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지인 Aug 21. 2022

프로모션 디자인을 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

1인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깨달은 몇 가지


1인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된 사연


2021년 10월, 이직을 성공한 나는 약 400명의 구성원이 있는 회사의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됐다.

(회사는 의류를 중점으로 하는 패션 커머스 회사다.)


회사는 이미 성공한 메인 서비스가 있었고,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하고 키워가는 상황이었다. 

당시 회사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총 14명이었고, 14명이 메인 서비스의 APP, 셀러 어드민 WEB, 새로운 서비스 2개 등에 속해서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 


1개의 서비스에서 이렇게 많은 디자이너들과 일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나는 무엇을 담당하게 될까?", "협업은 어떻게 할까?" 궁금해하며 당연히 메인 서비스의 한 부분을 맡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지금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들이 아닌 아예 다른 신규 서비스의 디자인을 맡게 되었다. 어떻게 시기가 딱 맞아떨어지게 된 건지, 내 3개월의 온보딩을 새로운 서비스의 디자인 작업으로 하게 된 것이다.


뭐, 아예 새로운 신규 서비스는 아니었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타사의 서비스를 우리 회사가 갖고 가게 되면서 우리 회사 인프라에 맞게 내재화하는 작업이었다. 내재화라고 해도 뭐 디자인과 개발은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2달 안에 말이다. 


이 이야기를 나중에 글로 쓸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고 내 실력도 많이 부족했던 터라 그때  했던 디자인에 부족함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대부분의 디자인은 메인 서비스의 디자인을 그대로 베끼듯이 작업을 했다. 아직까지 백로그로 남아있는 상태다.


2달 안에 디자인과 개발을 마무리하고 서비스를 런칭했다. 나는 그 이후 8개월째 해당 서비스에서 홀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을 하는 중이다. 이 글은 8개월째 서비스의 디자이너로 일을 하며 깨달은 점을 작성한 글이다.



프로덕트부터 마케팅 까지, 내 책임을 확장했더니 시야가 확장됐다.


우리 서비스는 인력 리소스가 부족한 편이다. 웹앱 서비스 하나에 프로덕트 오너 1명, 프로덕트 디자이너 나 1명, 프론트 엔드 개발자 1명, 백엔드 개발자 1명만이 제품 개발을 맡고 있다.


리소스가 부족해서 서비스 개선이 더딘 것도 있고, 디자이너가 나 한 명뿐이다 보니, 나는 자연스레 UXUI를 포함한 마케팅, 프로모션 디자인도 작업하게 되었다문서 작업도 해야 해서 서비스 소개서와 배너광고 디자인 가이드 문서도 만들었다. (지금은 마케팅 디자이너를 뽑았고, 프로덕트에만 전념하고 있는 중이다.) 


어느 한 달은 프로덕트 관련한 디자인을 아예 하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입사를 했는데, 내가 개선하고 싶은 기능은 스펙 아웃되는 중에 프로모션 디자인만 하자니 '이게 맞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불만을 가져봐야 바뀌는 부분도 없는터라 나는 생각을 달리 하기로 결심했다. "우리 서비스의 목적은 매출(거래액 + 판매자들의 광고비)이고, 나는 목적 달성을 위한 디자인 전부를 책임진다."라고 내 역할을 확장시켜 생각한 것이다. 더불어서 마케팅 디자이너 공고도 올라온 상황이라 기다리면 상황이 해소될 것도 알고 있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역할은 '사용자에게 서비스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을 통해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떻게 잘 전달할 것이냐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무엇보다 비즈니스 목적이 달성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고, 이 목적을 달성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그것이 프로덕트 디자인이든, 프로모션 디자인이든 말이다.



책임을 확장시키고 나서...


이전에는 프로모션 기획안을 받으면 '이 프로모션을 지금 왜 하는 건지'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디자인 기획서가 들어오면 "1~2일 내에 얼른 완료해서 드리고 다른 거를 해야겠다"라고만 생각했다. (반성...)


