신 팀원에게서 "~는 원래 ~래요" 같은 얘기를 듣게 되는데, 거의 대체적으로 여겨지는 내용들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 부분에서는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 '음, 이 시기에는 ~하겠군'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02 데이터 공부를 하기로 한다.

디자인할 때 가끔 '이 데이터가 있나?' '이 데이터와 저 데이터를 활용하면 내가 원하는 결과를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같이 생각할 때가 있다. 앰플리튜드나 퀵사이트를 통해 대시보드를 보긴 보지만 뭐랄까 흐린 눈으로 보는 것처럼 명료하지 않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뭐가 명료하지 않은지 정의하지도 못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을 해결하려면 우선적으로 내가 데이터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막 보면서 '아 우리 전환율 N%네?'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데이터에서 오는 맥락을 읽을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쿼리를 이용해서 데이터를 스스로 뽑아내 읽는 것 그 우선으로 데이터에 대한 생각 머리? 맥락을 읽는 버릇을 먼저 익히고 학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03 커리어 엔드를 상상해보자

지금은 디자이너로서 연차를 쌓는 것에 만족하는 중이지만, 앞으로는 어떨까? 막연하게 상상해볼 예정이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말이다. 기획과 데이터를 공부해서 PO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더 전문적인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이너로서 간다면 어떤 디자이너가 될 것인지 선택할 수도 있다. 개발 친화적인 디자이너가 될까, 데이터 친화적인 디자이너가 될까, 도메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디자이너가 될까 등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이 회사에서 1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볼 예정이다.




여기까지 이직 후, 서비스 런칭 후 1년의 이야기를 적어보았다.

아쉬운 순간도 많았지만 지금 적어보니 뿌듯한 순간도 많았던 것 같다.

회고를 기반으로 조금 더 발전한, 발전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디자이너가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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