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로서의 첫 기록, 8개월 전의 이직을 회고하며.
브런치 작가가 된 지 약 1년째, 11개의 글만이 발행되었다.
상,하편으로 나뉜 서평 1개, 회고 조금, 여행기 조금.. 목록을 보면 무엇을 쓰는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자기 생각 말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거 정도?) 에세이 작가로서 우뚝 서보고 싶은 욕망은 있지만, 내 정체성은 '프로덕트 디자이너'다. 그래서 어떻게든 디자인에 관련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글은 '프로덕트 디자이너 이직'이다. 나는 8개월 전에 스타트업에서 지금 회사로 이직을 했다. 이직까지 2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그동안의 일을 풀어보고자 한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으므로 참고만 해주길 바란다 =)
나는 전 회사에서 내 역량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직 생각이 전혀 없었다. 시간이 흐르다 보면 언젠가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었다. 그렇게 보내던 중, 2021년 8월에 계시를 받아버렸다.
"이직을 해야겠다!!"라고.
디자이너가 취업을 하거나 이직을 하는데 필요한 것은 2가지다. 자소서와 포트폴리오. 경력자라면 경력 기술서도 필요하겠지? 하지만 무작정 서류를 준비하기 전에 정리를 해야 할 게 있다. 나의 이상과 현실을 아는 것.
내게 이직이라는 건 도약이었다. 지금보다 더 나은 회사에서 더 나은 모습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그렇다면, 더 나은 회사와 더 나은 디자이너의 모습이라는 건 뭘까? 당연히 네임밸류가 높은 회사가 좋을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네임밸류는 좋은 회사의 필수조건은 아니다. '나에게 좋은 회사란 무엇인지' 정의가 필요했다. 뭔가를 추구하기 이전에 추구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히 그림을 그리고 시작한다면, 조금이나마 목적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의 모습
나는 비즈니스 모델과 목적이 명확하고, 구성원들이 목적에 공감하는 회사에 속하고 싶었다. 당시 다니던 회사는 BM 구축보다는 마케팅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MOU)에 리소스를 쓰고 있었으므로 나는 서비스에서 가장 필요한 기능 구현이 늦어지고 있다고 여겨졌다. 만약 BM구축보다 마케팅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서 공유하고 공감을 얻었다면 나는 크게 불만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내가 일하고 싶은 디자이너의 모습
서비스의 목적을 파악하고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좋은 사용자 경험으로 녹이는 디자이너. 최대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경험과 화면을 제공하는 디자이너, UX, BX를 일관되게 전달하며 본인의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이너.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 모습과 디자이너의 모습을 쓰다 보면, 무작정 아무 회사나 지원하는 일을 줄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나는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일했기 때문에, 당시 회사보다 규모가 크고, BM을 통해 돈을 벌고 있는 거진 모든 회사에 지원했다. (하하) 나를 세상에 던져보고, 평가를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회사의 모습은 충분히 적었지만 문젠 지금 내 모습이었다. 그 회사가 나를 받아들일까? 요즘 회사들이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요구하는 스킬을 확인해보고 싶다면 채용 JD(Job Description)를 보도록 하자. 나는 얼마나 '먹히는' 디자이너일까?
내가 지원했던 회사들의 JD와 우대사항은 다음과 같았다. 그리고 각 항목들을 속성에 맞게 분류해봤다.
*면접을 봤던 회사들의 JD와 우대사항을 대략적으로 취합함.
디자인에서는
디자인 시스템 구축 경험과 높은 이해도를 가진 사람
UI 디자인 및 프로토타이핑 툴에 숙련된 사람
뛰어난 그래픽 디자인 스킬과 레이아웃 감각을 갖고 있는 사람
Android, iOS, Web 실무 환경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
다양한 정보를 구조화할 수 있고, 일관된 UI, UX설계 경험이 있는 사람
사용자의 니즈를 정량적, 정성적 데이터를 통해 파악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
데이터를 활용하여 프로덕트를 개선한 경험이 있는 사람
업무방식 & 경험에서는
개발자, 기획자 및 협업 부서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사람
애자일/스프린트 방식의 업무 경험이 있는 사람
주도적으로 의견을 내고 스스로 과업을 설정하여 시도하는 사람
스타트업 및 IT 기업 경험이 있는 사람
모바일 서비스(APP) 출시 경험이 있는 사람
당시 4년 차던 나는 어떨까?
