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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경 Jul 23. 2020

최근 본 영화 간단평(하품력 기준)

<반도> <온워드> <밤쉘> <소년 시절의 너>

어쩐지 영화에 주는 평이 후한 나는, 사실 4점 이상 정도 주는 건 대부분 재밌게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품이 나오게 되는 영화들이 있는데... 그 영화는 정말 내 취향이 아니거나/객관적으로 별로인 경우다. 그리하여 개발한 하품력. 


#반도 

2 하품 

<부산행>을 보면서 너무 웃어서 (특히 공유 기저귀 광고 씬) 연상호 감독은 나와 맞지 않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좀비가 스릴 넘치게 카메라를 잡아먹을 듯한 장면들에서는 가슴 졸이며 봤다.

지난주 '반도'가 개봉했기에 요즘 볼 영화도 없거니와, 강동원이 나온다길래 달려가서 봤다. 영화 초중반까지는 진짜 신박했다. 현실적으로 한반도가 멸망 한 이후를 잘 묘사한 것 같았다. 중후반부터는... 설정만 가득한 채 스토리가 이어지지 못했다. 좀비들은 하찮아졌고, 악역으로 나온 인간도 무섭지 않았다. 누구는 '매드 맥스'같다고 하던데, 나는 '분노의 질주'가 더 맞는 것 같다. '이럴 거면 참치 얼굴이나 더 보여주지'라는 생각을 계속했다... 극 후반부는 진짜 절정에 다다랐는데 그 자리에서 나갈까 잠시 고민했다. 그전까지는 그래도 강동원을 보며 견뎠는데, 영화의 가장 슬프다고 할 수 있는 클라이맥스에 하품에 터져 나왔다. 나만 그런가 주변을 살펴봤더니 전부 눈물 하나 흘리지 않고 지루한 모양새다. 결국 이후로 나는 하품을 연타했고... 지루한 한국식 "울어라"구간이 끝난 후 미련 없이 자리를 뜨고 나왔다.


#온워드

0 하품 3 눈물

한동안 강추하고 다녔던 영화. 디즈니 특유의 긍정적인 철학적 메시지가 가득 담겨있다. 로그라인부터 재밌다. <소심남과 대범남이 함께 상체가 사라진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한 문장으로 모든 게 설명되는 느낌. 애니메이션 덕후인 나는 이상하게 디즈니 영화만 보면 울게 되는데... 이번에도 눈물을 훔쳐부렀다. 1) 내가 가려고 하는 길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 우리는 나름 깊게 생각해서 내가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진짜 답이 아닐 수 있다. 주인공인 이안은 누가 봐도 올바른 길인 고속도로를 타려 하지만, 그게 정답은 아니었다. 2) 믿으면 이루어진다는 것. 나는 이 말을 믿는다. 영화에서 이안이 자신을 믿고 발자국을 내디뎠더니 투명 다리가 생길 때, 눈물이 주르륵 흘렀지뭐얌. 3) 내가 원하던 것은 이미 이루어졌을 수 있다는 것. 이안은 아버지랑 함께 하고 싶은 to do list를 못해서 슬퍼했는데, 알고 보니 형인 발리랑 모두 이미 함께 한 일이었다. 이런 당연하면서 간단한 메시지를 디즈니는 수십 년간 동일하게 보여주는데, 그게 어김없이 먹혀든다. 

#밤쉘

0 하품 1 눈물

무려 샤를리즈 테론, 니콜 키드먼, 마고 로비 3인의 활약 영화. 권력 가진 남성들이 어떤 식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지를 낱낱이 보여준다. 이걸 보고도 '왜 저기서 바로 신고 안 함?' '승진하고 싶어서 받아줬으니 똑같네'라고 말하면 진짜...(할말하않) 마고로비의 자기혐오, 후회, 두려움, 슬픔, 분노가 뒤섞인 연기를 볼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영화에서 여성들의 연대를 전투적으로 보여주진 않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다. 각자 다른 자리에 있지만 서로 눈빛만으로 공감하고, 각자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도 연대의 한 형태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샤를리즈 테론 팀의 남자 직원이 "성추행 고발하면 우리 팀 다 날아가"라고 한 것. 그때 같은 팀 말단 여자 직원은 그를 쏘아보며 샤를리즈를 응원한다. 사소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소년 시절의 너

1 하품

중국에서 난리는 증국상 감독의 영화. 무려 8억 명이 관람했단다. 스케일 무엇...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에 이어 증국상 감독과 주동우의 두 번째 만남인데,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홍콩 금상장 영화제도 휩쓸었다고. 중국에서 실제 일어났던 학교폭력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져서 메시지가 강하다. 그런데 거기 한 방울 섞인 로맨스의 향기가 너무 짙어... 다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놈은 멋있었다>와 <백야행>을 섞은 느낌. 주동우가 눈물 흘릴 땐 너무 가슴이 아려왔지만, 결국 양아치 이양천새가 구해주는 신데렐라 러브스토리였다. 내 옆에 앉은 여자분은 오열하듯 운 걸 보니 누군가에겐 먹히는 스토리인데 나는 솔직히 하품이 조금 났다. 이번에 처음으로 장편영화 주연을 맡았다는 아이돌 출신 이양천새가 참 매력적이더라. 그런데 머리스타일은 왜 그랬을까... 나올 때마다 혹시 탈모인가 싶어 이마라인을 곰곰이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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