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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디터 Jul 13. 2022

무겁고 두꺼운 힘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여자가 3대 운동을 한다는 것 




크로스핏을 다닌 지 두 달 반 정도 된 지난 화요일, 첫 크로스핏 토탈을 측정했다. 크로스핏 토탈이란 흔히 "너 3대 몇 치냐?" 하며 헬X들 사이에서 힘 겨루기의 소재로 언급되곤 하는 세 가지 운동(3대)을 말한다. 헬스와는 종목이 조금 다른 것 같긴 하지만 잘 모르겠으니 패스. 아무튼 크로스핏에서는 백 스쿼트, 숄더 프레스, 데드리프트의 1rm을 잰다. 여기서 1rm이란 1 repetition maximum, 즉 한 번에 들 수 있는 최대 무게를 뜻한다. 본격적인 토탈을 측정하기 전에 월별로 한 번씩 스트렝스strength라는 코너를 통해 각 운동을 연습한다. 나도 그동안 스트렝스를 했지만 3대 운동을 본격적으로 재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미지수였다. 



 


크로스핏은 미국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무게 단위를 파운드를 쓴다. 내가 다니는 크로스핏 박스에서는 1파운드부터 5파운드, 10파운드, 15파운드 등 다양한 플레이트를 사용해 이를 바벨에 하나씩 끼워가면서 도장 깨듯이 무게를 쟀다. 





봉의 무게는 15kg




결과적으로 나의 크로스핏 토탈은


백 스쿼트 125

숄더 프레스 47

데드리프트 165 


337이었다.



어설프고 요령도 부족해 337에서 멈췄다. 깨달음은 뒤에 왔다. 사실 측정할 때는 어리버리해서 힘만 쓰는 데 집중했는데 막상 이 날의 기록을 곱씹어보니 내가 이 정도의 무게를 들 수 있다는 것이 큰 뿌듯함으로 다가왔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약해 보일지 모르지만 내가 새롭게 만나게 된 나는 3대 337을 칠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나 이 정도 들 수 있는 여자야" 라고 어디서 자랑하기는 민망하겠지만 일상에서 부딪힐 크고 작은 시련들에 무너지게 될 때 이 날의 내 힘을 기억하면 조금 덜 무너지지 않을까.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특히 여성들이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 외적인 아름다움이나 마름, 가벼움과 상관 없이 그저 무겁고 두꺼운 힘의 세계로 여자들을 초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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