디자이너끼리도 디자인 시스템 구축 중에 있음, 개발자 하고는 컬러코드(시멘틱 컬러) 맞춘 경험밖에 없음
그래픽과 레이아웃 실력은 자타 평가로 중상인 것 같음
스타트업 및 대외활동에서 기획자, 개발자와 협업하여 Web, App 출시 다수 있음
Figma, Sketch, Invision, Zeplin, Protopie 그 외 Adobe 프로그램 경험 있음
일러스트 및 캐릭터 제작 경험
가이드 등 각종 문서 작업 경험
애자일 업무 방식에 대한 이해는 있으나, 경험은 없음
데이터를 활용한 프로덕트 개선 경험이 전무함
나의 능력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하다. 다양한 경험들은 있는데 이렇다 할 탁월한 포인트는 없다, 이 정도면 모두가 공감하려나? 심지어 데이터를 보고 활용하는 능력은 아예 제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이직을 못할 것 같으냐, 나는 내가 가진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앞서 말했듯 나는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내 강점으로 삼았다. 그리고 최대한 포트폴리오와 면접 예상 답변에 녹여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중요한 건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강점이 아닐지라도, 내가 남들과는 다른 포인트가 있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차별성, 즉 강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OO를 잘하는 디자이너", "XX 경험이 있는 디자이너" 이렇게 포지셔닝을 잡아볼 수도 있고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강점을 높이 사면서, 동시에 내가 원하는 곳에 지원을 하면 된다. (물론 찾기 어렵다)
포트폴리오는 디자이너의 하이라이트다. 요즘은 개인 홈페이지, 노션 등 형식은 다양해졌지만 나는 피그마로 작업하여 PDF로 준비했다. 포트폴리오 구성에 최적화를 하고 싶다면 노션을 활용해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
내 포트폴리오를 공유할 순 없지만, 넥스터즈 디자이너 면접이나 지금 있는 회사에서의 디자이너들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느꼈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제 막 만 4년이 돼가는 디자이너여서 참고만 해주시길 바란다. 여러분들의 포트폴리오를 검토하는 분들은 더 연차가 많은 분들 일지도 모른다.
포트폴리오를 새로 만드는데 약 2주간의 시간이 걸렸다. 회사를 다니며 평일에 틈틈이 하고 주말에는 8시간씩 앉아서 작업을 했다.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아 모든 내용을 한 챕터, 한 페이지에 눌러 담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구성하면 본인은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더라도 구체적으로 뭘 잘하는지 말하기에 애매한 사람이 된다.
또한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사람들은 일을 하던 중간에 포트폴리오를 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을 쓰지 못할뿐더러 모든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
정말 어필을 하고 싶다면 프로젝트에서의 내가 작업한 것중에 강점으로 어필할 1~3가지만 중점적으로 보여주는게 어떨까? 보여주고 싶은 게 10이라면, 우선순위를 두어서 3~5개 정도로만 압축을 해보자. 나머지 부분을 어필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면 간략하게 한 줄이라도 쓰도록 하자. 만약 흥미가 있는 면접관이라면, 면접을 진행할 때 꼭 물어볼 거다.
레이아웃이 유려하지 않아도 이쁜 이미지를 얹으면 그럴싸해 보이는 매직이 있다. 그래픽 요소도 그런 용도로 잘 활용하곤 한다. 하지만 포트폴리오에서 과다 남용은 금물이다. 내용을 보강해줄 수 있는 그래픽 요소는 효과적이겠지만, 내용과 전혀 관련 없는 그래픽은 페이지의 목적과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강점을 해친다. 여기서 말하는 그래픽은 이모지, 미모티콘, 브랜드 색상이 과도하게 들어간 레이아웃, 과도한 효과가 들어간 배경 등이다. 예시로 내 첫 포트폴리오인 2018년도 포트폴리오를 공개한다. (창피하다)
포트폴리오를 보는 사람은 대부분 여러분의 프로젝트를 처음 보는 사람일 거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무엇이고, 지원자는 'A'를 위해 'B'를 활용하여 'C'라는 결과물을 냈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친절한 설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다시피 너무 모든 것을 설명할 필요는 없다.
