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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시 Jun 16. 2022

무례한 호기심에게

할 말은 많지만 드릴 말은 없었다

5시 26분이면 새가 기지개를 켠다

남들과 같은 밤이 도래하길 바라는

잠들지 못한 자의 아침은 이르다

답하지 않은 질문이 자꾸만 속을 헤집어

남은 믹스커피 하나를 기어이 타게 한다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글을 쓰지 않나요, 하고

잠들기 선택한 자들의 삶을

웃으며 넘겨짚던 이가 물었다

나도 웃으며 넘겨버렸다

저녁을 집던 젓가락이 뼛가락 같았다     


정성 담긴 남의 글을 읽고 싶지만

책은 왜 읽는지 모르겠다던 이에게 답했어야 했다

행복하신가 봐요

글은 행복하려는 사람이 쓰거든요     


불길에 잠든 내 뼛가루는

카페인 가득한 설탕 같기를

벽에 붙어 흐르는

채 녹지 못한 알갱이를 씹어본다     


6시가 되면 산책을 나가야겠다




할 말은 많지만 드릴 말은 없으니

행복을 빌어드리기로 했다.



커버사진: Photo by pure juli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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