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두치아오, 타공 - 황량한 아름다움 >
익숙한 손놀림으로 빠르게 짐을 꾸리고 다시 오르막길에 오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절다산 정상(해발 4300m)에 도착했고, 잠시 머무른 뒤 신나게 내리막을 달린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내리막이다.
내리막이 끝나니 산과 산 사이의 좁은 평원이 나왔고, 실개천을 낀 곧게 뻗은 길이 이어졌다. 신두치아오는 경치가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이 좋아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겨울 문턱에 있는 지금 봐도 멋지다. 그렇다면 과연 봄이나 여름에는 얼마나 생기 넘치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줄지 궁금하긴 하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따뜻한 계절에 꼭 다시 와 보고 싶다.
주변 풍경과 잘 어우러지는 티베트 가옥들, 한가롭게 풀을 뜯는 말과 야크, 졸졸 흐르는 실개천. 정말 고요하고 평화로운 이곳의 분위기를 만끽하며 천천히 페달을 밟는다. 그러다 가끔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티베탄을 만나면 인사를 건넨다. "짜시뗄레!"(티베트어로 '안녕하세요') 한 번은 오체투지를 하는 분들을 만나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서로 힘내라고 응원하기도 했다.
티베트에 오기 전 칭다오에서 야안까지 거의 두 달간, 숙소를 이용한 적은 거의 없었다. 중국 정부의 정책상 외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숙소가 정해져 있어 소도시나 시골에서는 숙박이 거의 안되거나 혹은 된다고 하더라도 파출소에 가서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런 불편함도 있거니와 애초에 현지인들과 어울리기를 원했기 때문에 도시에서는 카우치서핑을 통해 현지인 집에 초대를 받았고, 시골에서는 캠핑을 하는 중 우연히 마을 사람들에게 초대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티베트 전의 긴 여행 기간 동안 숙소는 세 곳(바오지, 한중, 야안)에서만 이용을 했다. 그런데 이곳 티베트는 카우치서핑 이용자는 아예 없다고 해도 될 정도이다. 카우치서핑 없이도 현지인들과 어울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쉽지만은 않아 그게 아쉽다.
어제 음식점에서 알게 된 티베트 승려의 추천으로 오늘은 타공(Tagong)이라는 마을을 갔는데, 여기에서 33km 떨어진 곳이지만 평지인 구간이 많았고, 자전거의 짐도 내려놓은 상태라 나는 듯이 달려 거의 한 시간 만에 도착했다. 해발 3800m 정도에 위치한 타공은 ‘타공초원’으로 유명한데, 전망대 위에 올라 일대를 바라보니 드넓은 개활지가 펼쳐졌고, 그 뒤로 첨탑과도 같은 야라설산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했다.
날이 점점 추워진다는 게 느껴진다. 고도가 높아진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날이 지날수록, 고도가 높아질수록 하늘은 더 깨끗하고 검푸름이 짙어진다. 마치 다른 행성에 온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2박 3일간의 휴식 후 다시 길에 나선다. 이제 야장을 지나 조금만 더 가면 서쪽으로 가는 마지막 도시인 리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