다만 불친절하지 말라는 소리다. 해당 프로젝트에서만 사용하는 단어를 지양하고, 알아둬야 하는 단어는 추가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언가를 설명할 때 있어서 맥락적으로 이해가 되는지 한 번 점검하자.
그리고 너무 긴 문장 또한 간결하게 수정해야 한다. 예시를 위해 내 포트폴리오의 문장을 간결하게 수정한다.
수정전
흐르기도 하고 일렁이기도 하며 잔잔하기도 한 물은 마음과 닮았습니다. 그래서 물을 디자인 메타포로 차용했습니다. 물이 흐르는 듯한 물결 모양과 물이 퍼지는 듯한 그러데이션 및 블러 효과를 전체적인 디자인에 활용해서 디자인에 통일성을 주었습니다.
수정전
마음과 닮은 물을 디자인 메타포로 사용했습니다. 물을 나타내는 물결과 그러데이션, 블러 효과를 디자인 전반에 활용하여 통일된 디자인을 제작했습니다.
프로젝트는 3~5개로 구성하기 (개인별, 상황별로 다를 수 있음)
누군가와 같이 한 프로젝트라면 역할, 분량, 퍼센트 솔직하게 명시하고 본인이 한 것만 넣기
텍스트 크기와 두께는 가독성 있게 구성하기
: 포트폴리오의 레이아웃, 디자인보다 내용에 초점을 맞추기
구체적인 사례, 숫자, 사진이 있다면 적극 활용하기
: "개선했다"보다, "이렇게 혹은 24% 개선했다"로 표기하기
어필하고 싶은 포인트는 강조하기
화질은 최대한 높게, 용량을 최대한 낮게
: 나 같은 경우는 포트폴리오 페이지 구성을 마친 뒤, 피그마로 해당 페이지를 이미지로 익스포트(export) 하고 새로운 페이지에 이미지를 통째로 넣어서 구성했다.
오탈자, 맞춤법 점검
실제 사용하는 것 같은 APP 화면 구성하기
: APP화면 디자인 시 한 개의 더미 이미지, 똑같은 타이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일이삼사오육칠팔구십 같은..) 하지만 포트폴리오에서는 최대한 실제 앱처럼 보일 수 있는 이미지, 텍스트를 넣자. (그렇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포트폴리오를 통과하고 면접을 본다는 것은 포트폴리오, 이력서에서 실무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받은 거다. 면접은 그 실무 능력을 확인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모든 회사가 그렇진 않지만 면접은 1,2차 면접 혹은 실무, 컬처 혹은 임원 면접으로 나뉜다. 나는 이직할 때 1,2차 면접 포함해서 10번의 면접을 봤다.
~지나가도 되는 면접 썰~
G회사
실무 면접 다음에 바로 컬처 면접을 봤는데 PO가 바뀌었다며 PO에게 면접을 한번 더 보고 엄청 나중에 대표 면접까지 보자고 했다. 이미 다른 곳 오퍼를 받아서 거절했지만 대표 면접도 한 번 봐볼걸 그랬다.
B회사
가고 싶었던 회사였는데 7년 차 디자이너를 뽑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넣어봤는데 서류 통과가 돼서 과제 제출과 동시에 면접을 봤다. 1:1의 공기 속에서 숨이 막혔다. 서로의 말을 이해 못 하는 상황이 잦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떨어졌다. (내가.. 말을 못 알아듣는 걸까?)