하지만 프로모션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서 해당 프로모션을 왜 하는 건지 맥락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우리 서비스에서는 첫 구매를 하면, 재구매하는 경우가 많으니 첫 구매를 늘리는 프로모션을 하자', '특정 월에는 비수기이니, 매출 방어를 위해 객단가를 높이는 프로모션을 하자' 등 각 프로모션에는 이유와 맥락이 있었다. 나중에 깨달은 건 이 맥락이 나랑도 크게 연관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앞으로 얘기하는 깨달음은 프로모션 디자인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내용일 수 있습니다. 프로모션 디자인이 계기가 되어 깨달았던 저의 경험이며, 분석 프레임 워크나, 데이터를 능동적으로 보시는 분이라면 이미 알 고 있는 사실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첫 번째 깨달음

서비스의 성장단계에 따라 필요한 전략은 다르고,

구성원 모두에게 공유되어야 한다.


우리 서비스의 목적은 매출이다. 매출을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서비스의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 


우리 서비스가 어떤 가치를 전달할 것인지 정의도 필요하지만, 나는 우리 서비스가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타사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부족한 기능들을 개선하는 것(母 서비스의 인프라로 비교적 쉽게 개발이 가능한)이 우선이었다. 


그래서 내가 집중했던 건 사용자의 탐색 비용을 줄이는 일, 혜택을 명확하게 전달해서 구매 유도를 하는 일이었다. 검색 결과에 필터 기능을 넣고, 상품 상세 페이지를 개선하고, 찜 화면의 기능을 개선하고 등등.. 물론 그 방법이 틀린 것은 아니나, 당장 집중해야 할 일은 아니었구나 하고 나중에 깨달았다.


왜냐하면 앞서 말했던 것처럼 '첫 구매를 하면, 재구매하는 경우가 많으니 첫 구매를 늘리는 프로모션을 하자'라는 프로모션이 있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우리 서비스의 리텐션과 재구매전환율은 나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보건대, 사용자들에게 우리 서비스에서 구매하는 경험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프로모션의 전략은 "우리의 재구매율이 나쁘지 않으니, 외부에서 모객을 하고, 혜택 프로모션을 통해 첫 구매까지 이어지게 해 보자. 첫 구매는 재구매를 낳으니, 그것으로 매출을 상승시켜보자" 였을 것이다.


내가 만약 위의 전략을 알고 있었다면,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난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프로모션의 목적을 파악하고, 신규 회원이 유입될 수 있도록 회원가입 flow를 개선하고, 서비스의 혜택을 어떻게 돋보이게 할 것인지 고민했을 것이다. 앞서 말한 탐색 비용을 줄이는 일이 아니라.(설사 탐색 비용을 줄이는 일이 신규회원들이 구매를 하는데 일조한다고 하더라도, 내 목적은 신규회원들의 구매 전환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만약 내가 서비스의 목적을 위한 전략이 서비스의 성장 단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미리 파악했었으면 앞서서 신규 회원을 유입하기 위한 UX를 개선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몰랐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할 일을 그저 마냥 진행하고 있던 것이다. 모든 일에는 알맞은 '시기'가 있다. 리텐션이 중요해지는 시기가 온다면, 지금 하던 탐색 비용을 줄이는 UX 개선을 해야 하겠다.


추가적인 이야기로, 위의 전략을 디자이너가 아닌 개발자들이 알고 있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물론 프로모션 진행을 위해 개발이 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요청에 의해서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잘 알고' 있었다면, 신규 회원이 유입되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블로킹들을 미리 찾아보고 이슈 해결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예시이며, 그런 이슈는 없었다.)


물론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개발자 같은 메이커들은 '서비스의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라는 공통의 목표에 최대한 협조를 해야 하지만, 각자 역할과 관점이 다르다. 디자이너는 사용자의 경험을 중시해야 하고, 개발자는 서비스의 안정화, 개발 환경 최적화 등을 중시할 것이니 말이다. (그러라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그래서 지금 서비스의 전략이 '신규 회원의 유입을 통한 매출 상승'이라고 해도 '신규 회원 유입'만을 위해서 공수를 100% 쏟을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적어도 전략을 알고, 공감을 할 수 있다면 스스로 본인의 역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전략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더 좋은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첫 번째로 팀끼리 전략에 대한 공유와 합의를 먼저 하는 것이 우선이겠다.

