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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달 Apr 26. 2023

가장 편한 사이라서 비롯된 서운함

각자 사정이 있다


저녁에 퇴근후 집에 오는 길에

전날 떡볶이가 먹고 싶다던 딸의 말이 생각났다.

학원을 마치고 나온 아이들이 북적이는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시키려고 보니 1인분만 살 수 있었다. 저녁을 차려놨을 시간이라 1인분만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한창 분주하게 저녁을 준비하던 남편은 내 손에 들린 떡볶이를 보고 순간 마음이 상했나보다.

저녁을 다 차려놓으니 다른 걸 사오다니.

하루종일 쌀밥을 제대로 먹지 않은 딸에게 쌀밥을 주려고 했는데.

그 마음을 몰랐던 건 아니지만 떡볶이를 보며 좋아하는 딸을 보며 가만히 있었다.

밥 먹는 내내 본인이 티를 내는지 모르고 신경질과 화를 내던 남편은 결국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 말했다.

저녁 다 차렸는데 말도 없이 떡볶이를 사와서.

내 잘못이다. 내 잘못인가.

물어봤어도 나는 사왔을 것 같다.

결국 딸은 차려진 저녁도 먹고 떡볶이도 다 먹었다. 매운 떡볶이여서 물로 다 닦아서 줘야 하지만 그것도 매운맛으로 먹는다고 하는 딸이 귀여워서 나는 주는 편이다. 신랑은 매운걸 먹느라 물을 많이 먹어서 밥을 잘 못먹는다고 한다.

우리는 가장 편한 부부 사이다.

서로의 마음을 배려하는게 부족하고 가장 편한사이라서 더 함부로 대해버릴 때가 있다.

서로의 마음이 토라져서 잘때까지 툴툴거렸다.

요즘 생활비를 아끼고 있는데 떡볶이 1인분 값이 아까웠냐고 싸늘하게 쏘아대버렸다. 그게 아닌 걸 아는데.

떡볶이 1인분 4000원으로 기분 상하는 저녁시간을 지불한거냐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했다.

한동안 회사에서 커피 사먹지 않을테니 떡볶이 1인분 값 만회하겠다고 또 빈정대는 말을 했다.

그 돈이 아까워서 기분이 상한건 아닐텐데. 하루종일 무언가 언짢은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아니면 그냥 몸이 안좋았을지도 모르는데.

요즘 딸이 식사가 시원찮아서 제대로 먹이고 싶어서 준비했을지도 모르는데.

그렇지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또 아침이 되었다.

새벽기상을 해서 책도 읽고 글도 쓰는 시간에 일찍 일어난 남편이 왔다.

내 시간을 방해받기 싫어서 또 싫은 소리를 해버렸다. 그리고 어제의 서운함이 풀리지 않았던 것도 있다. 그게 뭐라고 저녁내내 화를 냈던가 하는 마음이다.

나도 내입장만 생각한다. 너무 편한사이라서 그런가.

더 배려해야한다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어찌 이렇게 어려운지..

나는 아직도 수양을 더 해야하나보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때쯤 서로를 남보다 더 배려하는 걸 익히게 될까. 너무 편한 사이라서 함부로 대하게 되는 간장종지만한 그릇의 나를 탓하다가도 지금 나가서 안아주고 그런마음 아니라고 말해야지라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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