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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욕 나올 때 보는 스타트업 투자 단계와 지분 관계

회사 생각하면 욕 나온다! 나도 사표 던지고 창업 어때?


2014년 창업한 ‘여기어때’가 지난 2022년 매출 3,059억, 영업이익 약 300억 원을 달성하며, 4년 연속 흑자를 냈다는 기사가 떴다. 창업주인 심명선 대표는  2019년도에 자기의 지분 약 50%를 사모펀드에 매각해 약 1500억 원의 현금을 거머쥐게 되었으며, 아직 상장을 하진 않았지만, 지난해 4월 1조2천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았다. 10년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엄청난 성장을 이루어낸 또다른 스타트업 신화라 할 수 있다. 



물론, 많고 많은 스타트업들 중 여기어때와 같은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망하는 케이스가 99.9999% 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같이 윗사람들 등살에 치여서 같은 보고서 이렇게 바꾸고 저렇게 바꾸고 요버전 저버전 열두 번을 바꾸는 바람에 회사 생각만 나면 감히 담지 못할 욕이 나오는 날이면 괜히 ‘나도 한번..?’하고 생각을 갖게 된다. 


다만, 아직 스타트업과 그들이 성장해나가는 방식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바, 오늘은 스타트업 투자 관련 용어들에 대하여 공부해보고자 한다.


요즘 출산율은 엄청나게 떨어지고 있어서 큰 문제인데, 여기어때는 매출이 엄청나게 오르고 있다. 다들 건전하게 여기 어떤지만 보고 오나보다


스타트업도 다 같은 레벨이 아니다. 주식상장까지의 여러 투자 단계


집안에 돈이 많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결국 창업을 하려면 투자가 필요하다. 동네에 작은 구멍가게를 내는 정도면 그동안 모아두었던 것들 좀 영혼까지 끌어 모아보고, 은행에서 대출을 맥스로 땡기면 어찌저찌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스타트업을 만들고 싶다면, 여러 기관들의 투자가 꼭 필요로 하다. 그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내 사업이 어떠한 과정을 거치고 있고, 투자하는 돈이 어디에 쓰일 것이다 라고 설명하기 용이케하고자 스타트업 업계(?)에서 통용되는 스타트업 성장단계가 있다. 각 단계에서는 각 단계와 상황에 어울리는 주체들의 일정 금액 투자가 이루어지게 된다.


투자 단계별 시간과 매출액의 상관관계에 대한 도표로 스타트업 업계(?)에선 가장 유명한 그림이다.


첫 번째는 시드 단계이다. 시드 단계에서는 보통 창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실제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를 받기 위한 프로토타입 또는 베타테스트를 만드는 단계이다.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데에도 큰돈이 들어 기관 투자를 요하는 경우도 많지만, 대부분 이 단계에서는 창업자의 자본이 투입된다. 


두 번째는 시리즈 A이다.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거나, 구체적인 성장 단계와 목표가 설정 완료되었으나 이를 시행하기 위해 돈이 필요한 단계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기관 투자가 이루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투자 기관은 벤처캐피탈이다. 벤처캐피탈은 여러 투자자들로 부터 받은 돈을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말 그대로 ‘모 아니면 도’인 투자를 주요 업무로 하는 사업체들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벤처캐피탈 자회사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이들이 자금 규모 면에서 업계 가장 큰 손들이다. 또한, 여러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잘 찾아내어 유명한 알토스 벤처스나, 네이버의  자회사인 D2SF, 카카오의 카카오벤처스 들이 있다. 대부분 이 단계에서부터 창업자의 지분을 위와 같은 투자자들과 나누게 된다.


시리즈 A를 거친 이후에는 사업의 성장 속도나 상황에 따라 시리즈 B,C,D 등 기업공개 전에 다수의 추가의 투자를 받는 경우도 있고 이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통상적으로 시리즈 A를 통해 주요 서비스나 제품의 생산이 시작된 이후, 시장을 키워나가고 수익성을 개선해나가는 확장을 하는 시기에 시리즈 B를 추진하게 된다. 또, 기존 사업이 궤도에 오르고 수익성이 어느정도 확보가 되면, 신규 사업을 추진하거나 해외시장 진출과 같은 확장을 하는 단계에서 시리즈 C를 받고자 한다. 시리즈 A, B, C 등 상장 이전 단계에서의 투자는 대부분 기업의 대표나 관계자들이 여러 벤처캐피탈을 돌며, 자신의 사업을 소개하고 이에 대해 홍보하여, 여러 벤처캐피탈들의 제안을 받아본 이후, 가장 좋은 제안을 한 벤처캐피탈의 자금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마지막은 기업공개로서 주식 상장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부터는 새로운 주체인 증권사들이 등장한다. 증권사들은 주식을 발행하고 그동안은 투자할 수 없었던 불특정 다수가 이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여,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그동안에는 비공개였던 기업의 여러 재무제표들이 불특정 다수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공개가 된다. 이를 기업공개 영어로는 Initial Public Offering(IPO)라고 부른다. 이 단계에서 부터는 회사의 지분을 보다 쉽게 사고 팔 수 있게 되어, 대부분의 기업 창업주나  IPO 이전 단계의 투자자들이 그동안의 투자의 결실을 얻는 단계이다.




