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icycle Grand Tour Aug 03. 2023

방랑의 노래 - 자전거 세계일주 #9

< 티베트 전통 가옥 방문 >




    

< Shandui >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자전거를 타니 간밤의 추위는 마치 꿈속의 일처럼 느껴진다. 얼마 되지 않아 Shandui에 도착했는데 이 마을은 정말 작다. 음식점 몇 개와 숙박업소 두 곳, 슈퍼마켓 몇 개가 전부다. 어디를 가든 걸어서 10분이면 되는데, 점심을 먹고 시냇가를 따라 잠시 산책을 하니 금세 마을 끝에 도달한다. 





    이곳에서 이틀을 쉬고 다시 이동을 한다. Shandui는 리탕에서 야딩으로 가는 길목쯤으로 알려져 있는데, 야딩 방면 말고 다른 방향으로도 갈 수 있는 분기점이다. 그 다른 방향의 길은 윈난 성의 샹그릴라까지 이어지는데 그 사이에 있는 곳들은 이전에 들어본 적이 없었다. 다들 야딩으로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길을 택했다. 거의 정보가 없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기대를 가진 채 말이다. 


    내가 선택한 길은 시작부터 계속 오르막이다. 오르고 올라 4700m 봉우리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올라가는 길 중 상당 부분이 비포장이었고, 리탕부터 시작된 역풍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비포장, 역풍, 고산지대 업힐. 게다가 비상식량을 평소보다 많이 준비해서 자전거 무게도 상당하다. 이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바로 역풍이다. 흙먼지가 정면에서 온 시야를 가릴 정도로 뿌옇게 날아오는 데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자전거가 휘청거릴 정도의 강풍이 불어 사실 많이 위험하다. 내리막도 만만치 않았다. 태양은 구름에 가려져 있어서 공기가 매우 차가운데, 엄청난 강풍이 불고 그 상황에서 내리막이었으니 몸이 얼어붙는 것 같다. 추위를 참으며 한참을 내려가는데, 협곡에 있는 잔도 같은 비포장 길이 나온다. 어떤 곳은 한눈에 봐도 낙석 위험 구간인 데다가 가드레일도 없어서 잘못하면 천 길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질 수도 있다. 무시무시한 길을 조심히 지나 한참을 달려 날이 완전히 깜깜해지고 나서야  Xiangcheng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 4700m 산 정상을 넘는다 >





    Xiangcheng. 산비탈에 자리 잡은 경사가 급한 마을이다. 이곳은 쓰촨, 윈난, 티베트 3개 지역이 인접한 지역이다. 홍군의 대장정 중인 1936년 5월 이곳 주민들이 홍군에게 식량을 주고 치료해주었다고 한다. 마을에는 이에 관한 홍군 대장정 기념관이 있다. 



< Xiangcheng >



< 대장정 기념관 >

    


     Xiangcheng을 출발하여 샹그릴라로 내려가는 남쪽 코스, 여기에도 역시 높은 산들이 즐비하다. 한참을 가서 높은 산 초입에 다다랐을 때였다. 마을에서 집을 수리하던 한 아저씨께서 샹그릴라에 가려거든 왔던 길을 돌아서 가라 하신다. 산을 넘는 길은 완전히 비포장인데 조금 돌아서 가면 잘 닦인 포장도로기 때문이다. 우회하는 길은 지도 애플리케이션에서 나와있질 않아,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바로 방향을 틀지 않고, 그 작은 마을을 좀 둘러보다, 마을사람들 인상이 너무 좋아 그곳에 머무르기로 했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스투파(탑) 바로 옆에 텐트를 치고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휴식을 취했다. 남쪽으로 계속 내려와 위도가 낮아지니 태양의 남중고도는 높아져 온도는 올라갔고, 게다가 그 마을의 고도는 2500미터 정도로 상당히 낮아, 내가 느끼기엔 마치 봄 날씨 같았다. 그 스투파 주위를 시계방향으로 도는 것이 마을 주민들의 일과 중 하나였는데, 그 말은 곧 나는 그날 모든 마을 사람들과 만났다는 것이다. 모두들 웃으며 관심을 표했고,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할머니들께서는 내 옆에 앉아서 계속 이것저것 물어보셨는데, 대충 이해하기로는 혼자 다니느냐, 춥지는 않으냐, 밥은 먹었느냐, 이런 정도로 이해했다. 그러던 중 한 아주머니께서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해주셨다. 바로 한 상을 차려주시더니 옆에서 계속 챙겨주시면서, 과식할 때까지 권하신다. 티베트의 수유차는 큰 병 하나를 통째로 마셨고, 밥도 네 그릇 정도, 그리고 이런저런 간식까지 챙겨주셨다. 따뜻한 환대에 감사했고, 티베트 가옥의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던 게 정말 좋았다. 생각보다 크고, 내부에 마치 사원과도 같은 공간도 있어 신기했다. 


    텐트로 돌아와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 날이 어두워져 밖을 내다보니, 바로 옆에 가로등이 있긴 했지만 별이 잘 보인다. 날도 별로 춥지 않아, 바로 장비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별 사진을 찍는다. 티베트 전통 가옥과 텐트, 그리고 주위 산과 별들이 잘 어우러진다.



















작가의 이전글 방랑의 노래 - 자전거 세계일주 #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