M회사
B회사 직후 면접 본 회사. B회사와 멀지 않았어서 재빨리 걸어서 도착했다. 그런데 디자이너랑 면접 본 것이 아닌 C(@)O랑 1:1 면접을 봤다. 실무에 포커싱을 두고 대화하기보다는 실무를 통한 인생관에 대해서 얘기를 한 듯하다. 원하는 희망연봉을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했는데, 나와 핏이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그만뒀다.
자기소개에서는 강점 중심으로 자신을 소개해야 한다. 나는 다양한 경험이 나의 강점이었기 때문에 어디 회사에서 A-Z까지 했으며 대외활동에서도 PM, 디자이너를 꾸준히 하며 프로젝트에 대한 역량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자기소개는 1,2차 면접에서 사용 가능하다. 다만 1차 면접에 들어왔던 면접관이 2차에도 들어온다면 다소 민망할 수는 있다 (기억 못 할 확률이 크지만)
예시
안녕하세요. A강점하고 B강점을 가진 디자이너 OOO입니다.
저는 C회사에서 기획부터 운영까지 참여하며 디자인 시스템을 포함한 디자인 산출물은 물론 IA, 플로우 차트, 운영 가이드 등 문서작업도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개발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역량, 프로젝트 관리 등의 역량을 기르고 싶어 대외활동에서 사이드 프로젝트 PM과 디자이너를 맡아 활동했고 현재 대외활동 운영진도 겸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물론 예시다. 내 자기소개를 조금 변형했다.)
여기서 면접관들이 A, B강점에 대한 이유를 물어볼지 모르니 A, B의 강점을 드러낸 구체적인 사례를 미리 준비해놓으면 좋다.
포트폴리오 소개
친절하고 간략하게 프로젝트들을 설명하되, 강점으로 어필하고 싶은 부분들을 강조해서 말을 하도록 하자. 나 같은 경우는 미리 대본을 써놓고 달달 외웠다. (그 자리에서 바로 설명이 가능하신 분들이 부럽다.)
질문과 답변
실무 면접은 주로 포트폴리오나 이력서에 있는 활동을 통해 나의 업무 프로세스나 접근과 해결방식에 대해 확인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나 이력서에 적은 모든 것들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주로 무엇보다는 어떻게, 왜를 많이 물어본다.)
꼬리를 무는 질문이 많으니, 포트폴리오를 보며 "내가 왜 이렇게 했더라?"를 다섯 번 이상 물어보도록 하자. 내 답변에 구체적이지 않거나 모호한 부분이 있다면 보강할 수 있는 답변도 생각해두자. 모호한 부분을 공략해서 질문을 받을지도 모른다. 압박을 느낄수도 있지만, 면접관이 지원자를 더 파악하기 위해서 물어보는 질문임을 알아야 하며, 그 말은 즉슨 나의 설명이 부족했다는 소리일 수 있다.
내가 들었던 질문
프로젝트를 혼자 한 것인지, 같이 했다면 어디 부분을 했고 어느 역할을 맡아서 작업했는지
디자인 시스템을 구성했다면 개발자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어떤 프로세스로 구축했는지
기획, 디자인, 프로젝트 관리 중 어디에 더 관심이 있는지
(브랜딩도 같이한 프로젝트를 보며) 모든 작업에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넘겨주는 브랜딩 소스로만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는지
(웹도 같이 하는 서비스라면) 같은 서비스의 웹, 앱 서비스를 대응해본 적이 있는지
왜 이직을 하는지
우리 회사가 왜 나를 뽑아야 하는지
커리어 로드가 어떻게 되는지
우리 서비스에 문제점이 있는지, 문제점이 있다면 해결방법은?
그 외 포트폴리오 기반한 질문
실무면접에서는 실무에 대한 질문도 질문이지만 회사의 애정도(?)에 대한 질문도 많이 나온다.
그러니 이 회사에 왜 가고 싶은지, 지금 회사와 전혀 다른 분야의 회사로 지원했다면 왜 분야를 바꾸는 건지, 바뀐 분야의 모든 회사 중에서 이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두는 것이 좋다. 나 같은 경우는 왜 커머스를 가고 싶어하고, 그 중에 왜 패션 커머스이며, 패션 커머스 중에 왜 이 회사를 지원했는지 설명했다.