 


두 번째 깨달음

다양한 방면에서 의견을 낼 수 있게 되면서

서비스에 대한 애정과 오너십이 생겼다.


프로모션 디자인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프로모션에 대한 결과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지게 된다. (애착(?)이 생긴다.) 프로모션의 신기한 점은 잘 될 거라 생각했는데 잘 안되기도 하고, 생각보다 엄청 잘되기도 한다.


중요한 건 디자인은 그다지 프로모션 성공 여부에 많은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디자인을 잘했다고 잘되는 프로모션은 없고, 디자인을 못했다고 해서 실패하는 프로모션은 없다. 프로모션에서의 디자인의 역할은 '눈길을 사로잡고, 내용을 잘 전달하는 것'이다. 프로모션의 내용보다 디자인이 우선되면 안 된다. 만약 디자인이 우선된 경우는 프로모션 내용보다는 디자인 형식만 눈에 띄게 된다. 


여하튼 디자인의 밸런스를 잘 맞혀서 디자인을 했다 하더라도, 프로모션의 내용이 고객들에게 합리적이어야 디자인의 효과가 발휘한다. 그 내용이 합리적이었냐 아니냐는 프로모션 성과에서 볼 수 있는데, 언제나 성공하는 프로모션 공식은 없는 듯하다. 휴가철, 월초 월말, 고객의 나잇대, 주 소비하는 가격대, 상품 카테고리의 선호도, 상품 디자인 취향 등등.. 영향받는 요소들이 많아서 이 프로모션이 어떤 이유 때문에 성공/실패했는지 명확하게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도 이러한 프로모션으로 우리 서비스 사용자의 성향, 취향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그렇게 프로모션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프로모션에 의견을 내게 된다.

물론 디자인에 대한 의견이 첫 번째다. '버튼의 문구를 수정하면 어떨지' '사진은 A보다는 B가 더 상품의 이미지를 보여주니, 교체하는 게 어떤지' 등 말이다. 앞서 말했듯 디자인은 프로모션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넛지 효과는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에도 의견을 낸다. 물론 MD분들이 훌륭하게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좋은 성과를 공유해주시기도 하지만 더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월권 아닌 월권을 하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건 내게 서비스가 목적을 달성하면 좋겠는 애정이 생긴다는 것이다. 나의 성과나,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를 떠나서 말이다.


실제로도 장마시즌, 장화 기획전을 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의견을 냈고 동의를 얻자, 바로 배너를 만들어 드렸다. 적은 공수로 하루 만에 7일간의 스팟 기획전이 시작됐다. 그 결과 배너 CTR은 2.5%대로 해당 장화를 판매하는 스토어는 전달 대비 41% 상승한 매출을 달성했다. (기획전의 기여도는 70% 정도였다.)


이렇다 보니 애정은 물론이요, 서비스 전반에서의 참여의식이 생기게 된다. 

프로덕트를 UX를 구축하고 개선하는 것이 나의 주 업무지만, 더 넓게 보는 시야를 가지게 되는 것 같다.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판매자들을 케어하며 성과를 이끌어내는 MD들의 업무를 보게 된다. 그리고 우리 서비스를 광고하는 AD 운영자들의 업무를 보게 되고, 서비스의 단계를 측정해서 지금 당장 필요한 게 무언지 데이터를 보는 PO의 업무를 보게 된다.


결국엔 우리 서비스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합을 보게 된다. 모든 것은 서로의 합에 맞춰서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못한다고 서비스가 망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잘한다고 서비스가 잘되는 것도 아니다. 모두가 상호보완적으로 서로를 보완한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서로의 일이 잘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마케팅 디자이너가 뽑힌 이 시점, 나는 이제 제 역할을 온전히 할 수 있게 됐다. 다음에는 관련한 글을 들고 오지 않을까 싶다. 


글을 끝까지 봐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로 남겨주시길 바란다.

나는 나의 경험과 생각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달 뒤의 나도 이 글에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갖고 있는 생각을 적고 정리하고 나누며, 나중에 이 생각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반추하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기록한다 =)


*위의 글에서 프로모션 디자인으로만 워딩을 통일했는데, 마케팅, 프로모션,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모든 디자인을 했다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