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게 시작된다
요즘 9살 인생에서 생각보다 고난이 있다.
담임선생님이 불시에 쪽지시험을 본다. 한자리 수 더하기 쪽지시험이다.
요즘 9살의 수준에 비하면 쉬워보이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틀리는 친구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딸 말로는.
처음 불시에 시험을 보는 날은 살짝 당황한 기색이 있었다.
24개중에 2개를 틀리고 아주 우쭐해서 자기가 천재인 것 같다는 얘기를 한다.
사실 우리집은 아이교육에 대해 매우매우 관대하다.
전형적인 K-부모와 반대되는 행보로 아이를 놀게 한다.
학교수준에 맞는 학습을 도와주는것도 필요하고,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써야 한다는 수많은 얘기들을 들었다.
거기에서 드는 의문이.
학교수준을 우리아이가 못 따라갈 것 같은가?
학교수준의 학습을 꼭 따라가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사교육을 많이 시킨다고 아이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가?
내가 교육에 관심이 없는 엄마인가?
이렇게 어린나이부터 공부의 압박을 느끼지 않기를 바랬다. 공부라는게 전형적인 학교공부를 따라가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공부가 되길 바랬다.
학교 쪽지시험을 첫번째에 틀렸던 부분을 확인을 하더니 두번째 시험에 100점을 받아왔다.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안아주는데 얼굴이 환해지면서 웃음꽃이 핀다.
성취감과 뿌듯함을 온전히 경험한 얼굴이었다.
그래, 이게 중요한거다. 어떤 성공이든 작은것을 경험하는것부터 시작된다. 그게 공부가 됐든 어떤거라도 자신이 이룰수 있는 게 있다는 걸 알아갈거다.
학교공부수준을 따라가거나 재능을 알아보려고 이것저것 과하게 사교육을 시키면서 아이의 싱그러운 시간들을 책상에만 앉혀놓고 싶지는 않다. 물론 아이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앉아서 학습을 해도 된다는 의견이다.
아이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이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어떤 가지로 뻗어나갈지는 알수가 없으나 항상 응원할거다. 원하는 방향으로 즐겁고 뿌듯한 것들로 본인의 인생을 채워나가길 빈다. 노력하고 고생하여 이뤄내는 성취의 자양분으로도 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