투자의 반대급부 : 지분관계


벤처캐피탈은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우리가 가격이 오를 것을 기대하고 주식을 사는 것과 같이 그들은 스타트업들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하는 것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량주들만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대박을 노리고 잘 알려지지 않는 중소기업 주들을 다양하게 사는 사람도 있다. 후자를 전문용어로 잡주콜렉터라고 부른다. 벤처캐피탈은 대표적인 울트라개잡주콜렉터라 할 수 있다. 벤처캐피탈은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아직 가능성도 크지만, 리스크도 클 때인 사업 초기 때 투자함을 통해서 성공율은 낮지만 성공보상은 엄청난 투자를 한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어느 회사의 주식을 사면 (작은 부분일지라도) 한 회사의 일정 지분을 사는 것과 같이, 벤처캐피탈도 투자를 통해서 스타트업들의 일정 지분을 가져가게 된다. 다만, 주식시장에서는 실시간으로 투자하는 회사의 가치(시가총액)와 특정 비율의 회사 지분 가치(주가)를 쉽게 알 수 있지만, 상장을 하지 않은 스타트업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결국 그 스타트업을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느냐가 벤처캐피탈 투자심사역의 주된 업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벤처캐피탈이 투자를 결정하게 되면 창업자에게 두 가지 수치를 제안하게 된다. 투자금과 책정가치이다. 투자금은 말 그대로 벤처캐피탈이 사업의 성장을 위해 쓰라고 창업자에게 제공하는 금액이며, 책정가치는 벤처캐피탈이 평가하는 회사 전체의 현재 가치이다. 투자금의 규모는 벤처캐피탈이 정할 때도 있고, 창업자가 정할 때도 있지만, 보통 창업자가 그리는 가이드라인 안에서 움직이게 된다. 운영을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금액의 규모는 결국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다. 다만, 같은 투자금액이라도 벤처캐피탈 마다 다른 책정가치가 그 투자금액이 의미하는 지분의 규모를 결정하게 된다. 투자지분은 다음과 같은 식으로 정해지게 된다. (투자금액) / (책정가치) = (투자자의 지분) 예를 들어, 투자금 10억에 가치평가 50억을 제안한 벤처캐피탈 A와 똑같은 투자금 10억이지만 가치평가를 100억을 제안한 벤처캐피탈 B가 있다면, 창업자는 (다른 조건이 같다는 가정하에) 벤처캐피탈 B를 선택하게 된다. 두 제안 모두 10억의 투자금을 받을 순 있었겠지만, A의 제안을 수락했다면 20%의 지분(10억/50억)을 잃게 되지만, B의 제안을 수락함으로서 10%의 지분(10억/100억)만을 잃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수학 문제가 나오는 것 같아서 머리가 좀 아프겠지만, 시리즈 B 단계나 그 이후 지분 관계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해선 응용문제를 좀 풀어야 한다. 만약 위 케이스의 스타트업이 시리즈 B 시점이 도래하면서, 벤처캐피탈들 사이에서 더 큰 인정을 받았다고 가정을 해보자. 이번에는 벤처캐피탈 C가 50억의 투자금을 제안하면서 회사의 가치를 500억으로 책정을 했다. 그 말을 다르게 해석하면, 벤처캐피탈 C는 지분 10%에 대한 대가로  50억을 지급하겠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럼 이번엔 남은 90%의 전체 주식을 창업주와 시리즈 A때 10%의 지분을 취득한 벤처캐피탈 B가 9대1로 나누어 가지게 된다. 따라서, 시리즈 B 이후 창업주에게 남는 지분은 총 81%가 된다. 이처럼, 사업이 점점 커지면서 창업주의 지분은 점점 희석되게 되지만, 그 가치는 점점 커지게 된다. (시리즈 A 때 창업주의 지분 90%는 90억이었지만, 시리즈 B를 거쳐 지분은 81%가 되었지만 그 가치는 405억이 되었다.)


증권회사가 연관되는 IPO도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 다만, 이때는 필요한 투자금의 규모를 비롯해 가치 평가 또한 주체가 외부의 투자자가 아닌 내부의 관계자들이 하게 된다. IPO를 앞둔 기업들은 신규 투자자를 모집함에 있어서 그들로부터 얼마만큼의 자금을 수혈할 것인지를 정하고(투자금 설정) 이를 통해 얼마만큼의 회사 지분을 시장에 내놓을지를 정한다.(가치 평가) 이때 외부의 투자자들이 그 회사의 가치가 적정하게 평가되었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기업공개를 하게 된다.



언젠가는 나도...?


위의 예시들처럼, 엄청난 성공을 이룬 스타트업도 있지만, 정말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망하고 만다. 물론, 꼭 상장을 하는 것이 성공을 했다는 뜻은 아니지만, 2020년 창업법인이 12만3천여개인 것에 반해 같은 해 상장을 한 기업은 86개사 밖에 없다는 것만 보더라도 스타트업을 성공시키기가 얼마나 하늘의 별 따기 같이 어려운 일인지를 알 수 있다. 다만, 지금 우리나라 경제를 짊어지고 간다고 할 수 있는 삼성, LG, 현대 같은 대기업들도 5~60년 전에는 작고 작은 스타트업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은 너무나도 작아 보이는 우리도 엄청난 가능성을 썩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만 회사 보고서 마무리하러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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