실무능력도 적합하다고 판단을 받았다면 다음은 컬처 면접 혹은 임원 면접이다. 이 때는 디자이너로서가 아닌, 직장인으로서의 회사와 내가 가치관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이라고 보면 된다.
이직 사유 & 지원 동기
이직 사유는 개개인마다 천차만별이다. 월급이 밀렸다느니, 회사가 망했다느니 너무나 명백한 사유가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기도 하고..)
이직 사유는 본인이 생각하기에 기존 회사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말하면 된다. 그리고 그 문제점을 지원하는 회사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식으로 말하면 된다. (실제로도 가고 싶은 이상향의 회사 모습을 적어놨을 테니, 지원하는 회사가 문제점을 해결해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너무 지어내면 안 된다.)
그렇다면 역으로 질문이 들어올지 모른다. 지원자가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많은 회사가 있을 텐데 '왜 하필 우리 회사인가요?' 그러면 또 앞서 얘기한 분야의 차이성과 회사의 차별성을 설명하면 된다. (지어내기보다는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답변을 하는 것이 좋다.)
회사를 선택하는 동기
이 부분은 맨 위에서 설정한 '내가 가고 싶은 회사의 모습'을 설명하면 된다.
팔로워 형인가, 리더 형인가
팔로워형과 리더형 둘 중에 뭘로 대답을 하는 게 좋을까? 정답은 없다. 어느 회사에서는 리더형, 어느 회사에서는 팔로워형을 좋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인의 성향과 다른 대답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어디든 리더와 팔로워는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리더는 목적을 향해 가장 최선의 분배와 효율화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인력, 시간 리소스도 물론이지만 팀원들의 성향들을 파악해서 각 팀원에게 맞는 방식을 제안하는 사람이다. 자기 생각과 자기 속도보다는 방식이 더 중요한 자리라고 생각이 든다. 팔로워는 반대로 오히려 자기 생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리더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팀이 목적에 다다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서포트하는 역할이어야 한다. 각자의 성향은 다르고, 회사에서도 리더형의 사람만 뽑는 것이 아니니 소신껏 대답하는 것이 좋겠다.
그 외 질문들
어떤 채널에서 영감을 받고 있는지?
팀원들이 나를 평가한다면 평가하는 기준이 무엇일지?
과정, 결과, 수단 중 무엇을 중점으로 두고 있는지?
우리 회사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커리어 엔드는 무엇인지?
우리 회사의 서비스를 삭제하거나 계속 사용한다면 이유는?
모든 질문이 끝나면 지원자는 면접관에게 회사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다.
억지로 질문을 쥐어짜 낼 필요는 없지만, 내가 이곳에서 이미 합격했다는 마음가짐으로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좋다. 나 또한 회사가 나와 맞는지 아닌지 가늠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질문한 질문들
합격한다면, 누구랑, 몇 명이서 일하는지?
디자이너들끼리 주기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폼이 마련되어 있는지?
디자인 시스템이 개발되어 있는지?
업무 방식은 어떻게 전개되는지?
내가 합격한다면 맡게 될 업무는 무엇인지?
이상 내가 2개월 동안 이직을 준비하며 얻었던 인사이트들을 정리해보았다.
나는 2개월 동안 16곳에 서류를 제출했고 그 중 9곳에 서류 통과를 했으며 최종으로는 3곳에 합격했다. 이직 준비부터 이직 완료까지 2개월 2주간의 시간이 소요됐다.
취업, 이직 모두 '내가 회사에 얼마나 맞는 인재인지' 어필하는 활동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회사가 나하고 얼마나 맞을지' 확인하는 활동이기도 하다. 취업을 하고 나면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낼 텐데, 회사의 문화나 분위기가 나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신과 100% 맞는 회사를 갈 순 없겠지만 되도록이면 일에서 열정을 느낄 수 있고, 소속감을 얻는 환경의 회사에서 커리어를 쌓았으면 좋겠다.
*의견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이직 후 1년이 지났다! 1년 회고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의 글로 와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