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사정이 있다
저녁에 퇴근후 집에 오는 길에
전날 떡볶이가 먹고 싶다던 딸의 말이 생각났다.
학원을 마치고 나온 아이들이 북적이는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시키려고 보니 1인분만 살 수 있었다. 저녁을 차려놨을 시간이라 1인분만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한창 분주하게 저녁을 준비하던 남편은 내 손에 들린 떡볶이를 보고 순간 마음이 상했나보다.
저녁을 다 차려놓으니 다른 걸 사오다니.
하루종일 쌀밥을 제대로 먹지 않은 딸에게 쌀밥을 주려고 했는데.
그 마음을 몰랐던 건 아니지만 떡볶이를 보며 좋아하는 딸을 보며 가만히 있었다.
밥 먹는 내내 본인이 티를 내는지 모르고 신경질과 화를 내던 남편은 결국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 말했다.
저녁 다 차렸는데 말도 없이 떡볶이를 사와서.
내 잘못이다. 내 잘못인가.
물어봤어도 나는 사왔을 것 같다.
결국 딸은 차려진 저녁도 먹고 떡볶이도 다 먹었다. 매운 떡볶이여서 물로 다 닦아서 줘야 하지만 그것도 매운맛으로 먹는다고 하는 딸이 귀여워서 나는 주는 편이다. 신랑은 매운걸 먹느라 물을 많이 먹어서 밥을 잘 못먹는다고 한다.
우리는 가장 편한 부부 사이다.
서로의 마음을 배려하는게 부족하고 가장 편한사이라서 더 함부로 대해버릴 때가 있다.
서로의 마음이 토라져서 잘때까지 툴툴거렸다.
요즘 생활비를 아끼고 있는데 떡볶이 1인분 값이 아까웠냐고 싸늘하게 쏘아대버렸다. 그게 아닌 걸 아는데.
떡볶이 1인분 4000원으로 기분 상하는 저녁시간을 지불한거냐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했다.
한동안 회사에서 커피 사먹지 않을테니 떡볶이 1인분 값 만회하겠다고 또 빈정대는 말을 했다.
그 돈이 아까워서 기분이 상한건 아닐텐데. 하루종일 무언가 언짢은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아니면 그냥 몸이 안좋았을지도 모르는데.
요즘 딸이 식사가 시원찮아서 제대로 먹이고 싶어서 준비했을지도 모르는데.
그렇지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또 아침이 되었다.
새벽기상을 해서 책도 읽고 글도 쓰는 시간에 일찍 일어난 남편이 왔다.
내 시간을 방해받기 싫어서 또 싫은 소리를 해버렸다. 그리고 어제의 서운함이 풀리지 않았던 것도 있다. 그게 뭐라고 저녁내내 화를 냈던가 하는 마음이다.
나도 내입장만 생각한다. 너무 편한사이라서 그런가.
더 배려해야한다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어찌 이렇게 어려운지..
나는 아직도 수양을 더 해야하나보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때쯤 서로를 남보다 더 배려하는 걸 익히게 될까. 너무 편한 사이라서 함부로 대하게 되는 간장종지만한 그릇의 나를 탓하다가도 지금 나가서 안아주고 그런마음 아니라고 말해야지라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