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온라인 탑골공원’이 획기적으로 등장하며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스페이스A의 루루가 ‘탑골 제니’가 되는가 하면. 가수 이소은은 ‘탑골 선미’가 되었다. Z세대들은 과거의 유물들을 현재와 접목시켜 새로운 놀이문화를 창출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핫 했던 한 남자가 있으니..! 가수 양준일이다. 그는 특유의 춤 선과 독보적인 감각으로 ‘탑골GD’로 이름 날렸다. ‘탑골시대’의 끝자락을 경험했던 나로서도, 탑골을 보는 것은 즐거웠다. 아니. 오히려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탑골로 가는 게 더 흥미로웠다.
양준일은 그렇게 한철 지나가는 유행일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그의 인기는 날로 치솟았다. JTBC ‘슈가맨’에등장해 감동을 자아내는가 하면, 유튜브에는 갑자기 ‘양준일 직캠’ 영상이 뜬다. 양준일 에세이도 출간됐는데, 1초에 한 권씩 팔려 펭수보다도 빠른 수치란다. 도대체 이 양준일에 대한 열광은 어디서 오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아래 내용은 완전한 '뇌피셜'임을 알려드립니다.)
나의 ‘뇌피셜’에 의하면, 이 양준일 신드롬은 ‘사재기’ 음원과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 확실히 말해두지만, 양준일이 사재기를 했다는 말이 아니다! 기존의 소위 ‘힙스터’들은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는, ‘나만 아는 가수’를 좋아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모두가 아이돌을 좋아할 때, 나는 ‘ㅇㅇ인디가수 좋아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이 그 사람의 독특함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름난 인디가수들이 인기를 얻는 족족 ‘사재기’로 밝혀졌다. 심지어 노을, 바이브 등 이름난 발라드 가수에게도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제 좋아하는 가수를 함부로 말하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가수 닐로가 한창 1위를 할 때, 댓글에는 “나만 알던 가수였는데 형 너무 유명해졌네”라는 식의 댓글이 수두룩했다. '내가 먼저 알고 있었다'는 심리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함이다. 그 사람들은 이제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다. 먼저 알았다고 해봤자, 소속사의 '사재기 마케팅'에 발 빠르게 걸려든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안 알려진 무명가수’는 오히려 힙스터들의 정체성에 독이 되었다.
출처 : JTBC <슈가맨3>
그때 레트로 시기와 맞물려 양준일이 나타났다. 뒤지지 않는 감각과 왠지 멋들어져 보이는 포즈. ‘아는 사람만 아는’, ‘친구들은 이해 못 하는’ 옛날 가수였다. 이미 사라진 가수였기에 누군가 사재기를 할 위험도 없었다. 양준일을 좋아하는 것은, 다른 가수들을 좋아하는 것에 비해 '안전'했다. 그렇게 힙스터들은, 양준일에게 빠지게 되었다.
물론 여기에 '불운의 가수'라는 양준일의 스토리, 웨이터로 생활을 유지하는 안타까운 배경, 실제로 멋진 그의 패션과 춤 등이 한몫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하필 지금, 1020세대에게, 50대 가수가 인기가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a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끄적여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