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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경 Jun 30. 2020

어느 날 눈을 뜨니 아미(ARMY)가 되어 있었다.

BTS의 성공요인은 뭘까

“나이 들어서 무슨 아이돌 덕질이야. 참나”


나보다 세 살 많은 언니의 ‘방탄소년단’ 덕질을 보며 혀를 찼다. 언니는 점집에 가서 “BTS의 뷔 닮은 남자랑 결혼할 수 있느냐”라고 묻기도 했고, 혼자 팬 미팅을 가 맨 앞에서 그들을 보고 오기도 했다. 중고등학교 때도 웬만한 연예인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던 언니가, 이제는 ‘실력에 외모에 인성까지 겸비한 스타’라며 BTS를 극찬하는 게 낯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주책이라며 학을 떼던 나는 전혀 몰랐다. 정확히 1년 후, 내가 ‘아미’가 되리라는 것을...^^; 도대체 BTS의 B자도 모르던 나는, 도대체 어떻게 아미가 된 걸까? 나 조차도 의문이었다.

(사실 '찐'아미라고 하기에는 부끄럽다... 아미밤도 없을뿐더러, 오랫동안 꾸준히 좋아하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항상 뤼스펙 뤼스펙)


# 파도 파도 나오는 유물. 끝없는 콘텐츠의 향연

BTS를 말로만 들었지, 실제 영상을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기막힌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한 공연 영상으로 이끌었다. 언니에게 당한 세뇌교육 때문일까. '도대체 왜 그렇게 난리야?"라는 생각으로 영상을 클릭했다. 처음 본 영상은 전설의 ‘MIC Drop’ 무대. BTS를 그냥 ‘칼군무 잘 맞추는 아이돌’ 정도로만 생각하던 나는, 마지막에 나오는 정국의 웨이브를 보고 가슴이 설렜다. 그렇게 섹시한 눈빛에 강렬한 춤을 출 줄이야!      


이를 시작으로 관련 영상을 하나둘 클릭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영상이 끝이 없다. ‘RUN BTS’ 시리즈부터 매년 페스타 시즌에 푸는 비하인드 클립까지. 빅히트는 BTS의 데뷔 초기부터 모든 영상을 차곡차곡 유튜브에 쌓아두었다. 태초부터 잘나게 태어난 줄 알았는데 지독하게 힘든 시절이 있었고, 애초에 춤을 잘 추는 줄 알았는데 몸치였던 적도 있었다. 이를 통해 보이는 BTS의 때 묻지 않은 모습이 많은 팬을 끌어 모았다.  

BTS 정국

# “우리 애 멋있는 것 좀 보세요!!” 모성애, 부성애를 자극한 BTS의 스토리텔링

유튜브에서 BTS 영상을 보며 인상 깊었던 것은, 글로벌 팬들의 ‘주접’ 댓글이었다. 이들은 어떤 포인트에서 누가 왜 멋있는지를 정확히 짚으며 BTS를 홍보했다. 지금이야 워낙 K-POP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해 크게 신기할 것도 없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아미는 독보적이었다. 아미는 댓글로 BTS의 재밌는 영상들을 직접 추천했고, '머글'이었던 나는 마치 매뉴얼처럼 그를 따라갔다. 그러다 보니 어머나. 날이 샜다?


아미의 장점이자 무기 중 하나는, 개방적이라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아이돌 영상 댓글에는 팬들끼리만 알 수 있는 용어와 별명이 난무한다. 아미는 달랐다. BTS를 접하는 누구나 '입덕'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린 마음으로 일반인들에게 기꺼이 설명충이 되었다.


그렇다면 아미는 왜 이렇게까지 BTS를 셀프 홍보한 걸까? 이는 모성애, 부성애를 자극한 BTS의 스토리텔링 덕분이다. “‘중소기업’에서 탄생한, 어떤 방송에서도 불러주지 않는 ‘듣보’ 아이돌”이라는 포지셔닝은 팬들에게 마치 BTS를 키워내야 할 존재처럼 여겨지도록 했다. 팬들은 조직적으로 뭉쳐 적극적으로 BTS를 홍보했고, 여기에 응답하듯 BTS는 어딜 가든 ‘아미’부터 찾았다. BTS가 빌보드 시상식에 입성했을 때, 아미는 마치 예서를 의대에 보낸 곽미향처럼 기뻐했다.

# 정체성과 곡 메시지의 합일.  

대부분 아이돌 곡의 메시지는 아이돌 자체의 정체성과 부합하지 않는다. 대형 기획사 출신이든 중소 기획사 출신이든 사랑, 이별만을 노래한다. BTS는 달랐다. 어렵게 성장한 자신들의 경험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고, 그것을 노래에 녹여냈다.    


  “툭 까놓고 말할게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기도 했어
높아버린 sky, 커져버린 hall
때론 도망치게 해 달라며 기도했어”
- 작은 것들을 위한 시 中 -     


“그래도 좋은 날이 앞으로 많기를
내 말을 믿는다면 하나 둘 셋”
- 둘! 셋! 中 -     


BTS는 신인 때부터 월드 스타가 된 지금까지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를 가사에 녹여냈다. 끝없이 노력하고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BTS의 모습은 팬들에게 자랑스러움을 안겼다. 어디 가서 “우리 애 장난 아니죠?”라고 말해도 아무도 반박할 수 없게 된 것. ‘일코’(일반인 코스프레)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특정 아이돌의 팬인 것임을 숨기고 다니는 시대. BTS는 팬들이 당당하게 팬임을 드러낼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낮춤으로서 역설적으로 자신을 더 위대하게 만들었다.      


#

결론적으로 BTS는 스토리텔링으로 쌓아온 캐릭터를 곡과 유튜브로 표출함으로써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이들의 기본적인 자질과 실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올라운더 정국부터 부족하지만 노력하는 맏형 진까지, BTS의 실력은 국내 어떤 아이돌도 비길 수 없다. 노력하는 천재를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온 우주가 꿈꾸는 이들을 도와주었고, BTS는 월드 스타가 될 수 있었다. 과연 BTS의 한계는 어디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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