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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미녀 Nov 23. 2020

내가 30살이 되면 '이렇게 될 줄' 알았는데요.

책이나 주야장천 읽는 것밖에 재주가 없는 문순이, 재테크의 시작.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했습니다. 시험공부 때문에 밤 새본 적은 없어도 해리포터를 읽느라 밤을 새본 적은 있습니다. 여행 가방에 옷을 하나 덜 넣는 한이 있어도 책을 넣을 자리는 꼭 만들어 두었습니다. 막 대학에 입학하고 친구들이 삼삼오오 미팅을 다닐 때 저는 교보문고 광화문점 맞은편 커피빈에서 책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거의 확신을 갖고 책을 업으로 삼게 됩니다. 책과 함께라면 평생 행복할 것이라는 확신이었습니다. (앗 과거형이네요, 물론 지금도 행복합니다.)


24살, 졸업도 하기 전의 뽀송뽀송한 병아리는 출판업계에 발을 딛고 그렇게 열심히 달립니다. 그때만 해도 회사가 제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밤늦게 야근하는 것은 기본이고 주말이고 공휴일이고 제 머릿속은 온통 책 생각뿐이었으니까요. 제 손이 닿은 모든 것이 그 당시의 출판시장에 녹여져 들아가는 것을 보고 그렇게 뿌듯할 수 없었습니다. 행복하고 즐거웠고, 무엇보다 갓 출간된 신간을 '공짜로'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당시에 읽던 책들(2011년). 재테크에 관심을 갖기 전에는 재테크 서적은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답니다.




그렇게 앞뒤 생각하지 않고 열일하며 달렸던 회사에서 무언가 허전함을 느끼게 된 것은 매월 100만 원씩 저금하였던 적금통장이 만기가 되면서부터입니다. 첫 월급을 받자마자 근처의 하나은행에 가서 월 100만 원짜리의 적금 통장을 가입했습니다. 당시 유행하는 펀드 상품도 직원 권유에 가입은 했지만 머지않아 해지합니다. 수백만 원의 돈을 꼬박꼬박 받으며 비교적 풍요로워질 줄 알았던 저에게는 들어온 만큼이나 쓸 곳이 많았습니다. 물론 어려워진 집에 꼬박꼬박 현금을 갖다 준 것도 한몫했습니다. 그렇게 지출이 늘어가니 다른 고정지출은 모두 해지하고 제가 유지한 것은 오직 월 100만 원의 적금통장뿐이었습니다.


그렇게 3년이 지나 만기가 되어 제 손에 들어온 원금 3,600만 원, 그리고 이자 200여만 원. 당시 이율이 4%대였지만 소득세 15.4%를 떼고 나니 남는 것은 저 정도뿐이었습니다. 3년간 이 악물고 모았던 월 100만 원은 제게 3,800만 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금액이었습니다.

이 3,800만 원 중 일부는 부모님에게 가져다 드렸습니다. 그리고 남은 금액을 다시 이율이 좋다는 여러 적금통장과 예금통장에 쪼개 넣었습니다. 10개 이상의 통장으로 잘게 부서져버린 원금은 쪼개지니 더욱 적어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단 0.n%라도 유리하게 하려면 이 방법이 최선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을까요. 10여 개의 풍차 돌리기 통장과 월 100만 원의 적금통장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바로 보고 있자니 제 3년 후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3년 후의 제 모습은, 

30살, 가지고 있는 돈은 아마도 약 7~8천만 원가량,

결혼은 했을지 안 했을지 모름(그때만 해도 제 집안 사정 때문에 결혼을 못할 줄 알았습니다.),

연봉은 '올라봤자' 6~7% 내외.



이것은 제가 원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30살이면 '멋진 내 집에서, 외제차출퇴근을 하고, 비싼 여가는 손쉽게 할' 것이라 꿈꿨던 것은 단 하나도 이루어지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아, 다 덮어두고 외제차 정도는 지를 수 있었을까요?

어쨌거나, 제가 생각하는 '멋진' 모습이 되려면 그 당시의 제 모습이 역부족임을 깨닫게 됩니다. 허무했습니다. 열심히 달렸고, 열심히 저축했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제 머릿속에 그리던 제 모습은 그저 망상일 뿐이었던 것일까를 생각하니까요. 현실을 바라보니 너무나도 괴로웠지만, 더 냉정해져야만 했습니다. 3년 후가 다시 허무해지지 않으려면요.


그래서 생각해낸 '3년 후 돈을 더 갖기 위한 방법'은요,


1. 돈(연봉)을 많이 주는 직업

2. 투잡, 쓰리잡

3. 재테크


3가지였습니다.




1번 항목. 아쉽게도 출판업계는 돈을 많이 주는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박봉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짠 곳입니다. 당연합니다. 책을 팔아서 남는 잉여 이익은 정말 적고, 무엇보다 책 산업 자체가 작습니다. 사양 산업이라고 할 정도로 미래도 밝지 않습니다.

2번 항목. 제가 또 다른 직업(알바)을 하려면 우선 회사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겸업 금지 항목 때문입니다. 꼭 이것뿐 아니라 막상 제가 알바를 하려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습니다. 책이나 주야장천 읽는 것밖에 재주가 없는 문순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적더군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3번 항목, 재테크였습니다. 이것은 사실 제 머릿속에서 나온 건 아니었고 당시 남자 친구(지금의 남편입니다.)의 권유였습니다. '재테크'라니, 나와는 다른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당장 그다음 날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더군요. 특히나 책을 '공짜로' 많이 접할 수 있는 제 자리에서는 재테크와 관련된 서적을 손에 집히는 대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재테크 서적(특히 부동산) 15권 정도를 독파하고 나니 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도, 할 수 있겠구나.





* 이 이야기는 약 7년 전, 제가 재테크를 시작하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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